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경주기자] 최근 2년새 맥주 수입량은 매년 크게 늘어나고 있는데 반해 수출량은 한자릿수 성장률에 그치면서 맥주 무역적자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악화 추세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국내 맥주업체들이 수출보다 내수시장에서 '라거전쟁'을 펼치고 있는 사이 수입맥주가 프리미엄 시장을 잠식해 국내시장 파이를 뜯어가고 있다는 해석이다.
이 때문에 오비·하이트·롯데맥주의 맥주 삼국지 전쟁에서 누가 승리하더라도 '상처뿐인 영광'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1일 관세청에 따르면 맥주 수입액은 지난해 8966만달러로 전년에 비해 21.8%나 증가한 반면 수출액은 7225만달러로 6.5%에 그쳤다.
수출액 규모가 한화기준 730억원 수준으로 크지 않음에도 성장률이 높게 나타나고 있지 않은 상황이다.
이에 따라 무역적자도 577만달러에서 1741달러로 무려 201.%나 증가했다.
올해도 지난 1월부터 5월까지 맥주 수입량(4036만달러)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32.7% 증가한 반면 수출량(287만달러)은 7.8%증가에 그쳐 같은기간 무역적자(1166만달러)가 206.4%나 증가해 무역수지가 더욱 악화되는 추세다.
국내맥주업체의 수출액 규모가 지난해 한화기준 730억규모로 크지 않음에도 성장률이 굼뜬 이유 중 하나로 롯데주류가 맥주시장에 진출하며 기존 업체인 오비맥주와
하이트진로(000080)가 일제히 내수시장 방어전에 진입한 것을 꼽을 수 있다.
실제 롯데주류가 맥주시장 진출을 위해 재작년 공장을 준공한 이후 박문덕 하이트진로 회장은 이에 대응하기 위해 올초 신년사에서 '결사항전'올 주문했고, 회사는 주력제품인 하이트맥주를 전면 리뉴얼 해 출시하는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실제 하이트진로의 올해 1분기 판관비는 1511억원으로 지난해 같은기간에 비해 12.2%나 증가했다. 이 기간 매출이 3.3% 감소했음을 감안하면 굉장히 공격적인 마케팅이다.
오비맥주 역시 조용히 신제품을 준비해오다 롯데주류의 시장진출에 맞춰 에일맥주 '에일스톤'을 출시해 롯데주류가 신제품이슈를 선점하는 것을 최대한 방어하며 대비했다.
롯데주류가 지난 4월 라거맥주 '클라우드'로 시장에 진출한 이후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치며 '내전'은 더욱 격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롯데맥주는 '물타지 않은 맥주' 등으로 기존 라거맥주들을 깍아 내리는 한편, 롯데마트와 세븐일레븐 등 매대에 타사 물량을 빼고 '클라우드'를 전진배치시키는 등 롯데그룹 유통계열사의 힘을 빌어서까지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결과적으로 국내 맥주업체들이 맘놓고 해외시장에 투자 하기 힘든 상황이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문제는 이같은 틈새를 이용해 수입맥주가 시장을 잠식해 들어오고 있다는 것이다.
프리미엄맥주가 대다수인 수입맥주는 최근 회식문화변화 등으로 맥주시장이 라거맥주에서 프리미엄으로, 업소용에서 가정용으로 다변화되고 있는 추세에 부합해 빠르게 시장을 넓히고 있다.
국내맥주시장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라거맥주’'시장을 두고 국내 맥주 3사가 혈전을 벌이고 있는 사이 수입맥주가 어부지리를 얻고 있는 셈이다.
이 때문에 자칫 국내맥주업체들의 경쟁과열이 장기간 지속될 경우 국내맥주업체들은 수입맥주에 국내 수요도 뜯기고 수출도 요원해지는 문제가 나타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업계관계자는 "국내맥주시장에서 후발주자의 가세로 경쟁이 과열되고 있는데 이는 맥주 3사의 수익성악화, 투자감소 등으로 신제품개발과 해외진출여력이 떨어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업체간 출혈경쟁을 지향하고 해외시장과 수입맥주에 대항할 수 있는 프리미엄맥주 개발에 힘써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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