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전재욱기자] 일제강점기 조선의 왕족 출신으로 친일 행각을 일삼은 이해승씨(1890~1957)의 유족들이 국가를 상대로 친일반민족자 결정과 친일재산 국고 환수 처분을 각각 취소하라며 소송을 냈으나 항소심에서 패소했다.
서울고법 행정합의11부(재판장 최규홍)는 8일 이씨의 손자 이모씨가 법무부 장관과 안전행정부 장관을 상대로 각각 낸 친일재산확인결정처분과 친일반민족행위자지정처분 취소청구소송에서 원고승소로 판결한 1심 판결을 취소하고 원고패소 판결했다.
우선 재판부는 '한일합병의 공으로' 부분이 삭제된 개정 '일제강점하 반민족행위 진상규명에 관한 특별법'(특별법)을 자신의 조부에게 적용한 처분은 소급입법으로 위헌이라는 이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한일합병의 공으로' 부분을 삭제한 친일재산 특별법 부칙의 위헌 여부에 대해 헌법재판소에서 합헌이라는 결정을 한 바 있는 점 등을 종합하면 친일반민족행위결정에 이 조항을 적용한 것은 소급입법금지원칙 등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앞서 이씨는 재판부에 해당 법적용이 위헌이라며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냈으나 헌재는 지난해 7월 이를 합헌으로 결정했다.
당시 헌재는 "제청신청인의 보호가치가 크다고 할 수 없는 반면, 이 조항으로써 달성되는 공익은 매우 중대하므로 신뢰보호원칙과 과잉금지원칙 등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이에 따라 이씨의 조부가 특별법으로 정한 친일반민족행위자에 해당하므로, 한일합방 후 조부가 일제로부터 받은 재산도 친일재산이라고 인정했다.
이와 함께 재판부는 친일재산으로 구분된 토지 일부는 왕족인 조부가 조선의 왕으로부터 물려받은 것(사패지)이라는 원고의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이해승이 한일합병 직후 후작 작위를 받는 등 친일행위의 대가로 각종 이익과 특혜를 부여받은 점을 고려할 때 일제가 주도한 식민지 토지정비정책에 편승해 받은 여지도 있다"고 밝혔다.
친일반민족행위자재산조사위원회(위원회)는 2009년 5월 이씨의 조부를 친일반민족행위자로 지정하고, 소유재산을 친일재산으로 분류했다.
이씨의 조부는 조선 왕조의 후손으로 한일합방이 이뤄진 1910년 7월 일제로부터 후작 작위를 받고, 이듬해 은사공채 16만8000원(현재가치 20억원 상당)을 받았다.
이후 일본으로 건너간 이씨의 조부는 당시 데라우치 총독을 방문해 작위 수여에 대한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이토 히로부미의 묘를 참배했다.
한편, 이씨는 2008년 조부가 소유한 경기도 포천에 있는 임야 24m²와 191필지에 대한 국가귀속결정처분을 취소하라고 소송을 내 승소했다. 이 판결은 2010년 대법원에서 확정됐다. '한일합병의 공으로'라는 특별법을 적용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러자 이씨는 "조부는 한일합병에 대한 공을 인정받은 것이 아니라 대한제국 황실의 종친이라는 이유로 일제로부터 후작작위를 받은 것"이라며 소송을 냈고, 법원은 이를 받아들였다.
당시 판결은 국민의 공분을 샀고 국회는 법개정을 통해 2012년 10월 친일재산 특별법에서 '한일합병의 공으로' 부분을 삭제했다.
이번 판결이 확정되면 친일재산으로 분류된 이해승씨 소유의 서울시 은평구 일대의 토지 2922m²가 국가로 귀속된다.
◇(사진=뉴스토마토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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