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명정선기자] 미국 출구전략에 대한 우려로 신흥국 통화가치가 하락하자 중앙은행이 이를 막기 위해 810억달러에 달하는 외환보유액을 소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22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모건스탠리가 중국을 제외한 신흥시장의 외환보유액을 조사한 결과 지난 5월부터 7월까지 신흥시장 전체 외환보유고의 2%에 달하는 810억달러가 감소했다.
이 가운데 인도네시아의 외환보유액은13.6%감소했으며 터키와 우크라이나 역시 외환보유액도 12.7%, 10% 각각 줄었다.
다만, 루피화가 연일 사상 최저를 기록하고 있는 인도 중앙은행의 경우 5.5%로 감소폭이 상대적으로 덜했다.
이 같은 감소는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 Fed)이 연내 자산매입 축소를 시사한 이후 자금이탈로 신흥국 통화가치가 하락하자 이를 방어하기 위해 중앙은행들이 외환보유고를 풀었기 때문이다.
FT는 신흥국 통화가치 하락은 8월 들어 더 심화됐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이들 중앙은행의 외환보유고 감소 규모는 예상보다 훨씬 클 것이라고 진단했다.
실제 인도 재무장관은 외환보유액이 7월말 2800억달러에서 현재 2770억달러로 감소했다고 언급한 바 있다.
전문가들은 신흥국 중앙은행들이 외환보유고를 풀어 통화가치 하락을 막는 방법도 한계에 달할 것이며 조만간 자본 유출을 통제하는 쪽으로 방향이 바뀔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미 터키를 비롯한 몇몇 중앙은행들은 금리인상을 단행하고 자본 유출을 규제하기 시작했다.문제는 이 같은 규제가 경제성장을 저해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실제 씨티그룹은 이 같은 판단을 근거로 신흥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올해는 4.6%, 내년에는 5%로 하향 조정했다.
아울러 중국과 중동 산유국을 제외한 신흥국들의 국내총생산(GDP)대비 경상수지도 올해에는 0.8% 적자를 면치 못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아시아 외환위기 당시였던 1998년 이후 최저수준이다.
제임스로드 모건스탠리 스트래티지스트는 “대부분 신흥국들이 경상수지 적자를 기록하고 있는 상황이지만 자국 통화가치 하락을 방어하기 위해서는 결국 금리인상을 단행해야할 것”이라며 “이는 성장 둔화라는 벽에 부딪힐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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