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방글아기자] 기업집단들의 비상장사 내부지분율이 여전히 높다. 특히 총수 있는 기업집단의 비상장 계열사 내부지분율은 74.7%에 이르는 것으로 드러났다.
때문에 기업정보공개(공시) 의무 등 각종 의무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비상장사를 이용해 법망을 피하는 한편, 자금에 대한 지배력을 강화하려는 '꼼수'가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실제 기업집단 소속 비상장사 계열사들 일부는 순이익보다 높은 배당잔치를 벌인 사실이 드러나 비상장사가 기업집단 일가의 '자본줄'로 활용된다는 의혹은 더 커졌다.
배당이 경영자의 전략적 판단사항이라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이익보다 많은 돈을 배당해 나눠 갖는 것이 정상적으로 보이지는 않기 때문.
규모가 작은 회사일수록 당기순이익을 재투자해 규모를 확대해나가는 것이 일반적으로는 더 우선시 되는 까닭이다.
그런데 정작 이들 비상장사의 경영자들은 회사를 키워 나가는데는 관심이 없어 보인다.
11일 공정거래위원회 관계자는 "기업집단 소속 비상장사들 가운데 수년째 한두 명의 직원만으로 운영되는 곳이 많다"고 밝혔다.
더구나 비상장사들에 대한 기업정보공개 부담이 앞으로는 더 줄어들 것으로 보여 우려의 목소리는 더 높아지고 있다.
최근 공정위가 규제개혁 작업의 일환으로 비상장사들의 임원 변동 사항을 공시 의무 가운데서 삭제했기 때문.
비상장사들 사이에서는 너무 흔한 임원 변동 내역 공개가 공시 제도가 추구하는 사익추구 감시와는 큰 관련이 없으면서도 기업의 부담만 늘게 한다는 판단에서다.
공정위는 아울러 자산총액이 일정 규모(50억원 또는 100억원) 미만 비상장사에 중요사항 공시의무를 아예 면제해 주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이는 비상장사중 20% 가량을 공시 감시망에서 벗어나도록 해주자는 안어서 우려의 목소리는 더 높아지고 있다.
공정위에 따르면, 전체 상호출자제한 대기업집단 63개('14.04.01 지정) 소속 1677개중 비상장회사는 1431개(85.3%)에 이른다. 자본금 기준으로는 약 161조원(71.9%) 수준이다.
총수 있는 집단만 보면, 소속 계열사 1420개사중 1202개사(84.6%) 비상장사고, 이들의 자본금 규모는 약 41조원(44.8%)이다.
총수 일가의 내부지분율중 비상장사가 차지하는 비중은 74.7%나 된다. 상장사보다 35.6%P나 높다. 총수 일가만으로 좁혀 보면, 이들의 내부지분율은 3.2%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보이지만, 영향력만큼은 절대적이다.
일례로, 이건희의 삼성그룹 내부지분율은 0.7%에 불과하다. 1%도 못 미치는 지분율만으로 기업집단 전체를 장악하는 셈. 이건희를 제외한 4촌 이내 총수 일가가 보유한 삼성그룹 지분율도 모두 합쳐야 0.56% 수준이다.
전체 계열사중 상장사가 차지하는 비중으로 계산하는 총수 있는 집단의 '기업공개율'은 회사 수 기준 15.4%. 전년대비 0.3%P 증가한 수치지만 여전히 낮다. 자본금 기준으로는 56.2%로 전년보다 오히려 0.7%P 줄었다.
한편, 회사수 기준 기업공개율이 높은 기업집단은 한솔(55.0%)과 한진중공업(30.0%) 등이다. 기업공개율이 0%인 기업집단도 있었는데, 부영그룹 등이 그렇다. 미래에셋과 삼천리도 각각 6.7%와 7.1%로 낮은 축에 속했다.
업계 관계자는 "기업집단의 총수 일가가 (이익금을) 주주에 환원하기보다 비상장사를 통해 축적하려는 시도가 자본시장 전체를 왜곡시킨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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