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하늬기자]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취임 초부터 특히 강조한 '소통'이 초
반부터 삐걱거리고 있다.
일관성 있고 예측 가능한 방향으로 통화정책 시그널을 보여주겠다던 이 총재의 '소통' 방식이 오히려 시장을 혼란스럽게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이주열 총재
(사진)는 지난 4월 취임사에서 "일관성 있고 예측 가능한 정책 운용과 효율적인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정책효과를 제고하겠다"고 밝혀 시장과의 소통 기대치를 높였다.
전임인 김중수 총재가 시장과의 소통에 실패하면서 불통 논란을 빚어온 만큼 이 총재는 금리조정에 대한 '시그널'을 확실히 보여주겠다고 공언한 셈.
실제로 이 총재는 취임후 "기준금리 방향은 인상이 맞다"며 매파(통화긴축 선호)적 성향을 보여와 연말쯤 금리 인상에 대한 시그널을 줬었다.
이에 골드만삭스 등 올해 기준금리 인하를 예상한 기관들이 모두 동결로 선회하고, 시장에서는 기준금리 인상을 기대했다.
그러나 최근 대내외적인 상황이 달라지고 있어 금리 인상이 아닌 인하 기조가 커지면서 총재 발언으로 전략을 짠 시장에서는 손해를 감수하는 상황도 벌어졌다.
한은이 낙관했던 경기회복이 세월호참사로 타격을 입었고, 원화도 가파른 강세를 보이며 경제심리가 위축됐다.
또 유럽중앙은행(ECB)이 지난 5일 마이너스 금리라는 초강수와 함께 추가 부양책을 시사하는 등 주요국 중앙은행이 경기부양책을 내놓고 있다.
이에 이주열 총재는 자신의 발언을 '부인'하며 소통의 실패를 인정했다.
이 총재는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시기를 염두에 둔 발언은 아니었는데 시장은 이를 기준금리 인상이 가까이 왔다는 시그널 즉 깜박이로 받아들인 것 같다"며 "만약 깜빡이로 받아들였다면 깜빡이를 일찍 켠 셈"이라며 소통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그는 "경제가 당초 성장경로대로 간다고 전제했을 때 방향이 인상 쪽"이었다며 "세월호 참사로 경제여건이 달라져 한 달 뒤 경제지표를 보고 앞으로 정책방향을 판단하겠다"고 한 발 물러선 모습을 보였다.
이에 시장 일각에서는 경기 판단과 향후 정책 방향 사이에서 현실과 이상의 괴리가 문제점으로 드러났다고 평가했다.
한 채권시장 애널리스트는 "총재가 깜빡이를 너무 일찍 켰다"며 "시장은 항상 예측불가능한데 소통을 강조하다 정책 방향성을 상승쪽으로만 열어놨기 때문에 문제가 생긴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애널리스트도 "결국 너무 성급하게 인상 쪽으로 기준금리 방향을 강조해오다 말을 번복한 셈"이라며 "이미 시장에서 총재신뢰에 흠집이 잡혔다"고 밝혔다.
전임 총재와 차이를 보이려는 강박관념이 소통 압박을 키우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한은의 한 관계자는 "전임 총재는 한 달에 한 번씩 돌아오는 금통위 기간이 너무 길다고 생각해 중간 중간에 시장관련 발언을 했지만 이 총재는 간담회 자리 등을 줄이고 있다"며 "전 총재와 차이를 보이려는 강박관념이 소통의 기회를 줄이고, 급하게 시그널을 보이려고 하는 등의 어려움을 키우고 있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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