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국감)해외 자원개발 실패 질타·성토장.."투자 아닌 재앙"
2013-10-24 19:35:19 2013-10-24 19:38:50
[뉴스토마토 최병호기자] 이명박 정부에서 추진한 해외 자원개발사업의 졸속 투자와 실패를 성토하는 지적이 쏟아졌다. 석유공사가 수조원을 들여 인수한 해외 자산이 알고 보니 1달러짜리인 것으로 드러나 '해외 자원개발사업의 재앙'이라는 질타까지 나왔다.
  
24일 한국석유공사와 한국가스공사(036460), 한국석유관리원, 한국가스기술공사 등을 대상으로 한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국정감사에서는 MB정부가 추진한 해외 개발사업과 자원외교의 성과를 놓고 여·야 의원 가릴 것 없이 추궁과 질타들이 이어졌다.
 
이날 국감에서 첫 질의를 맡은 새누리당 이현재 의원은 마이크를 잡자마자 석유공사가 지난 2009년 인수한 캐나다 하베스트社 문제를 거론했다. 당시 석유공사는 하베스트社를 4조5000억원에 사들였지만 지금까지 입은 손실만 8000억원에 달한다.
 
◇캐나다 하베스트 광구(사진제공=한국석유공사)
 
이현재 의원은 "석유공사는 해외 개발사업을 진행할 때 안일한 자산평가로 총체적 부실이 일으켰다"며 "석유공사는 하베스트社 인수 때 자회사인 정유업체 날(NARL)社를 1조원이나 얹어주고 같이 사들였지만 정작 날社는 1달러짜리였다"고 비판했다.
 
실제로 날社는 1986년 캐나다 국영석유사가 1달러에 팔았던 곳으로, 우리 정부는 하베스트社 인수에 급급해 제대로 된 실사도 없이 날社를 동반 인수한 것으로 드러났다. 현재 이곳은 시설 노후화, 운영능력 부족, 입지경쟁력 약화 등으로 영업능력이 제로다.
 
이 의원은 "하베스트社 인수는 해외 자원개발사업의 재앙"이라며 "사실상 영업이익 창출이 어려운 만큼 손실 최소화를 위한 대책 마련과 출구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조경태 의원도 하베스트社 문제와를 비롯 석유공사의 안일한 해외 개발사업과 부실한 투자계획에 대해 일침을 놨다.
 
조경태 의원은 "4조5000억원의 예산을 투입한 하베스트社 인수과정을 보면 각종 편법으로 시작해 결국 4년 만에 누적 손실 1조원을 넘겼다"며 "올해 상반기만 해도 1100억원이 넘는 영업손실을 기록해 누적 적자액은 더욱 늘 것"이라고 주장했다.
 
같은 당 박완주 의원 역시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석유공사가 하베스트社와 카자흐스탄 알티우스 광구 등 6곳의 해외 개발사업에 투자한 금액만 약 10조2382억원이지만 수익은 겨우 230억원"이라며 "마구잡이로 추진된 해외 개발사업 때문에 석유공사 부채는 2008년 5조원에서 2012년에는 19조4000억원으로 급증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부실한 해외 개발사업은 가스공사도 마찬가지였다.
 
민주당 오영식 의원은 "가스공사가 추진한 캐나다 혼리버와 웨스트컷뱅크 광구의 지분인수를 비롯 호주 글래드스톤 LNG 프로젝트 등은 석유공사의 하베스트社 인수와 비슷하다"며 "이들을 올해 기준 순현재가치(NPV)로 따지면 가치가 크게 떨어진다"고 말했다.
 
오 의원 측 자료를 보면, 올해 10월 기준 캐나다 혼리버 광구의 NPV는 마이너스 1억8400만캐나다달러, 웨스트컷뱅크 NPV는 마이너스 3억2200만캐나다달러, 호주 글래드스톤 LNG NPV는 마이너스 7억6000만 달러. 원화로는 총 1조3200억원이나 된다.
 
같은 당 김동철 의원도 "웨스트컷 뱅크 인수 때는 자문사가 수익성이 없다고 평가했지만 가스공사는 이를 무시하고 인수를 추진해 2000억원의 손실이 났다"며 "가스공사는 웨스트컷뱅크 광구의 수익성이 떨어진다는 점을 이사회에 보고 안 했다"고 주장했다.
 
새누리당 이진복 의원은 "가스공사가 제출한 자료를 보면 MB정부에서 추진한 해외 개발사업으로 올해부터 2015년까지 9조8000억원을 투자해 5조6000억원이 회수될 것으로 나왔다"며 "4조2000억원의 손실이 불가피하다"고 했다.
 
실제로 1996년 이후 가스공사는 총 25개 해외 개발사업에 6조3000억원을 투자했지만 이 중 93%인 5조9000억원을 MB정부 때 투입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회수율은 2007년 99%에서 2010년 22%, 2012년 4%까지 낮아지고 있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아니냐는 우려가 큰 상황이다.
 
◇한국가스공사의 해외 자원개발사업 현장(사진제공=한국가스공사)
 
이에 대해 서문규 석유공사 사장과 장석효 가스공사 사장은 연신 "죄송하다", "송구스럽다"고 대답했으며 "부실한 자산을 매각하고 신규 투자사업을 줄이는 등의 구조조정을 실시하겠다"고 설명했지만 이들의 전력을 놓고 진정성이 없다는 비판도 나왔다.
 
실제로 서문규 사장은 MB정부 시절 내내 석유공사 부사장을 지냈으며, 장석효 사장은 수급계획부장과 자원개발본부장을 역임한 인물. 누구보다 해외 개발사업에 깊이 관여했고 경제성과 타당성에 대해서도 예측이 가능한 위치였지만 수수방관했다는 지적이다
 
오영식 의원은 "가스공사가 캐나다 혼리버 등과 계약한 지 얼마 안 돼 북미지역에서 셰일가스가 개발돼 가스 공급이 늘면서 가스값이 급락했는데 이는 경제성과 타당성 분석도 제대로 안 한 것"이라며 "잘못된 투자가 결국 국민의 부담으로 돌아갔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장석효 사장은 "당시에는 해외 메이저 가스회사들도 이런 동향을 제대로 예측 못했다"며 "지분매각 등으로 재무구조를 안정시키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얼버무렸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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