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국세청, 상속증여세 조사 강화..경영승계 겨냥?
기획세무조사 근거 신설, 주식변동조사 담당자 늘려
삼성·현대차그룹 지배구조 재편 겨냥한 듯
2014-06-03 14:28:47 2014-06-03 14:33:12
[뉴스토마토 이상원기자] 국세청이 상속·증여세 세무조사 규정을 대폭 강화했다. 검증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경우 기획세무조사를 언제든지 실시할 수 있도록 지방국세청장과 세무서장의 권한을 크게 확대하고, 자금출처조사와 주식변동조사도 권한을 강화했다.
 
국세청의 이런 움직임은 최근 본격화하고 있는 재계 1, 2위 삼성과 현대차그룹의 경영권 승계 작업과도 무관치 않은 것으로 보인다.
 
삼성그룹의 경우 이건희 회장의 건강악화와 함께 최근 경영권 승계작업이 급속도로 진행중이고, 현대차그룹 역시 지배구조 개편이 임박해 있는 상황이다.
 
◇서울지방국세청 효제별관 입구.ⓒNews1
 
3일 국세청에 따르면 국세청은 지난 1일자로 상속세 및 증여세 세무조사를 강화하는 내용을 골자로 사무처리규정을 개정했다. 상속·증여세 세무조사는 자금출처조사는 물론 주식변동조사, 특수관계법인과의 거래를 통한 이익의 증여세조사와 주식변동조사를 모두 포함한다.
 
국세청 사무처리규정은 국세청장 훈령이지만 세무조사의 실질적인 범위와 조사권한을 설정하는 중요한 규정이다. 현장의 납세자 입장에서는 법률보다 더 체감도가 높다.
 
개정된 사무처리규정의 가장 큰 특징은 상속세 및 증여세 기획점검을 국세청이 자유롭게 할 수 있도록 기획점검의 근거를 명확하게 했다는 것이다.
 
기획점검은 기획세무조사를 말하는데 상속세나 증여세의 특정부분 탈루혐의가 포착되거나 성실하게 신고했는지에 대한 검증이 필요한 경우 국세청장은 물론 지방국세청장과 세무서장까지도 기획세무조사 계획을 수립, 실시할 수 있다는 내용이 '신설'됐다.
 
사실상 국세청이 원하면 언제든지 기획세무조사를 실시할 수 있는 셈이다.
 
재벌가 상속·증여세 조사의 핵심인 자금출처조사와 주식변동조사 규정도 대폭 강화됐다.
 
개정안은 자금출처조사를 할 때 국세청장이나 지방국세청장이 조사업무량과 조사인력 등을 고려해 조사관할을 조정할 수 있도록 했다. 조사인력과 업무량에 초점이 맞춰진 점에서 사실상 대형 상속·증여사건에 대응한 내용이다.
 
주식변동조사 개정부분은 보다 명확하게 재벌을 겨냥하고 있다.
 
개정안은 주식변동조사의 경우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에서 정하는 (대기업) 계열회사에 대해서는 조사의 효율성과 조사 난이도, 업무량 등을 감안해서 계열법인을 사실상 지배하는 법인, 즉 모기업의 본점소재지 지방청장이 조사를 담당할 수 있도록 했다.
 
계열사의 주식변동조사를 모기업 소재지의 지방청장도 할 수 있도록 권한을 확대한 것이다. 지방에 있는 대기업 계열사 문제도 서울지방국세청이 조사할 수 있는 셈이다.
 
주식변동조사대상 사업연도도 늘어났다.
 
개정된 사무처리규정은 지방청장의 승인을 받으면 조사대상 사업연도 이전이나 이후에 대한 주식변동분을 포함해서 조사할 수 있도록 했다.
 
국세청이 상속세와 증여세에 대한 내부규정을 강화한 것은 대기업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움직임에 영향을 받은 것으로 해석된다.
 
CEO스코어에 따르면 이건희 회장의 재산은 주식과 부동산 등 등기자산만 약 13조원에 달하며 이를 상속받은 가족들이 내야할 세금은 최소 4조원에서 6조원으로 추정된다. 세법의 적용방법에 따라 납부해야할 세액은 조단위의 차이를 보일수도 있다. 국세청이 민감하게 대응할수밖에 없는 이유다.
 
한 대형회계법인 관계자는 "국세청 사무처리 규정은 세무공무원의 실질적인 행동지침"이라면서 "삼성이나 현대는 기업의 규모만큼 상속증여의 문제도 일반적이지 않다. 국세청이 긴장하고 대응책을 마련할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국세청 관계자는 "기획점검은 예전부터 해 오던건데, 과세근거가 취약하다는 지적이 있어서 근거를 명확하게 해 놓은 것"이라며 "꼭 재벌문제 때문은 아니다"라고 규정강화와 재벌상속을 연관짓는 시선에 부담감을 표시했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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