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영택기자] 침체의 늪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던 르노삼성차가 반전의 계기를 마련했지만 노조 파업이라는 예상치 못한 복병에 또 다시 발목이 잡히게 됐다.
없어서 못 판다는 돌풍의 소형 SUV ‘QM3’와 시장의 디젤 열풍에 흐름을 같이 하는 'SM5 D'라는 쌍두마차를 꺼내들고도 그 효과를 누리지 못할 가능성이 커졌다. 노조가 지난 6일 끝내 파업을 결의하면서 한국지엠을 누르고 시장 3위에 올라선다는 중기적 목표도 흔들리게 됐다. 또 다시 위기다.
르노삼성 노사 양측은 오는 8일부터 11일까지 4일간 집중교섭 기간을 갖고 최종 담판에 나선다. 극적인 타협의 여지는 남아있지만 가능성은 그리 크지 않아 보인다. 앞서 2∼4일 열린 조합원 총회에서 재적인원 가운데 90.7%가 파업을 찬성했다.
노조 측은 지난 2012년부터 2년 연속 임금을 동결하는 등 고통분담을 하고 있음에도 사측은 복리후생 등 단체협약을 준수하고 있지 않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노조의 일방적 희생이란 주장이다. 또 사측이 승호제도를 폐지하고, 일방적으로 아웃소싱을 진행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반해 사측은 “이번주 노사가 4일간 교섭을 진행하기 때문에 서로 윈-윈 하는 합의안이 도출되길 기대한다”면서 “노조 측과의 대화에 성실히 임할 것”이라는 원론적 입장만 되풀이했다. 양측 간의 괴리가 크다는 게 노사의 공통된 설명이다.
르노삼성은 최근 중형 디젤 세단 SM5 D를 내놓으며 하반기 대대적 반격의 전환점을 마련한 가운데, 다음달부터는 P32R(닛산 로그) 생산에 돌입할 계획이었다. 소형 SUV QM3는 물량 조달에 애를 먹을 정도로 시장에서 흥행조짐을 이어가고 있다.
빠듯한 일정 속에 이번 노사 합의가 최종 결렬될 경우 주력 모델의 생산 감소에 따른 실적 타격이 불가피한 데다 본사의 정책 역시 공세적으로 바뀔 수 있다. 이미 시장에서는 그간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국내시장 철수 등 우려섞인 관측을 거두지 않고 있다.
◇르노삼성 SM5 D가 출시하고, 판매에 돌입한다.(사진=르노삼성자동차)
르노삼성은 지난달 내수 8515대, 수출 2956대 등 총 1만1471대를 판매했다. 이는 전년 동월 대비 무려 36% 개선된 수치로 올 들어 상승세의 연속이다. 특히 내수의 경우 전년 동월 대비 무려 92.5% 증가하면서 판매가 2배 가까이 급증했다. 국내 완성차 5개사 중 가장 높은 판매 성장률로, 이는 전적으로 신차효과라는 게 전문가들 분석이다.
QM3의 호조 속에 최근 출시한 SM5 D가 수입차가 몰고 온 디젤 열풍과 함께 제품 경쟁력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고 있어 실적 개선에 대한 기대치는 더 커졌다. 특히 디젤 세단에 대한 시장의 수요가 급증하면서 SM5 D의 흥행도 담보됐다는 분석이 줄을 이었다.
이에 고무된 듯 박동훈 르노삼성 부사장은 미디어 간담회에서 “SM5 D의 경우 월 평균 800~1000대가 판매 목표”라면서 “SM5 D는 세그먼트 브레이커(Segment Breaker)로 국내외 디젤 엔진이 탑재된 모든 차량이 경쟁모델”이라고 강한 자신감을 내비치기도 했다.
앞서 르노삼성 노조는 지난 2012년과 2013년 주·야간조가 각각 1시간씩 부분파업을 벌인 바 있다. 일종의 경고식 파업으로 진행되면서 생산 차질 등의 실질적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당시 경기침체 여파로 내수 판매가 급감하면서 임직원의 희망퇴직 등 구조조정이 진행됐음에도 르노삼성 노조는 회사 회생이 급선무라는 대의적 판단에 따라 파업을 곧장 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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