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송주연기자] 은행권이 수익 악화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신탁시장이 은행의 신규 수익원이 될 수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또 부동산 담보신탁을 활용할 경우 연간 약 500억원의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일 우리금융경영연구소에 따르면 국내 개인신탁 시장은 기대수명 연장에 따른 자산관리 수요 증가, 신탁법 개정 등으로 향후 높은 성장세가 예상된다. 이 중에서도 '유언대용신탁' 시장은 인구고령화 및 상속 관련 법적 분쟁의 증가로 잠재 시장 규모가 큰 분야로 대두되고 있다.
◇유언대용신탁, 은행권 중·장기 수익창출 기대
유언대용신탁이란 고객이 생전에 금융회사와 신탁계약을 통해 원하는 금융상품으로 자산을 관리하다가 사망하면 지정한 수익자에게 재산을 상속할 수 있는 생전신탁(Living trust)을 의미한다.
신탁법이 개정되기 전에 출시됐던 유언신탁은 유언 보관업무와 수탁자 사망 후 유언에 따라 재산을 처분하는 역할에 그쳤다.
하지만 유언대용신탁은 유언장과 동일한 효력을 가지면서도 고객이 생전에 자산관리를 통해 수익을 얻을 수 있다. 사망 후에는 유언장보다 간편한 절차를 거쳐 다양한 방식으로 상속설계를 할 수 있다. 유언장을 쓰지 않아도 계약내용대로 재산을 분배하고 상속절차를 진행할 수 있는 것이다.
<유언대용신탁의 주요 내용>
(자료제공=우리금융경영연구소, 우리투자증권)
최근 증권사 등을 중심으로 유언대용신탁 상품이 출시되고 있지만 가입실적은 미미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투자, 한국투자, 하나대투, 신영증권 등 증권사들이 자산관리(WM)고객들을 대상으로 한 유언대용신탁 상품 출시를 확대하고 있으며 보험사 중에서는 한화생명이 유언대용신탁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반면 개인신탁 시장의 약 44%를 차지하고 있는 은행들은 유언대용신탁보다는 여전히 유언장 보관업무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새롬 금융분석실 선임연구원은 "유언대용신탁이 활성화되지 못하는 것은 유언과 상속설계에 대한 낮은 인지도, 세제 혜택의 부재, 국내 개인신탁시장의 낮은 성숙도 등에 기인하고 있다"며 "특히 세제 등 실질적인 혜택이 없어 가입유인이 크지 않은 만큼 제도개선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신탁제도가 발달한 미국의 경우 금융회사들이 종합 자산관리의 마지막 단계로서 상속설계를 제공하고 있으며, 생존신탁(유언대용신탁)을 비롯해 공익신탁(charity trust), 증여 및 상속관련 컨설팅 등 다양한 서비스가 이뤄지고 있다.
이 선임연구원은 "국내 금융회사도 유언대용신탁을 단일 상품보다는 세제 컨설팅 등을 수반하는 종합 은퇴자산관리 단계의 하나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며 "금융회사들은 단기적인 실적에 집중하기보다는 중·장기 계획을 바탕으로 한 영업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현재 유언대용신탁 활용이 가장 미미한 은행권의 경우 유언대용신탁을 종합자산관리 상품의 하나로 개발할 경우 신규수익원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이 선임연구원은 특히 "유언대용신탁은 인구 고령화의 대안으로 활용될 수 있는 만큼 미국처럼 가입자들이 실질적으로 체감할 수 있도록 정부의 세제혜택 등 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부동산 담보신탁 활용시 연간 500억원 비용절감
한편 개정 신탁법 시행으로 은행이 부동산 담보대출 시 신탁을 활용할 경우 근저당권 설정 등록세 및 공과금 등의 비용을 줄일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1년 신탁법 전면 개정으로 신탁재산에도 담보권을 설정할 수 있게 돼 위탁자(토지 소유자)가 소유권을 그대로 가진 상태에서 수탁자(신탁회사)에게 담보권만 설정하거나 이전하는 방법으로 담보설정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은행들은 부동산 담보대출 시 담보설정 비용을 고객(채무자)에게 부담하도록 한 약관이 불공정하다는 대법원 판결 이후 담보설정 비용을 직접 부담하고 있다.
근저당권 설정비용은 채권최고액의 0.2%에 해당하는 등록세와 등록세의 20%인 교육세 및 인지세, 등기신청수수료(건당 1만4만000원) 등의 공과금과 법무사수수료로 구성돼 있다.
예를 들어 1억원을 근저당으로 설정하면 약 26만원의 설정비용이 발생하는 것이다.
하지만 같은 조건에서 부동산 담보신탁을 활용한 담보설정을 할 경우 소유권이전 등록세 건당 3000원, 교육세 594원, 등기신청수수료 1만4000원과 법무사수수료 비용 등 약 3만원이면 담보설정 비용을 해결할 수 있다.
조항래 전략연구실 수석연구원은 "부동산 담보신탁을 활용할 경우 은행들은 연간 500억원의 비용을 절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조 수석연구원은 "국내 은행의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담보신탁을 활용한 상품개발은 비용절감을 위한 대안이 될 수 있다"며 "신탁을 활용한 대출상품 개발을 적극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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