◇지난 10일 서울 종로구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하고 고개를 숙인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오른쪽 세 번째)과 임원들. ⓒNews1
[뉴스토마토 임정혁기자] "대한축구협회는 한 해 예산만 1000억 원이 넘는다. 순간을 모면하기 위한 단기적인 처방으론 한국 축구의 위기가 반복될 수밖에 없다. 이른바 '축피아'라고 불리는 그들만의 오래된 고리를 끊는 게 진정한 변화와 개혁의 시작일 것이다."
지난 20일 밤 MBC에서 방송한 <시사매거진 2580>은 '축피아, 끊어야 할 고리'라는 주제로 대한축구협회를 비판했다.
방송은 최근 브라질월드컵에서의 부진으로 비판 여론이 일고 있는 대한축구협회에 대해 "의리 축구 논란으로 홍역을 치렀던 한국 축구의 중심엔 홍 전 감독과 대표팀이 아니라 축구협회가 있었는지도 모른다"고 의문을 제기했다.
이날 방송은 홍명보 전 축구대표팀 감독과 허정무 전 대한축구협회 부회장의 사퇴를 놓고 "결국 책임지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고 꼬집었다.
◇대의원 수 늘려야 폭넓은 여론 수렴
방송은 대안으로 축구협회장 선거 방식의 변화를 제시했다.
현재 축구협회장은 시도축구협회장 16명과 축구협회 산하 연맹 회장 8명 등 24명의 대의원 투표로 선출된다. 하지만 그 수가 적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 때문에 축구협회 다양한 여론을 수렴하기 위해서는 유럽 선진국처럼 대의원의 수를 늘려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실제 독일(260명), 프랑스(256명), 스페인(180명) 등 축구 선진국의 협회 모두 대한축구협회보다 대의원 수가 많다.
방송은 "이런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축구협회의 인적 쇄신이 필수적이다. 정몽준 명예회장부터 정몽규 현 회장까지 사실상 범 현대가가 축구협회를 무려 21년 동안 이끌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지난해 1월 축구협회장에 당선된 정몽규 회장이 전임자들의 제왕적인 이미지를 지우기 위해 대대적인 인사를 실시했다. 그러나 큰 틀에서 보면 돌려막기 인사에 불과했다"고 분석했다.
◇황보관 기술위원장, 원칙에 어긋난 인사
◇지난 20일 밤 황보관 대한축구협회 기술위원장의 자격 미달을 지적한 MBC <시사매거진 2580> (사진캡쳐=방송화면)
기술위원회의 부실한 역할과 황보관 기술위원장의 자격 미달도 꼬집었다.
방송은 "언제부턴가 기술위원회의 역할이 알 수 없게 됐다. 기술위원장 임명부터가 원칙에 어긋났다"면서 "축구협회 정관에 따르면 각 분과위원회 위원장은 이사 중에서 회장이 지명하는 것이 원칙이다. 하지만 현재 기술위원장인 황보관 위원장은 이사가 아니다. 이 때문에 선임 자격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황보관 기술위원장은 지난 2011년 조중연 회장 시절부터 4년째 연임을 거듭하며 기술위원회를 책임지고 있다.
또 방송은 축구계 인사들의 의견을 종합해 "기술위원장은 사실상 허수아비고 실제 중요 결정은 몇몇 인사들이 좌지우지한다"고 전달했다.
이어 "조광래-최강희-홍명보 전 감독이 4년간 거쳐 가는 동안 기술위원회는 축구협회 수뇌부의 밀실 결정을 추인하는 거수기 역할로 전락했다"며 "그러다 보니 여론과 입맛에 따라 감독만 바꿨지 소득 없이 시간만 낭비한 셈이 됐다"고 비판의 강도를 높였다.
전문가들의 의견을 인용해 "홍명보 전 대표팀 감독이 여러 위기를 맞았을 때도 기술위원회의 역할은 전무했다. 최대한 힘을 실어줬다고 했지만 사실상 혼자서 알아서 하고 책임지라는 식에 가까웠다는 지적도 있다"고 전하기도 했다.
이어 "월드컵이 끝나면 당연히 이뤄져야 할 대회 분석도 기술위원회가 해야 할 일이지만 지금까지 한 번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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