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의 '우울한' 연말
2013-12-17 13:26:25 2013-12-17 15:49:54
[뉴스토마토 최승근기자] 포스코가 그 어느 때보다 우울한 연말을 맞고 있다.  
 
실적 하락이 계속해서 발목을 잡고 있는 가운데, 라면상무 사건은 갑질 논란의 대명사로 비화됐다. 또 동반성장 관련 자료를 허위로 제출한 사실마저 더해지면서 기업 이미지와 도덕성에 치명타를 입었다. 
 
무엇보다 국세청의 전방위 세무조사 등 청와대의 직간접 압박 끝에 정준양 회장이 결국 사의를 표명하면서 하루아침에 수장을 잃게 됐다. 차기 회장을 놓고 청와대 의중을 살피느라 여념이 없는 가운데 짙어진 불확실성은 포스코의 앞날을 암울케 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인명사고까지 발생하면서 올 한 해를 악재로 마무리하게 됐다. 포스코서는 악몽 같은 한 해로 기억될 상황이다.
 
포스코의 실적 악화는 철강 업황 부진의 여파가 컸다. 철광석 가격 인상으로 원가 비중은 높아진 반면 중국의 저가제품 공세와 건설, 조선 등 전방산업 부진으로 수요는 줄었다.  
 
올해 내내 이 같은 상황이 되풀이되면서 포스코는 올 3분기까지 4분기 연속 영업이익 1조원 클럽 재진입에 실패했다. 급기야 지난 3분기에는 영업이익률이 4.18%로 떨어졌다. 2004년 25.5%에 비하면 10년 사이 5분의 1 수준으로 급락했다.
 
실적 악화 속에 자회사는 늘면서 부채 비율도 덩달아 상승, 신용등급의 하락을 부추겼다. S&P는 2011년 포스코의 신용등급을 'A'에서 'A-'로 낮춘 데 이어 지난해 10월 'BBB+'로 다시 한 번 떨어뜨렸다. 무디스도 지난달 'Baa2'로 한 단계 강등했다.
 
지난 4월에는 포스코 계열사 한 임원이 서비스 불만을 이유로 승무원을 폭행한 사건이 알려지면서, 이른바 '갑질' 논란에 불을 지폈다. 당시 한 여론조사에서는 해당 사태가 포스코의 명성을 한순간에 떨어뜨릴 정도로 충격적이라는 답변이  67%가 넘게 나오기도 했다.
 
9월 들어서는 국세청의 세무조사 칼날이 떨어졌다. 서울, 포항, 광양 등에서 동시다발로 조사가 진행된 데다, 일부 임원들의 사무실에서도 자료를 가져가면서 재계 안팎에서는 정준양 회장을 흔들기 위한 특별세무조사로 받아들였다.
 
이어 10월에는 포스코가 지난해 동반성장위원회에 제출한 공정거래협약 이행실적 자료 일부가 허위로 조작된 사실이 드러나면서 기업 이미지에 중대한 타격을 입었다. 이에 공정위는 포스코에 대한 실태조사와 함께 직권조사 2년 면제 지위를 박탈했고, 동반위도 포스코에 부여된 우수등급을 취소했다.
 
결국 지난달에는 정준양 회장이 공식 사의를 표명하기에 이르렀다. 정권 교체기마다 포스코 수장이 교체되는 잔혹사가 이번에도 어김없이 재연됐다. 지분 하나 없는 정권의 계속된 개입은 기술 경쟁력으로 무장한 포스코를 누더기로 만들었다.
 
악재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았다. 실적 악화를 빌미로 도덕성 논란에 세무조사, 수장 교체 등 갖은 외압에 시달리던 포스코는 이번에 인명사고까지 발생하면서 기업이 겪을 수 있는 최악의 사건을 모두 경험하게 됐다.
 
지난 16일 오후 8시30분쯤 경북 포항시 포항제철소 파이넥스3공장 주변 플랜트산소설비 현장에서 원인이 규명되지 않은 사고로 포스코건설 하도급업체인 정풍개발 소속 직원 두 명이 숨졌다. 질소유출로 인한 질식사로 추정되는 가운데 소방당국이 원인 규명 작업에 착수했다.
 
새로운 CEO를 맞을 준비에 조용히 한 해를 마무리하고자 한 포스코에 올해는 마지막까지 가혹했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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