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리? 비급여 공개 확대에 병원계 ‘볼멘소리’
2014-02-20 17:30:29 2014-02-20 17:34:41
[뉴스토마토 이경화기자] 최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상급종합병원에 이어 300병상 초과 종합병원까지 비급여 가격을 공개하면서 병원들이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단순 가격비교로 마치 해당 병원들이 ‘폭리 장사’를 하는 것처럼 비쳐졌다는 게 병원계의 볼멘소리다. 반면 환자와 보호자들은 소비자의 알 권리 측면에서 당연하다는 반응이다.
 
◇종합병원 비급여 최고·최저 가격.(자료=심사평가원, 2013년 12월 기준)
 
심사평가원은 지난 18일부터 심평원 홈페이지에 상급종합병원에 이어 300병상 초과 종합병원까지 비급여 가격을 공개했다. 현재 공개하고 있는 비급여 항목은 ▲상급병실료 ▲초음파검사료 ▲MRI 진단료 ▲치과임플란트료 등 10대 항목 32개 세부항목이다.
 
분석결과를 보면 MRI(자기공명영상촬영)로 허리 부위를 검사할 때는 최저 24만7000원에서 최고 79만2000원으로 3.2배 차이가 났다. 치과 임플란트 비용은 치아 한 개당 최저 90만원을 받는 병원부터 최고 400만원을 받는 병원까지, 4.4배 값이 뛰었다.
 
1인실 상급병실료는 4만원보다 무려 8.8배 비싼 35만원을 받는 병원도 있었다. 다빈치 로봇수술은 전립선 부위에서 최저 400만원부터 최고 1484만원까지 3.7배 차이를 보였다. 같은 진료임에도 가격차는 엄청났다.
 
심평원이 이에 따른 병원 실명과 가격을 공개하자 고비용을 받고 있는 것으로 지목된 종합병원들은 일제히 불만을 터트렸다. 각 병원의 의료장비 시설, 병실규모, 시공비, 구비비품 등 의료수준을 간과한 단순 가격비교로 의료 소비자들의 불신만 조장한다고 입을 모았다.
 
국립암센터 관계자는 “가격차이가 나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면서 “병원마다 사용하고 있는 의료장비는 같은 목적이라도 연식과 성능, 구입비 등이 천차만별이다. 암센터의 경우 초음파, MRI 등의 영상검사가 필수이기 때문에 최고의 화질을 보장하는 좋은 기계는 필수다. 때문에 비급여 진료비가 다를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분당차병원 관계자는 “(심평원)취지는 좋지만,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설명이 아닌 병원간 단순 비급여 가격비교만 환자들에게 공개하면 병원이 부도덕의 온상으로 비춰질 수 있다”며 “환자와 의료기관 간 불신을 심어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관계자도 “비급여 특성상 가격차가 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선택은 환자 몫”이라면서 “단순히 비급여 진료비를 공개해 병원과 국민을 이간질하는 것은 정당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비급여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면 심평원 차원에서 제도 개선 등 방법을 강구하면 되지 않느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반면 환자 입장에서는 환영의 기류가 역력했다. 안기종 한국환자단체연합회 대표는 “비급여 공개 자체만으로도 큰 의미가 있다”며 “의료장비의 성능과 가격 등 보고가 잘 이뤄진다면, 그 품질과 퀄리티가 인정돼 의료 소비자인 환자들 입장에서도 환영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에 공개된 종합병원의 비급여 가격 정보는 심평원과 각 의료기관의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오는 4월부터는 모바일 심평원 홈페이지와 건강정보 앱에서도 병원별 비급여 가격을 비교할 수 있게 된다.
 
심평원 관계자는 “그동안 비급여 가격은 각 의료기관 홈페이지에 고지돼 있었지만 일반 국민이 가격을 비교하기 위해서는 각각 수집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었다”면서 “이번 공개로 국민이 의료기관을 선택할 때 도움이 되고 비급여 가격 안정화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전했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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