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지영기자] 가구공룡 이케아가 빈축을 사고 있다. 이케아가 두 번째 스토리홈 '헤이홈 마이홈'을 오픈하면서 국내에서 판매할 제품가격 공개 소식에 기대를 모았지만, 판매 예정인 1만개 제품 가운데 단 20개의 제품만 가격이 공개됐기 때문이다.
이케아코리아는 지난 28일 서울 영등포 타임스퀘어에서 두 번째 스토리룸 '헤이홈! 마이홈' 기자간담회를 갖고, 일부 상품의 가격을 공개했다. 키즈상품 위주로 총 20개 가격표가 떼어졌다. 어린이 서랍장(5만원), 장난감(9900원), 사이드테이블(2만9900원), 소형카펫트(4만9900원), 인형(1만9900원), 의자(3만원) 등이다.
울프 스메드버그 이케아코리아 마케팅매니저는 "우선적으로 20개 제품의 가격을 공개했지만 2주에 한 번씩 일부 제품가격을 공개할 예정"이라며 "한국에서의 가격책정은 소비자의 생활수준을 고려해 구매할 수 있는 정도의 가격으로 구성했다"고 말했다.
이에 업계 속내는 실망으로 가득 찼다. 오는 12월 본격적인 국내 영업에 돌입하는 이케아의 가장 큰 장점이 바로 저렴한 가격이기 때문에 대응할 수 있는 사전 정보를 놓치게 된 셈이다. 정확한 가격 수준을 알아야 유통채널 확대나 가격할인 정책 등 구체적인 마케팅 대응책을 마련할 수 있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가구업계 한 관계자는 "이케아 상륙에 가구업계가 가장 고민스러운 부분이 가격 경쟁력에서 뒤쳐진다는 점인데, 그렇다고 제조에서 유통, 물류 등에 들어가는 비용을 모두 줄여 같은 수준으로 가격을 내릴 수도 없는 노릇"이라며 "이케아가 국내에서 어떤 수준으로 가격을 책정할지 궁금했는데 소량의 제품가격만 공개해 실망스러웠다"고 말했다.
이어 "가구업체들이 이케아에 맞서 고품질 프리미엄 라인 등으로 승부를 건다고 하지만 그 정도 고가의 가구를 구입하는 인구는 연수입 상위 1% 정도에 불과하다"며 "명품 브랜드가 아니고서야 전체 국민 가운데 1%만 타깃으로 해서 브랜드파워를 높이겠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상당히 어렵다"고 털어놨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이케아 가격책정에 따라 향후 마케팅 전략을 구체화할 예정이었는데 이 정도 소량 제품의 가격으로는 그림이 그려지지 않아 좀 더 지켜봐야 한다"며 "중년층이야 아직 고품질과 브랜드 파워, 안정감 있는 디자인을 선호하고 있어 그나마 이케아 타깃층에서 조금 벗어나 있지만, 2030 세대와 싱글족 등을 어떻게 공략할 것인지에 대해 많은 업체들이 고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이 같은 이케아의 행보가 전략적으로 당연하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세계 각국에서 자신있게 내세우는 것이 가격 경쟁력인데, 매장 오픈도 전에 가격을 공개하면 히든카드를 먼저 내밀고 게임을 시작하는 것과 다를 것이 없다는 주장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이케아가 가구공룡이 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저렴한 가격으로 소비자들을 끌어모았기 때문"이라며 "매장 오픈도 전에 모든 제품의 가격을 공개한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나라 대기업도 신제품이 출시되는 날까지 제품의 모델이며 기능, 가격 등 모든 것을 공개하지 않듯 이케아도 한국시장에서 끊임 없는 관심을 보이니까 전략적으로 조금씩 가격을 오픈하며 마케팅 효과를 누리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 같은 논란에 대해 이케아 관계자는 "현재 한국에서 소개될 제품 및 가격을 책정하는 작업을 지속적으로 진행하고 하고 있다"며 "한국 소비자들에게 조금이라도 빨리 이케아 제품의 가격을 알려드리기 위해 가격 책정이 끝난 제품에 한해 먼저 공개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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