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곡동 대도초등학교, 도곡렉슬아파트 전경(사진=뉴스토마토DB)
[뉴스토마토 한승수기자] 대학수학능력평가 시험이 끝난 후 숨고르기를 하고 있는 강남 전세시장이 겨울 방학을 앞두고 불안감이 감돌고 있다. 학년이 바뀌는 겨울방학을 이용해 강남8학군으로 진입하기 위한 맹모들이 몰려들 경우, 최근 둔화된 전세값 상승세가 다시 요동을 칠 수 있기 때문이다.
전통적으로 강남의 전세시장 성수기는 일반적인 지역보다 1~2개월 빠르다. 일반적으로 전세시장은 날이 좋은 봄, 가을에 사람들이 몰리는 반면 강남은 여름과 겨울 방학을 이용해 진입하기 때문이다.
특히 겨울 방학은 학년이 바뀌는 시기로 학군 이동이 가장 활발한 시기다. 통상 겨울 방학이 시작하기 전인 11월 말부터 시작해 방학이 끝나기 직전인 2월 초순까지 강남 전셋값은 강세를 보인다.
KB국민은행에 따르면 최근 10년 간 11월에서 이듬해 2월까지 겨울방학 시즌, 강남·서초·송파 등 강남3구 전셋값은 평균 1.1%씩 상승했다. 같은 기간 전국 상승률 0.6%, 수도권 0.3%, 서울 0.5%를 크게 상회한다.
주거비용 부담과 인터넷 강의의 발달로 예전만 못하지만 여전히 강남 전셋값을 떠받치고 있는 핵심 요소는 교육이다. 특히 수요가 줄고 있지만 여전히 공급이 더 부족한 상황이라 전셋값은 강세를 지속하고 있다.
강남구 대치동 행운공인 김성일 대표는 "교육 1번지였던 대치동이 죽었다고 해도 이곳 전셋값은 서울 아파트 두채값을 뛰어넘는다"며 "집이 없는 사람들도 아닌데 그 비싼 돈을 내고 전세사에 사는 것은 교육이 가장 큰 이유다"고 설명했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 동부센트레빌 전용 145㎡의 전셋값은 13억원~14억원 선이다. 강북의 강남이라 불리는 노원구의 효성화운트빌 134㎡의 매매가 6억5000만원이다. 서울 집 두채를 살 수 있는 금액으로 강남 대치동에서는 전세를 살아야 한다.
신흥 강남 주거지로 부상하고 있는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 퍼스티지 전용 84㎡의 전셋값도 9억5000만원에 달한다.
맹모들의 강남행은 단순 양질의 교육을 받기 위해서만은 아니다. 어린 시절 고급 커뮤니티 형성을 위해 고가의 주거비용에도 불구하고 강남을 고집하는 학부모 수요는 여전하다.
채은희 개포주공 공인 대표는 "좋은 학교와 학원이 많아 강남을 찾는 것만은 아니다"라면서 "사람 간 선입견이 가장 없는 시기인 학창시절에 좋은 집안의 친구들을 만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주기 위해 강남을 찾는 학부모들이 예나 지금이나 여전하다"고 설명했다.
특히 최근에는 장기화되는 전세난에 전셋집 선점 현상이 학군 선호 지역에 한정되지 않고 전국적으로 나타나고 있어 올 겨울 전세난 심화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채 대표는 "옛날에는 강남 말고는 봄, 가을이 이사철이었는데 요즘은 딱히 때를 잡을 수 없다"며 "전셋집이 부족해 많은 사람들이 전셋집 찾기를 앞당기고 있어 겨울, 여름이 성수기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