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윤석진기자] 글로벌 경제지표가 일제히 호전되면서 세계 경기의 완연한 회복세를 알렸다.
세계 경제규모 1, 2위인 미국과 중국의 각종 경제지표가 호전됐고 그간 글로벌 경제 성장에 걸림돌이었던 유로존의 제조업 지표도 크게 개선됐다.
전문가들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양적완화 축소와 높은 실업률 등이 여전히 글로벌 경제 성장에 불안요인으로 남아있지만, 최근 호전되기 시작한 유로존 경제가 이를 상쇄할 것으로 보고 있다.
크리스 윌리엄슨 마르키트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유로존 경기 회복은 세계 경제 성장에 청신호"라고 말했다.
◇유로존 복합 PMI 26개월來 '최고'..맏형 독일이 '주도'
22일(현지시간) 시장조사기관 마르키트는 8월 유로존 복합 구매관리자지수(PMI)가 51.7로 전달의 50.5를 능가했다고 밝혔다. 이는 26개월 만에 최고치다.
지수가 50 이상이면 경기확장을, 이하면 위축을 뜻한다.
◇유로존 8월 복합 PMI <자료제공=markit>
부분별로는 제조업 PMI가 지난달 50.3에서 51.3으로 26개월 만에 최고점을 찍었고 서비스업 PMI는 51.0으로 전달의 49.8과 예상치 50.2를 모두 웃돌았다.
조너선 로인스 캐피털이코노믹스는 "이번 PMI지표는 유로존이 3분기 동안 성장할 것이라는 또 다른 증거를 제공한 것"이라며, "독일의 강한 성장세가 유로존 경제를 뒷받침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수 확장의 주역은 유럽 경제의 맏형 독일이었다. 독일의 8월 제조업 PMI는 52로 전달의 50.7과 전문가 예상치인 51.1 모두를 웃돌았다. 이는 25개월 만에 최고치다.
카스틴 브르제스키 ING그룹 이코노미스트는 "유럽 경기 전반이 호전된 가운데 내수가 살아나면서 독일 경제지표가 개선된 것"이라고 진단했다.
중국 또한 독일과 유로존 경제 성장에 숨은 공신이다. 최근 경기 회복 기대감에 중국의 수요가 늘어나자 독일을 비롯한 나라들이 수출로 이득을 얻은 것이다.
특히, 독일은 국내총생산(GDP)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50%에 육박하는 나라다. 중국 경기 회복은 독일의 수출로 이어져 유로존 경기 회복에 원동력이 된다.
크리스찬 슐츠 배렌버그 은행 선임 이코노미스트는 “중국은 독일 수출의 6%를 담당하고 있다”며 “이는 인도보다 6배, 인도네시아보다 20배나 많은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中 5개월 만에 제조업 확장국면 '진입'·美 지표도 '호전'
유럽에 이어 중국에서도 희소식이 들려왔다.
중국의 8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5개월 만에 경기 확장을 뜻하는 50을 넘어섰다.
◇중국 8월 제조업 PMI <자료제공=HSBC>
HSBC에 따르면 중국의 8월 제조업 PMI 예비치는 50.1로 전문가 예상치인 48.2와 전달의 47.7 모두를 훌쩍 뛰어넘었다.
지난 3월 50.4를 기록한 이후 줄곧 위축 국면을 이어오다 이번에 처음으로 50선에 올라선 것이다.
취홍빈 HSBC 수석 중국 이코노미스트는 “중국 제조업이 안정된 모습을 보였다”며 “신규 사업과 생산활동이 개선된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 동안 중국 정부는 철로 등 도시 기반 시절에 대한 투자를 확대해 나가면서 중소기업 법인세를 줄여주고 수출기업을 지원하는 등의 사업을 진행해 왔다.
장즈웨이 노무라 이코노미스트는 "중국 경제가 단기간 내에 안정을 얻었다"며 "하반기 경기둔화 우려감이 일정 부분 없어졌다"고 진단했다.
미국의 경제지표 또한 일제히 개선됐다.
마르키트에 따르면 8월 미국의 제조업 PMI는 53.9로 5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다니엘 실버 JP모건체이스 이코노미스트는 “이번 제조업 PMI로 미 엠파이어스테이트 지수로 형성된 불안감이 완화됐다”고 말했다.
더불어 경기선행지수와 고용지표 또한 개선됐다. 민간 경제조사업체인 컨퍼런스보드는 지난달 미국의 경기선행지수가 전달보다 0.6% 오른 96.0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전문가 예상치인 0.5% 상승을 웃돈 수치다.
또 변동성이 적은 지난달 4주 평균 실업수당 청구건수는 33만500명으로 전주의 34만6500명보다 1만6000명이나 감소했다. 2007년 11월 이후 최저치다.
RDQ 이코노미스트들은 "이번 고용지표는 미 노동시장이 살아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신흥국 우려 VS. 미국·유럽 주요국 성장세 '기대'
그러나 신흥국 경제가 글로벌 성장 전망에 그림자를 드리웠다. 미국과 유럽 경기가 호전됨에 따라 신흥국에 유입된 자금이 급격히 빠져나가면서 통화 약세 등의 문제가 발생한 것.
신흥국 자금 유출은 미 연방준비제도(Fed)의 양적완화 축소설이 기정사실로 굳어지면서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실제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 공개 이틀 전인 지난 20일, 인도 루피화 가치는 또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 지난 19일에는 브라질의 헤일화 가치가 4년 반 만에 최저점을 찍기도 했다.
달러화가 이들 신흥국에서 대거 빠져나가자 자국 통화의 가치가 급격히 떨어진 것이다.
모건스탠리는 보고서를 내고 “지난 5~7월 동안 중국을 제외한 신흥국 중앙은행들의 외환보유액은 약 810억달러(90조5000억원) 감소했다”고 밝혔다.
이처럼 신흥국 경제가 어려움에 직면하자 세계경제 성장세도 예전 같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영국의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신흥국 성장세가 둔화되면서 세계 경제성장세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며 앞으로 세계 경제성장률은 3% 이하로 나타날 것으로 전망했다.
더불어 유로존 경제 또한 안심할 수 없다는 의견도 있었다.
파이낸셜타임즈는 역대 최고치의 실업률, 정부의 긴축 프로그램, 기업투자 위축 등 때문에 유로존 성장을 낙관할 수만은 없다고 지적했다. 남유럽 부채국 또한 세계 성장을 가로막는 문제로 지목됐다.
다만 대부분의 전문가는 세계 경제의 20%를 차지하는 유럽이 살아나면 글로벌 경기 회복에 동력을 제공할 것으로 내다봤다.
뉴욕타임즈는 신흥국 경제가 연준의 양적완화 출구전략에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유럽 경제 성장세가 이를 극복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또 미국의 양적완화 출구전략도 긍정적으로 해석하는 의견도 있었다. 필립 쇼 인베스텍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은 미국 경제가 정상 궤도에 올라섰다는 신호가 될 것"이라며 "유로존과 중국 모두 회복하고 있는 것도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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