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상원기자] 소득공제 혜택을 축소하는 등 비과세·감면의 대폭적인 손질을 예고하고 있는 정부의 세제개편 계획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26일 정부가 국책연구기관을 얼굴을 빌어 공청회를 열었지만 상당수 전문가들이 비과세·감면 정비의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그 방법론에서 비판을 쏟아냈다.
정부의 계획이 비과세·감면의 문제점을 해결하는데 맞춰서 있는 것이 아니라 박근혜 정부의 공약재원 마련과 세수확보를 위해 '숫자 맞추기'에 급급하다는 지적이다.
한국조세연구원 주재로 열린 이날 공청회가 사실상 정부가 올해 세제개편안을 발표하기에 앞선 정지작업이라는 점에서 전문가들의 비판은 사실상 정부에 대한 비판이다.
성명재 홍익대 교수는 "정책을 도입하고 폐지하는 문제에 있어서 기준이 어떤 것이냐는 매우 중요하다"면서 "비과세·감면도 각각의 목적이 무엇이냐를 다시 한 번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성 교수는 특히 "소득세 특별공제를 줄이려고 하는데 의료비나 교육비는 비용에 해당된다고 본다면 비과세·감면으로 볼 수 없다"며 "비용지원으로 볼 것이냐 아니냐에 따라 해석이 달라지는데 거기에 대한 얘기가 없이 결과론적으로 고소득자에 대한 혜택이 많다는 이유만으로 세부담형평성만 따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성 교수는 "이미 소득세를 내지 않는 면세점이 상당히 높은 상황에서 어떤식으로 하든 소득재분배효과는 나빠질수 밖에 없다. 형평성만 기준으로 갖다댄다면 비과세·감면은 유지될 것이 하나도 없다"고 목청을 높였다.
안현실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은 "문제가 있으면 고쳐야한다는 총론에서는 흠잡을 데 없지만 각론에서 항목별로 보면 박근혜 정부의 공약재원, 5년간의 액수를 채우기에 급급하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고 비판의 수위를 높였다.
안 논설위원은 "환경이나 에너지 부분, 각종 안전투자에 대한 공제를 줄이는 것이 과연 시대 흐름에 맞는지 의문"이라며 "중소기업 연구전담인력의 학력기준을 높인다는 부분도 학력인플레를 부축이는 것도 아니고 실상에 맞지 않다. 실효성을 따져야지 선진국에는 없는 제도라서 폐지하는 것은 웃기는 일"이라고 촌평했다.
홍기용 한국납세자연합회 회장도 "정부의 비과세감면 정비계획은 비효율을 제거하기 위함보다는 복지재원을 맞추기 위한 것으로 볼만하다"면서 "방향은 옳다 하더라도 거시경제적인 측면과 납세자가 받아들이는 부분을 감안해서 세밀하게 접근해야 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기업 투자세액공제의 정비문제에 있어서는 업계의 반대목소리가 높았다.
배상근 전국경제인연합회 경제본부장은 "고용률을 높인다는 측면에서 고용창출투자세액공제는 공제율을 오히려 확대할 필요가 있다"면서 "R&D투자세액공제도 세계적으로 광범위하게 이뤄지고 확대되고 잇는 부분이다. 미래먹거리 확보차원에서 보다 전향적인 검토가 필요하다"고 축소폐지에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유호중 중소기업중앙회 전문위원 역시 "중소기업의 국가산업비중이 굉장히 높은데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은 줄일 것이 아니라 강화해야 한다"면서 "정책효과가 의심스러운 부분은 사후관리시스템으로 반영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문창용 기획재정부 재산소비세정책관은 "비과세·감면 정비는 불합리한 요소는 걸러내자는 차원에서 접근하고 있다"면서 "전체적으로 줄이겠다는 것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문 정책관은 그러나 "비과세·감면은 눈에 확 띄지 않고 국고로 들어오기도 전에 빠져나가는 것이기 때문에 사후관리의 블랙홀이 될 수 있다"고 경고하며 "정비원칙 등을 통해서 전반적인 출구전략을 마련하고,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통해서 줄여나가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옥동석 한국조세연구원장이 26일 한국조세연구원 대강당에서 열린 비과세감면 정비 공청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사진=이상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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