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지은기자] 한 때 디폴트 위기로 전세계 투자자들을 혼란에 빠뜨렸던 그리스 증시가 6년 침체를 끝내고 상승세를 보여 투자자들의 눈길을 사로잡고 있다.
그리스 ASE지수는 투자분석업체 MSCI가 지수를 신흥국 주식에 편입한 작년 6월5일 이후 146% 상승했다. 전 세계 94개국 증시 중 베네수엘라 다음으로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10년물 국채 수익률 역시 작년 3월 최고치 33.7%에서 최근 8%대로 떨어졌다.
유로존 위기의 도화선이 됐던 재정위기도 진정되는 분위기다.
그리스의 내년 GDP 대비 재정적자 목표치는 2.4%로 작년 9%와 2009년 15.7%를 크게 밑돈다. 지난달 7일에는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0.6%로 제시해 2007년 이후 첫 성장세를 예측하기도 했다. 2년 간 트로이카(IMF,EU,ECB)로부터 구제금융을 받는 대가로 임금 삭감과 연금 지급 축소, 세금 인상 등 개혁정책을 강하게 추진해 온 결과다.
펀드평가기관 EPFR Global이 집계한 결과에 따르면 외국자본 유입도 늘었다. 올초부터 지난달 28일까지 외국 자본 유입액은 129% 늘어 유럽 평균치 15%를 크게 웃돈다. 총 유입액은 달러 환산 1억7900만달러에 달한다.
프랑세스코 콩테 JP모건 매니저는 “우량회사를 중심으로 저가 매수의 기회가 큰 상태”라며 “GDP 성장률이 뒷받침만 된다면 그리스 증시 투자 수익률은 어마어마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3년 전 재정위기가 한창일 당시 유럽스몰캡펀드에서 그리스 주식을 모두 편입 제외시킨 뒤 최근 소매업체 점보나 보석업체 폴리 폴리에 등을 다시 매수해왔다.
안티모스 토모파울로스 피라우스 은행 최고경영자(CEO)는 “9개월 전만 해도 그리스 요구르트라고 해도 쳐다도 안보겠다던 투자자들이 그리스만 쳐다보고 있다”며 그리스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을 전했다.
비관론자들은 그리스의 경제성장이 이미 주가에 반영됐다고 지적한다. 실제로 ASE에 편입된 60개 회사들의 주가는 추정 수익의 32배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다. 5년 평균치인 11배와 유로존의 우량주로 구성된 스톡(Stoxx)600지수의 14.9배를 뛰어넘는 수준이다.
올해 정부 부채 규모가 GDP의 178%에 달할 것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예산안 편성을 둘러싼 정치적 갈등도 우려 요인이다. 안토니오 사마라스 총리가 이끄는 정부는 올 말까지 긴축안이 담긴 내년 예산안을 확정해야 하는 상황이지만 긴축에 대한 반대당의 저항이 거세다.
여론조사기관 Marc가 지난달 1일부터 7일까지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사마라스 총리가 이끄는 신민주당의 지지율은 22.7%에 불과해 반(反)긴축정책을 주장하는 급진좌파연합 시리자당의 지지율 22.5%와 비슷한 수준을 보인 바 있다.
마크 모비우스 템플턴 자산운용 CEO는 “여러 문제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여전히 그리스에서 장기적인 성장기회를 찾을 수 있다”면서 “그리스가 회복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고 지속적 개혁과 함께 성장세는 더욱 명백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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