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준혁기자]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는 최근 5년간 꼴찌만 4번을 했다. 꼴찌를 면한 해는 8개팀 중 7위로 시즌을 마쳤다.
일본 무대에 진출했던 김태균이 복귀한 지난 2012년 꼴찌로 추락했고, 미국 LA다저스 진출로 류현진이 빠진 2013년 한국 프로야구 최초의 9위를 겪었다. KT가 1군에 오를 2015년 '최초 10위'를 경험할 것이란 비아냥이 나오기도 한다.
지난 시즌 한화는 처음 1군에서 활약하는 NC에 비해서 승률이 8푼8리나 뒤졌다. '개막 후 연속 13패'라는 치욕스런 기록은 시작에 불과했고, "나는 행복합니다. 한화라서 행복합니다"라는 응원가는 '고행(苦行)'의 상징처럼 여겨졌다.
이에 한화는 이번 시즌을 앞두고 많은 투자를 했다. 자팀 자유계약선수(FA)를 모두 잡았고 정근우, 이용규를 한화로 영입했다. 지난 2012년 겨울 서산 성연면 전용훈련장 완공에 이어 이번 겨울엔 홈인 대전의 한밭구장을 리모델링해 경기력 향상을 꾀했다.
어찌보면 한화 구단은 최선을 다해 지원했다. 2명이 한도인 타팀 FA를 모두 거액을 들여 잡고, 최악의 성적에도 돈 보따리를 풀었기 때문이다. 과연 한화는 돈쓴 만큼 좋은 성적을 낼까. '올해는 절대 강자가 없는 9중 시즌'이란 전문가의 평가가 자주 나오는 상황이다.
◇대전 한밭구장 전경. (사진=이준혁 기자)
◇S(Strength : 강점) - '시설 인프라 개선' , '달라진 마운드' , '선수 화끈한 대접'
최근 5년 간의 '한화이글스'라는 팀은 팬들에게 '장점은 노장 선수에 대한 섭섭지 않은 대접과 멋진 응원가가 전부'라는 평을 들었을 정도로 전력이 취약했다.
게다가 야구장도 광주·대구 등지와 함께 '3대 노후구장' 평을 받으면서 부정적 평이 잇따랐다.
사실 올해도 한화는 뚜렷한 강점은 없다. 그렇지만 많은 부분 개선하기 위해 적극 노력했고, 바닥에서 올라설 희망이 있다.
이번 시범경기에서 팀 평균자책점 2위(4.11)가 됐다는 사실은 고무적이다.
한화의 평균자책점은 선두인 LG(4.11)와 거의 차이가 없다. 좋은 제구를 토대로 안정적 경기 운영을 펼친 새로운 외국인 투수 앤드류 앨버스와 케일럽 클레이에 지난 시즌과는 다르게 급성장한 송창현이 이같은 결과를 이끌었다.
게다가 투구내용이 시범경기 전반보다 후반이 나았다는 사실과, 4·5선발 자리를 경쟁 중인 다른 투수도 경기력이 향상됐다는 점에서 더욱 희망적이다.
자팀 FA에 좋은 대우를 해주며 다른 선수들의 사기도 올라갔다는 사실도 긍정적 요소다.
더불어 대전 한밭구장의 4차에 걸친 리모델링도 선수 경기력 향상에 좋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잔디·흙이 좋아지고 펜스가 개선되며 부상 위험이 줄었기에 허슬 플레이도 두렵지 않을 상황이 된 것이다.
◇한화 이글스 새 외국인 투수 앤드류 앨버스(Andrew Albers). (사진제공=한화이글스)
◇W(Weakness : 약점) - 다른 팀에 비해 얇은 선수층
비록 시범경기에서 좋은 성적을 쓰긴 했지만 한화의 선수층은 여전히 얇다. 약한 선수층을 금방 극복하는 것은 상당히 어려운 일이다.
'2군 선수는 다른 구단에 가면 곧바로 3군(혹은 방출)'이라는 팬들의 비아냥을 굳이 거론하지 않아도, 2군에서 1군으로 올라오는 선수가 드물고 지난시즌 한화 퓨처스(2군) 팀이 소속된 북부리그에서 꼴찌를 했다는 사실만으로도 한화의 약한 선수층은 쉽게 느낄 수 있다. 물론 정근우와 이용규를 새로 들였지만 포수 한승택을 내줘야만 했다.
우선 군 제대 선수로서 '기본만 해주면 1군으로 올라설 것처럼' 느껴졌던 안영명과 윤규진이 불안하다. 시범경기 기간동안 안영명과 윤규진의 평균자책점은 각각 9.64(4경기)와 8.53(6경기)로 매우 저조하다. 무난히 선발에 포함될 것으로 예상됐던 유창식도 들쭉날쭉한 경기력을 선보이며 벤치와 팬들의 불안을 키웠다.
이들의 기량이 떨어지면 가능성 있는 백업으로 바꾸거나 다른 선수를 등용하며 기회를 줘야 하는데 그럴만한 선수가 없다. 선발과 불펜 고정을 노리는 투수 중에선 각각 윤근영(4경기 2실점, 평균자책점 1.64)과 신인 최영환(7경기 무실점, 평균자책점 1.64)만 가능성을 살짝 보여줬다.
이같은 상황에서 부상 선수라도 생기게 되면 해당 포지션은 바로 팀의 '구멍'이 될 가능성이 높다. 한화가 지난해 서산 전용훈련장을 짓고 육성에 노력을 기울이기 시작했지만 단시일에 결실을 얻긴 어렵다.
◇최영환. (사진제공=한화이글스)
◇O(Opportunity : 기회) - 정근우·이용규 영입, 제대 선수 복귀, 신인 선수 선전
그나마 한화에게 기회는 지난해 없던 선수가 대거 새롭게 모습을 보인다는 점이다. FA로 영입된 정근우(전 SK)와 이용규(전 KIA)도 있고, 병역의 의무를 마치고 돌아온 김회성-안영명-윤규진 등의 선수도 있다. 신인 선수 중에도 희망이 보인다.
김응용 감독은 "(지난시즌 1군 엔트리와 비교해) 절반 가량은 바뀔 것"이라는 말을 했다. 안영명과 윤규진이 시범경기에 불안한 모습을 보이면서 의문부호가 찍히긴 하지만 지금으로선 FA와 신인을 중심으로 큰 폭의 물갈이가 될 것으로 보인다.
정근우와 이용규는 명실공히 최상급의 선수다. 시범경기에서도 좋은 활약을 보였고 다년간 빼어난 성적을 거뒀던 점을 감안하면, 올해도 새 팀에서 멋진 모습을 선보일 것으로 보인다.
신인선수 중에는 투수 최영환과 포수 김민수가 주목된다. 두 선수 다 스프링캠프기간 가능성을 보이더니 시범경기에서도 쏠쏠한 활약을 펼쳤다. 김응용 감독은 두 선수를 주전에 넣을 계획을 일찌감치 세웠고 결국 큰 문제가 없다면 무난히 주전에 들 것으로 보인다.
한화를 표현하는 단어로 '경로당'이란 말이 있었다. 베테랑을 우대한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이지만, 새로 올릴 선수가 딱히 없어 나온 결과라는 점에서 안타까운 현실의 반영이었다.
그렇지만 올해는 다른 모습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프로에 처음 데뷔하는 신인 중에도 좋은 활약이 예상되는 선수가 있고 연령 면에서 중간급의 선수가 실력향상이 기대된다. 한화에게는 예년과는 다른 시작이고, 기대할 만한 요소다.
◇정근우(왼쪽), 김응용 감독(가운데), 이용규(오른쪽). ⓒNews1
◇T(Threat : 위협) - 수년동안 '희망'이 확신으로 연결 안 되는 부진
이처럼 올시즌 한화에는 긍정적인 변수가 적지 않다. 객관적인 수치도 보기 좋고 실현될 가능성이 있는 내용도 팬들에게는 희망을 준다.
하지만 한화는 매년 그래왔다. 그동안 시즌 개막 직전 한화에 대해 많은 기대를 걸었지만 정작 시즌에 들어가면 초반부터 부진에 빠지곤 했다.
지난해 류현진이 미국 LA다저스로 팀을 옮기면서 일부 우려가 나왔을 때도, 초반 성적의 부진이 프로야구 역대 최악인 '개막 13연패'로 이어질 것으론 전혀 예상치 못했다.
긍정적일 때도 부정적일 때도 최근 5년 동안 한화 이글스는 당초 예상보다 더욱 나쁜 결과로 시즌 초반 예상을 빗겨갔다.
공교롭게도 SK와 KIA 등의 지난시즌 다른 하위권 구단과 함께 한화도 올해 감독과의 계약 기간이 끝난다. 전폭적인 투자를 단행한 한화이기에 김응용 감독은 부담감이 적잖을 것이다.
김 감독은 2년 계약을 맺고 한화로 왔다. 최악의 팀을 물려받은 상황에서 지난해의 부진은 이해할 수도 있다. 다만 올해도 나쁜 성적을 낸다면 재계약은 어려울 것이고 다른 팀으로 옮기는 것도 쉽지 않을 것이다.
과연 김 감독은 내년에도 한화 유니폼을 입고 감독석에 앉을 수 있게 될까. 아니면 야구계 원로로 쓸쓸히 모습을 뒤로 하게 될까.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