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배구)'쿠바 특급' 레오, 특별귀화 가능성 일축
"아직 한 나라 대표로 뛸 생각 없어"
2014-04-08 19:19:27 2014-04-08 19:23:46
◇'NH농협 2013~2014시즌 프로배구 V리그'의 남자부 최우수 선수(MVP) 영예에 오른 레오(삼성화재·레프트). (사진=이준혁 기자)
 
[뉴스토마토 이준혁기자] "한국이 싫어 거절하는 것이 아니다. 아직 내 스스로 한 나라 대표로 뛸 생각이 없다"
 
이번 시즌 맹활약으로 프로배구 V리그를 평정하며 삼성화재의 통합 우승을 이끈 '쿠바 특급' 레안드로 레이바 마르티네스(24·연맹 등록명 레오)가 최근 급격히 커지고 있는 특별귀화 논란을 스스로 일축했다.
 
◇'역대 최강' 레오, 압도적 표차로 MVP 받아
 
레오는 8일 오후 3시 서울 63컨벤션센터 내 그랜드볼룸서 열린 'NH농협 2013~2014시즌 프로배구 V리그' 시상식에서 남자부 최우수선수(MVP)로 선정됐다. 언론사 배구기자단 총 28표 중 절대다수인 26표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다.
 
이번 시즌의 MVP 수상을 통해 레오는 남자 프로배구 사상 최초 두 시즌 연속 MVP의 영예에 올랐다. 레오 이전에 삼성화재에서 활약한 '캐나다 폭격기' 가빈 슈미트가과거 두 차례 MVP에 탄 적은 있지만 두 시즌을 연이어 수상하지는 못했다. 그나마 그동안 가빈이 두 차례 이상 MVP에 뽑힌 역대 단 한 명의 선수다.
 
그만큼 2012~2013시즌 한국에 온 레오가 두 시즌 동안 남긴 이미지는 강렬했다. '레오의 시대'란 표현을 써도 부족함이 없을 정도다.
 
레오는 본래 205㎝로 키는 크지만 몸무게가 78㎏라 공격수로 파워가 달릴 것이란 우려가 없지 않았다. 그렇지만 지난 시즌에는 '867득점, 공격성공률 59.69%'로 역대 최고의 공격 성공률을 써내더니, 이번 시즌에는 '1084득점, 공격성공률 58.57%'로 득점을 무려 200점 이상 올리며 상대에게 맹폭을 가해 강한 감탄을 자아냈다.
 
레오의 득점 기록은 역대 3위다. 역대 1~2위는 가빈의 1112점(2011~2012시즌)과 1110점(2009~2010시즌). 하지만 가빈은 34경기에서 이뤄낸 수치고, 레오는 29경기로 엮어낸 수치란 점을 감안할 경우 레오가 결코 뒤지지 않는다.
 
레오에게 28표의 대부분인 26표가 몰린 것은 어색한 풍경이 아니다. 그럴만 했던 득표다.
 
레오는 "스스로 만족스럽다. 한국 두 번째 시즌인데, 이번 시즌에는 외국인 선수의 레벨이 높아졌다. 그럼에도 내 기량을 펼쳐 만족스러웠다. 무엇보다 챔피언결정전 우승이 최고로 만족스러웠다"고 평했다.
 
이어 "장남인 안투안은 쿠바에 산다. 내가 쿠바를 나오기 전에 태어난지 6개월이 됐고, 4년 만에 한국에 데리고 왔다"면서 "큰아들은 나에게 큰 동기다. 배구든 인생이든 내가 성공을 해야 아들을 다시 만날 수 있다. 내게 굉장히 소중하고 사랑스럽다"고 말했다.
 
쿠바를 떠난 망명 선수인 레오는 본국인 쿠바를 떠나기 직전 생후 6개월이던 아들과 헤어졌다. 그러다가 이번 시즌에 4년여 만에 아들을 한국에 데려왔다. 레오의 부정(父情)이 남다를 수밖에 없는 이유다. 
 
레오는 아직 쿠바 국적을 유지한다. 다만 내년이면 미국 영주권을 받게 된다.
 
◇"한국 싫어 거절하는 것 아니야"
 
레오는 빼어난 공격력을 자랑함은 물론 책임감도 남다르다. '외국인 선수는 득점만 잘 올리면 된다'는 종전의 외국인 선수 역할론을 뛰어넘는 맹활약을 펼쳐 팬들의 사랑을 독차지한다.
 
실제로 삼성화재에서 레오의 공격점유율은 59.9%로, 그가 뛰지 않았던 한 경기를 고려하면 60%를 상회한다. 삼성화재의 신치용 감독과 주장 고희진 등의 "의지가 되는 선수"라는 표현은 립서비스 차원이 아닌 것이다.
 
V리그를 평정한데다 책임감도 강하고 한국에 대한 애정도 상당히 깊은 그에게 배구계 일각에선 특별귀화를 시켰으면 한다는 제안을 내놓는다. 지난 시즌에도 잠시 나왔지만 목소리가 작았다면, 이번 시즌에는 매우 커졌다. 오는 9월 열릴 인천아시안게임 금메달이 목표인 대표팀에 레오가 함께하길 바라는 것이다.
 
하지만 레오는 이같은 특별귀화 가능성에 대해서는 일축했다.
 
레오는 "지금 상항에서 내가 한국 대표팀으로 뛴다면 쿠바가 곱지 않은 시선으로 볼 것 같다"면서 "한국 팬들이 그렇게 생각해 주시는 것은 감사하다. 하지만 현재는 (한국에 귀화할) 가능성이 없다. 한국이 싫어 거절하는 것이 아니다. 아직 내 스스로 한 나라 대표로 뛸 생각이 없다"라고 정중히 거절의사를 표했다.
  
그는 3시즌 연속 정규리그 MVP에 대해서는 자신이 있다고 말했다. 레오는 "가능성은 항상 있다"며 "우리 팀이 시즌 전에 기본적으로 갖는 목표는 챔피언이다. 우승해야 후보에도 오를 수 있다. 컨디션 조절을 잘하고 내 역할을 다하고 팀이 좋은 성적을 거둔다면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욕심을 내비쳤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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