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함상범기자] 아직도 영화 한 편 마음 편히 볼 수 없는 시대인 듯 싶다. 아우라픽쳐스에서 제작 배급한 정지영 감독의 신작 '천안함 프로젝트'가 상영 중에 메가박스 개봉관에서 내려지게 됐다.
이 영화는 개봉 첫 날부터 다양성 영화 박스오피스 1위, 전체 박스오피스 11위로 대중으로부터 관심을 높이 산 영화다. 그런 영화를 하루 아침에 극장에서 볼 수 없게 됐다.

'천안함 프로젝트'를 멀티플렉스 중 유일하게 상영한 메가박스는 7일 오전 0시부터 갑작스레 상영을 중단했다.
이와 관련해 메가박스는 일부 단체의 강한 항의 및 시위에 대한 예고가 있어 현장에서 관람객간 충돌이 예상됨에 따라 이같이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아우라픽쳐스와 정지영 감독은 납득할 수 없다며 의혹을 제기했다.
▲일부 단체의 압력이라고 하나 너무 즉각적으로 상영을 취소한 점 ▲일방적인 통보로 이뤄졌다는 점 ▲원인을 제공한 단체에 대해 함구하고 있다는 점 ▲상영금지가처분 신청을 기각한 사법부의 결정을 무력화했다는 점 등이다.
정상민 아우라픽쳐스 대표는 "이번 사태는 아우라픽쳐스와 '천안함 프로젝트'만의 문제가 아니다. 누가 봐도 정치적인 이유로 영화를 상영할 수 없게 만든 것이다"며 "엄청난 수의 영화인들이 나서서 항의하는 이유는 '표현의 자유'에 대한 위협을 강하게 느꼈기 때문이다"라고 주장했다.
메가박스는 이번 결정으로 인해 대중과 영화인들의 비판에서 벗어날 수 없게 됐다.
무엇이 메가박스를 이렇게 만들었을까.
10일 현재 메가박스는 "항의를 제기한 일부 단체와 항의 내용은 공개할 수 없다"는 방침이다.
최소한의 표현의 자유조차 막으려는 일부 단체의 주장도 허무맹랑하지만, 이를 수용하는 영화관의 태도도 당당하지 못하다.
영화의 내용이 설령 사실과 무관하거나, 소수가 주장하는 것이더라도 최소한 표현의 자유는 주어져야 한다.
미국의 경우 9.11 테러를 음모론적인 시각으로 다룬 마이클 무어의 영화 '화씨 911'이나 오바마 정부를 비난하는 '2016 오바마의 미국' 등이 평단의 호평은 물론, 흥행에도 성공했다.
우리 실정과 비교했을 때 굉장히 부러운 부분이다.
최근 몇년간 한국영화계는 봉준호, 박찬욱, 임상수, 홍상수 감독 등의 활약으로 전세계로부터 주목과 찬사를 받아 왔다. 하지만 이번 사태로 한국 문화계의 '후진성'을 만천하에 드러낸 것 같아 씁쓸하기 그지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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