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승근기자] 국내외 경기 불안이 계속되면서 대기업들이 지난해 현금성 자산을 대폭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30대 그룹의 현금성 자산은 158조원으로, 전년보다 18%(20조원) 증가했다. 이는 2012년 기준 우리나라 전체예산 320조원의 절반에 달하는 수치다.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 일본 엔저기조, 중국의 성장둔화 등 불확실한 글로벌 경영 환경이 이어지면서 현금 비축량을 늘린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삼성·현대차·SK 등 이른바 재계 ‘빅3’가 30대 그룹 전체 현금성 자산의 70%를 차지했고, 10대 그룹은 88% 비중을 보였다. 이처럼 투자 등으로 돈을 풀어야 할 재벌그룹들이 곳간에만 돈을 쌓아두면서 낙수효과는 기대키 어렵게 됐다.
30일 기업경영성과 평가사이트인 CEO스코어가 30대 그룹 상장사 171개사(금융사 제외)의 현금성 자산을 조사한 결과 총 157조7000억원으로, 지난해 133조3600억원 대비 18.3% 증가했다. 현금성 자산은 현금에 단기금융상품을 합산했다.
30대 그룹 중 현금이 가장 많은 곳은 60조원을 보유한 재계 1위 삼성이었다. 삼성은 지난해 42조8600억원보다 무려 40% 크게 늘었다.
2위는 현대차그룹으로, 34조6000억원에서 39조5000억원으로 14.2% 증가했다. 3위인 SK그룹은 10조9600억원으로 전년과 같은 수준이었다.
삼성과 현대차, SK 등 ‘톱3’의 현금성 자산을 합치면 총 110조4800억원으로, 30대 그룹 전체의 70.1%에 달했다. 이는 전년 66.3%보다 3.8%포인트 높아진 수치다.
4, 5위는 LG그룹 9조1400억원, 포스코그룹 7조6200억원이었다. 포스코는 그룹 순위가 6위로 롯데에 뒤지지만, 현금 보유량에서는 한 계단 높은 5위를 차지했다.
이어 롯데그룹(3조9400억원), GS그룹(3조1800억원), KT(2조3200억원), 한진그룹(2조1300억원), 현대중공업(1조9200억원) 등이 ‘톱10’에 이름을 올렸다.
상위 10대 그룹의 총 현금성 자산은 139조4000억원으로, 30대 그룹 전체의 88.4%를 차지했다. 2012년 85.5%(114조원)보다 2.9%포인트 높아졌다.
반면 이들 그룹을 제외한 나머지 그룹들의 현금성 자산은 18조2600억원으로, 19조2800억원에서 5.3% 감소했다.
상위 5대 그룹으로 범위를 좁히면, 현금 증가율은 24%로 높아지고 삼성과 현대차 등 빅2만 놓고 보면 28.5%로 상승폭이 더욱 커진다. 상위 그룹으로의 쏠림이 뚜렷했다.
반면 현금 보유량이 가장 적은 곳은 동부그룹으로 2500억원에 그쳤고, 신세계그룹도 3750억원으로 그룹이 해체된 STX(3840억원)보다 낮았다.
이어 대우조선해양(4300억원), 대우건설(5300억원), LS(5600억원), 효성(5700억원), 영풍(8700억원), OCI(8800억원), 에쓰오일(9400억원) 순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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