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승근기자] 결국
STX조선해양(067250) 출신이 강덕수 회장의 대를 잇게 됐다. 채권단이 내정한 박동혁
대우조선해양(042660) 부사장이 STX조선해양 임시 주주총회를 이틀 앞두고 돌연 사퇴 입장을 밝히면서 류정형 STX조선해양 부사장이 수장 자리에 오르게 됐다.
채권단이 밀어붙인 신임대표 체제가 내부인사 승진으로 일단락돼 일각에서 우려했던 STX조선해양 내부 반발은 최소화할 수 있게 됐지만 경영정상화를 위한 험로는 진행형이다. 가장 시급한 STX다롄 매각 문제를 비롯해 인력 구조조정 등 큰 장애물들을 넘어서야 비로소 본격적인 선박 수주 활동과 생산에 전념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강덕수 회장의 뒤를 이어 STX조선해양 대표이사에 선임된 류정형 신임 대표이사.(사진제공=STX)
STX조선해양은 27일 오전 9시부터 경남 진해 STX조선해양 본사에서 임시 주주총회를 열고, 채권단이 제시한 무상감자와 류정형 신임대표 선임안을 통과시켰다.
STX조선해양은 이날 무상감자안이 통과됨에 따라
STX(011810)가 보유하고 있는 2622만4899주(30.57%)에 대해 100대1 무상감자를 실시하고, 자사주 115만9969주는 무상소각하는 등 전체 지분의 77%를 감자하게 된다.
이에 따라 자본금은 2144억3431만7500원에서 493억1300만2500원으로, 발행 주식수는 8577만3727주에서 1972만5201주로 각각 77% 감소하게 됐다.
특히 강덕수 회장은 대표이사직은 물론 지주사인 STX를 통해 STX조선해양을 지배했던 연결고리를 다 잃게 됐다. STX조선해양이 강 회장 체제에서 채권단으로 소유권이 완전히 넘어가게 된 것.
일단 채권단의 의도대로 STX조선해양에 대한 강 회장의 흔적 지우기는 완성됐다. 다만 문제는 지금부터 시작이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STX다롄 매각과 조직 구조조정 등이 최대 현안 과제로 지목된다.
채권단이 내세운 박동혁 대우조선 부사장이 갑작스럽게 사퇴하면서 이를 주도했던 산업은행과 STX그룹 간 갈등이 더 심화된 데다, 강 회장과 손발을 맞춰왔던 류정형 부사장이 신임 대표로 취임하면서 채권단 주도의 경영정상화 과정이 순탄치 못할 것이란 우려도 나오고 있다.
물론 채권단과 자율협약을 체결한 STX조선해양이 채권단의 뜻을 거스르기는 어렵겠지만 예상보다 속도가 나지 않을 수도 있다. 회사 내부를 누구보다 잘 아는 만큼 쉽게 칼을 대기가 쉽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산업은행과 STX조선해양 신임 경영진은 다음달 중국 STX다롄을 방문할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중국 채권은행들은 그동안 밀린 중국 근로자들의 임금 지급과 신규 자금 지원을 위한 지급보증 등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 대해 국내 채권단은 선박 건조를 위한 일부 자금지원은 가능하지만 지급보증 등은 무리하다는 입장이다. STX다롄에 대한 STX조선해양의 보증규모가 전체의 10%대 수준임에도 중국 채권은행들과 같은 수준의 고통분담을 요구한다는 판단에서다.
이외에도 STX다롄이 협력사에 지급해야 할 대금 규모도 상당해 매각작업에 걸림돌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5월 말 기준으로 STX다롄의 30여개 한국 협력체가 받아야 할 대금만 1000억원이 넘는다. 이들은 짧게는 1년에서 길게는 4년 가까이 대금을 지급받지 못해 공장 문을 닫는 등 위기로 내몰렸다.
한편 강덕수 회장은 STX조선해양 대표이사에 이어 조만간 STX중공업 대표이사에서도 물러날 것으로 보인다. 다만 STX엔진의 경우 다른 계열사에 비해 상대적으로 부실이 크지 않다는 점을 들어 이사회의장직은 유지할 것으로 업계는 예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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