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승근기자] STX그룹에 대한 구조조정이 일단락된 가운데 채권단이 이번에는 조선그룹에 대한 쪼개기 작업에 착수했다. 전체 계열사들에 대한 향방이 정해지자 핵심 계열사에 대한 정리에 돌입한 것.
조선그룹은 STX조선해양을 중심으로 STX엔진, STX중공업, 포스텍 등 4개사를 지칭하는 말로, 선박 설계부터 부품, 조립 등 선박 건조에 필요한 계열사들로 이뤄져 있다.
이는 ‘STX그룹의 조선 분야만 살리고 나머지는 매각하거나 처분한다’는 당초 채권단의 방침에 따른 것으로, 우선 조선그룹 계열사 간 지분 정리에 집중하는 모양새다.
채권은행들은 보유한 채권 비율에 따라 출자전환 및 유상증자를 진행해 계열사 간 순환고리를 끊고, 최대주주에 올라 본격적인 경영정상화에 나선다는 기본방침을 세웠다.
이 과정에서 계열사의 소유권이 채권단으로 이전되고 강덕수 회장과의 연결고리도 끊기게 되지만, 각 계열사들은 지분을 내주는 만큼 신규자금을 지원받아 정상화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을 전망이다.
우선 조선그룹의 핵심인 STX조선해양은 STX의 감자 및 출자전환에 따라 지난달 21일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17.16%)이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이전까지는 그룹 지주사인 STX(30.57%)가 최대주주였으나 자율협약에 따른 감자와 출자전환 등의 과정을 거치면서 산업은행 등 채권단이 대주주가 됐다.
주인으로 올라선 채권단은 정성립 전 대우조선해양 사장을 신임 대표로 내정하고 지난달 29일 이사회를 통해 확정했다. 정 후보는 이달 16일 주주총회에서 승인되면 현 류정형 대표와 함께 투톱 체제를 구축, STX조선해양을 이끌게 된다.
STX중공업은 출자전환을 통해 지난 3일 최대주주가 STX엔진 외 4인(61.94%)에서 산업은행 외 1인(19.89%)으로 변경됐다.
STX엔진도 지난 9월 출자전환을 위한 513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통해 우리은행, 산업은행, 외환은행, 농협은행 등 채권단 지분이 최대주주인 STX 지분을 넘어섰다.
단독 지분 보유량으로는 여전히 STX(18.34%)가 최대주주지만 우리은행(15.00%), 산업은행(8.43%), 외환은행(5.52%), 농협은행(5.06%), 하나은행(1.88%) 등 채권단 지분을 모두 합치면 전체 지분의 35.89%를 차지해 STX 보유지분의 두 배에 달한다.
채권단 자율협약을 진행 중이던 포스텍은 워크아웃으로 전환할 계획이다.
포스텍이 채권단에 자율협약을 신청할 당시 채권단은 포스텍이 사실상 강덕수 회장의 개인회사라는 이유로 자율협약을 반대했었다. 그러나 포스텍이 STX조선해양에 주요 선박 부품을 납품한다는 점을 감안해 자율협약으로 방향을 바꾸는 등 우여곡절을 겪었다.
하지만 자율협약 추진 과정에서 대구은행과 부산은행, 국민은행이 반대매수청구권을 행사하면서 신규자금 규모는 800억원에서 718억원으로, 출자전환 규모는 657억원에서 601억원으로 줄자 포스텍 또한 워크아웃으로 방향을 틀었다.
오는 16일 비협약채권단인 신용보증기금(250억원)의 보증 만기일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신규자금을 지원해봤자 채무 상환에만 급급할 뿐, 사업 운용에는 실질적 도움이 안 된다는 판단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오는 10일 포스텍의 워크아웃이 받아들여지면 모든 채권은 향후 3개월간 유예되며, 신용보증기금도 기존 채권은행들과 함께 워크아웃 협약 채권자로 참여하게 된다.
자율협약이 회사 경영자와 채권단이 협의해 경영정상화 방안을 추진하는 데 비해 워크아웃은 경영 전반에 대한 사항을 채권단이 주도한다는 점에서 채권단의 입김이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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