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수현기자] 지난 대선이 총체적 관권선거로 치러졌다는 의혹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당시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대선 후보의 비공개 독대가 재부각되고 있다.
2012년 9월 2일 이 전 대통령과 박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전격 회동했다. 대선을 100여일 앞두고 새누리당 현직 대통령과 유력 대선 후보가 만난 것이다.
이 만남에서 이 전 대통령과 박 대통령이 국정원 등 국가기관의 선거개입 문제에 대해 논의나 교감이 있었는지 여부가 주목된다.
박 대통령은 대선 개입 의혹이 1년 가까이 정권의 발목을 잡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본인은 물론 전임 정부의 책임도 말하지 않는 모습이다.
"국정원으로부터 아무런 도움도 받지 않았다", "제가 댓글 때문에 당선됐다는 것이냐"는 말로 전 정권에서 벌어진 일과 본인은 무관하다는 입장만 되풀이하고 있다.
오히려 박 대통령은 진상을 규명하기 위한 야권 각계의 특검 도입 요구에 "여야 합의"를 내세워 사실상 거부 의사를 드러낸 상태다.
전임 정권에서 벌어졌다는 의혹을 받는 대선 개입 여부에 대한 특검이 실시되면 당시 최고 책임자였던 이 전 대통령에게로 수사의 초점이 모아질 수밖에 없어, 현재의 모양새는 박 대통령이 이 전 대통령을 비호하고 있는 것으로 비친다.
대선 개입 의혹으로 국정이 꽉 막힌 상황에서 '박 대통령이 정말로 몰랐다면' 전임 정부와 이 전 대통령 책임론을 부각해 문제를 털고 갈 수도 있어 보이지만 박 대통령은 무슨 이유에서인지 특검을 거부하고 있다.
박 대통령은 이 전 대통령과의 회동 당시 각종 여론조사에서 안철수 무소속 의원에게는 근소하게 뒤지면서 문재인 민주당 의원과는 오차범위 접전 우세를 보이는 지지율을 기록하고 있었다.
당시 언론들은 새누리당 정권의 재창출을 위한 허심탄회한 대화들이 박 대통령과 이 전 대통령 사이에 오갔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김현 당시 민주당 대변인은 두사람의 회동내용과 관련 "대화 내용을 한 자도 빼지 않고 발표했다는 것은 새빨간 거짓말"이라면서 "두 사람이 나눈 비공개 밀담은 이명박 대통령의 대선 관리 공정성과 중립성을 믿을 수 없게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민주당 전략홍보본부장을 맡고 있는 민병두 의원도 최근 라디오에 출연해 "국정원의 댓글이 박근혜 후보를 위해서 시작된 흔적은 별로 없다. 그런데 작년 회동 이후부터 본격적으로 문제의 발단이 된 여러 글들이 올라오기 시작한다"며 "우리는 이명박·박근혜 회동을 굉장히 주시해서 보고 있다"고 밝혔다.
민 의원은 또 지난 22일 YTN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대화 내용은 외부에 공개가 안 됐지만 정권의 재창출을 위해서 함께 노력하기로 했다는 대화가 있었던 걸로 보도가 나와 있다"며 "그 직후부터 모든 것(국가기관 대선 개입)이 시작된다"고 말했다.
김동렬 구조론연구소장 역시 "부정선거 주범은 이명박"이라면서도 "당선자가 범죄자에게 대가를 지불하면 사후 공모다. 박근혜는 선거 전에 이명박과 회담을 했다"고 강조했다.
김 소장은 또 25일 자신의 홈페이지에 올린 칼럼에서 "박근혜 대통령은 대국민 사과를 하고 이명박 전 대통령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방법으로 면피할 수 있다"며 노태우 전 대통령이 전두환 전 대통령을 1988년 백담사로 보낸 사례를 들기도 했다.
박 대통령의 말대로 도움받은 게 없고 자신은 무관하다면 새누리당이 특검을 이렇게 완강히 거부하는 이유가 과연 무엇인지 관심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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