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기철기자] 근로자가 병가 중에 다른 회사로 이직하기 위해 면접과 신체검사를 받고 합격하자 병가가 끝난 직후 사직서를 내고 나오지 않았더라도 회사는 명백한 재산상 손해가 없는 한 근로자에게 위자료를 청구할 수 없다는 판결이 나왔다.
울산지법 민사2부(재판장 문춘언)는 공장자동화 시스템 제조업체인 A사가 "갑작스러운 퇴사로 손해를 입었다"며 퇴직자 B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의 항소심에서 1심대로 원고패소 판결했다고 4일 밝혔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피고가 근로계약 해지 전 병가중인 상황을 이용해 이직 준비를 하면서 이런 사실을 원고회사에게 사전 고지하지 않고 하루만에 퇴사함으로써 원고회사 업무에 다소 불편을 초래한 점은 인정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그러나 피고가 병가를 낸 것은 교통사고를 당했기 때문일 뿐만 아니라 퇴사 전 닷새간 출근해 담당업무를 인수인계했으며, 피고가 퇴사 후 원고회사의 중요 영업상 비밀을 누설하는 등의 사정은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더구나 근로자가 다른 회사로의 이직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그 이직 가능성이 확정되지도 않은 상태에서 이직을 준비하고 있다는 사정을 재직 중인 회사에 고지하도록 강제하는 것은 사회통념에 비추어 과도하다"며 "피고의 이직행위가 불법행위에 이를 정도로 위법하다고 볼 수는 없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또 B씨가 갑작스럽게 퇴사하는 바람에 불량품이 발생하는 등 재산상 손해를 입었다는 A사의 주장에 대해서도 "재산상 손해가 어떤 것인지는 물론 발생여부도 불분명해 손해를 특정하기 어렵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A사 제작라인에서 3년간 일해 온 B씨는 2011년 12월 교통사고를 당했다며 병가를 낸 뒤 20일간 출근하지 않다가 병가가 끝난 뒤 출근한지 닷새만에 다른 회사로 이직하겠다고 통보한 뒤 퇴사했다.
이에 A사는 B씨를 상대로 "갑작스런 퇴사로 발생한 불량품 등 재산상 손해 2000만원과 정신적 손해에 대한 위자료 300만원을 배상하라"며 소송을 냈다.
1심 재판부는 그러나 "원고가 입었다고 주장하는 손해가 분명하지 않고, 피고가 이직 전 출근해 업무에 필요한 인수인계를 했을 뿐만 아니라 이직에 대해 불법적인 책임이 있었다고도 볼 수 없다"며 원고패소 판결했다. 이에 A사가 항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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