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고재인기자] 금융감독원이 기업 여신 건전성 분류 기준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잡으면서 은행의 부실채권비율이 크게 올라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예대마진에 의존한 은행들의 수익 구조가 한계에 직면한 상황이어서 건전성 악화는 더욱 심화될 전망이다.
25일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 19일 은행 기업여신관리 실무자들에게 손실률이 20%를 넘지만 자율협약에 가입돼 요주의로 분류한 기업여신을 고정이하여신으로 분류하도록 지도했다.
또 금감원 은행권에 이같은 분류 기준을 적용시 늘어날 부실채권비율을 조사해 내달 초 발표할 계획이다.
지난 4월 감사원은 우리은행이 성동조선해양 등의 기업대출의 손실률이 20%가 넘는데도 불구하고 ‘고정’이 아닌 ‘요주의’로 분류한 사항에 대해 지적했다.
그동안 은행들은 관행처럼 자율협약을 맺은 기업대출에 대해서는 정상화될 것이라고 판단해 안정적인 건전성 기준을 분류해왔다.
기업대출은 정상, 요주의, 고정, 회수의문, 추정손실 등으로 나뉘며 고정이하는 부실채권으로 분류한다. 정상의 경우 대출금의 0.85%, 요주의는 7%로 낮고 고정부터는 대폭 올라가 20%, 회수의문은 50%, 추정손실은 100%의 충당금을 쌓도록 돼 있다.
은행들은 손실률이 20%가 넘지만 자율협약을 맺은 기업의 경우 자체적으로 정상 대출 수준인 요주의로 분류한 것.
하지만 이번 금감원 지도에 따라 은행들의 고심은 커져가고 있다.
일반적으로 은행들은 상반기 결산에서 부실채권을 대거 털어내고 부실채권비율을 낮추는 경향이 있지만 금융당국의 기준에 따라 부실채권비율이 오히려 올라가게 됐기 때문이다.
더욱이 수익성 악화에 따라 자율협약을 진행하고 있는 STX조선해양의 경우 예외를 인정해줄 것으로 예상했지만 이번 지도로 고정이하로 분류하게 돼 부실채권비율은 대폭 올라갈 것으로 보인다.
부실채권비율은 2011년 3월 2.0%에서 2011년 6월 1.73%로, 2012년 3월 1.51%에서 2012년 6월 1.49%로 각각 3월 대비 6월 수치는 떨어지는 추세를 보여왔다.
하지만 올해는 3월 1.46% 대비 대폭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자율협약에 가입돼 있는 기업여신은 성동조선해양, 대선조선, SPP조선이 대표적이며 7조8700억원에 이른다.
여기다 STX조선해양의 기업여신인 4조5000억원까지 포함한다면 총 12조원 규모의 여신을 부실채권으로 분류해야 한다. 따라서 일부 부실채권을 상각하는 과정 등을 거친다고 하더라도 부실채권잔액이 30조원 가까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 경우 6월말 부실채권 비율은 2%를 훌쩍 넘어설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각 은행별 각 기업여신에 대한 충당금은 이미 쌓아져 있어 문제가 되지 않지만 부실채권비율이 올라가 은행의 건전성은 악화되고 있다”며 “하반기 은행의 건전성은 기대할만한 수익성이 없어 더욱 악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국내은행의 부실채권 규모 및 비율 추이
(단위:조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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