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송주연기자]
우리금융(053000)지주 민영화 방안이 공개되면서 금융시장이 들썩이고 있다. 인수 주체에 따라 금융권의 지각변동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특히 자산규모 266조원의 우리은행을 거머쥘 새 주인의 성격에 따라 은행권의 일대 변화가 예상된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정부는 우리금융을 지방은행, 증권, 우리은행 계열 등 3개 그룹으로 분리해 매각을 추진하겠다고 26일 밝혔다.
비교적 순조롭게 인수자를 찾을 것으로 평가 받는 지방은행 계열과 증권 계열과는 달리 우리은행 계열 매각은 난항이 예상되고 있다.
우리은행 계열의 인수 후보군 몇 곳이 물망에 오르고 있지만 유력한 후보를 꼽기 어려운 그야말로 '안갯속'이다.
◇KB금융 인수시 '대규모 구조조정' 불가피..카드업계 판도 달라질수도
KB금융의 우리은행 인수가 가장 유력한 것으로 알려져 왔지만 낙관하기 어렵다. 대규모 구조조정을 수반해야 하는데다 정부도 메가뱅크 탄생에 부정적인 입장이기 때문이다.
국민은행과 우리은행이 합쳐질 경우 직원수는 4만여명, 점포수는 2000여개에 달할 전망이다. 중복 점포도 많아 대규모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
하지만 일자리 창출을 강조하는 정부의 기조에 역행하는데다 노조의 반발이 불보듯 뻔해 구조조정에 난항이 예상된다.
일정 기간 동안 투-뱅크 체제를 유지하는 절충안도 거론되고 있지만 합병을 통한 시너지를 얻지 못하고 내부 분열과 갈등만 커진다면 '잘못된 만남'으로 경쟁력만 상실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우리은행은 기업금융에 강점이 있고 국민은행은 소매금융에 강해 서로 성격이 다르다"며 "지금처럼 경기가 어려워 기업 사정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우리은행을 인수할 경우 국민은행의 부담이 가중되고 오히려 자산가치가 줄어드는 역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KB금융이 우리은행을 인수할 경우 국내 은행시장에는 세계 50위권의 메가뱅크가 탄생하게 된다. 지난 3월말 기준 두 은행의 자산 규모는 523조원에 달했다.
KB금융이 우리은행 계열을 모두 손에 넣을 경우 카드시장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올 3월말 기준 카드사들의 자산규모는 신한카드 21조4302억원, 삼성카드 16조2110억원, 국민카드 13조7814억원 순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국민카드와 우리카드가 합쳐질 경우 자산규모는 18조원 수준으로 삼성카드보다 덩치가 커진다.
또 우리카드와 국민카드 모두 은행을 기반으로한 체크카드 시장에서 높은 이용실적을 보이고 있어 카드업계의 선두권 경쟁에서 우위를 다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교보생명 인수시 '보험 중심' 새 금융그룹 탄생
반면 우리은행이 교보생명에 인수된다면 금융시장은 또 다른 국면을 맞이하게 된다.
교보생명은 우리은행 인수전 참여를 검토 중으로 지난해에도 우리금융 인수를 검토했지만 금융지주사법상 개별 금융사가 금융지주사를 자회사로 소유하는 것을 금하고 있어 참여하지 못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정부가 우리금융과 우리은행을 합병해 최종 매각대상이 우리은행이 되도록 해 교보생명은 금융지주사법의 소유규제를 피할 수 있게 됐다.
교보생명이 우리은행을 인수한다면 보험을 중심으로 한 새로운 금융그룹이 탄생하게 된다.
시장에서는 자산규모가 70조원에 불과한 교보생명이 자기보다 3배 이상 덩치가 큰 우리은행을 감당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회의적인 목소리도 있지만 사모펀드 등을 재무적투자자(FI)로 유치해 컨소시엄을 구성한다면 실현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실제로 교보생명은 우리은행 인수를 위한 컨소시엄 구성을 위해 국내외 투자자 유치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교보생명이 우리은행 계열을 인수하더라도 우리은행의 생명보험 자회사인 우리아비바생명이 총 자산 3조9000억원 수준의 소형 보험사여서 보험 업권에 미칠 파장은 크지 않을 전망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우리은행 인수에 대한 교보생명의 의지가 큰 것으로 보인다"며 "교보생명이 우리은행을 인수할 경우 은행, 카드, 보험, 저축은행 등 금융권 전반을 아우르는 종합금융그룹이 생기는 것"이라고 말했다.
◇ PEF 인수시 '되팔릴 위험' 노출..中企 지원 기대 '어려워'
사모펀드(PEF)의 인수전 참여 여부도 관심의 대상이다.
과거 우리금융 민영화 추진 당시 티스톤파트너스와 MBK파트너스, 보고펀드 등이 관심을 보인 바 있다.
PEF가 우리은행을 인수할 경우 당장 국내 은행시장에 큰 변화는 없겠지만 우리은행은 향후 또 다른 인수자에게 되팔릴 리스크를 안게 된다.
차익실현을 목적으로 하는 사모펀드 성격상 우리은행 인수로 일정 수준의 수익을 거둔 후 시장에서 철수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때문에 우리은행은 언제든 주인이 바뀔 수 있는 환경에 노출된 채 단기 성과 중심의 경영구조로 전환될 수 있다.
이 경우 과거 공적 금융의 역할을 수행하던 것과 달리 수익 극대화에 초점이 맞춰져 중소기업 지원 및 부실 위험이 높은 대기업 여신 지원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