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 내서 삼성전자 매수'..위험수준
신용잔고 연중 최고치..최근 주가하락기에 급증
2013-06-17 16:00:25 2013-06-17 16:03:35
[뉴스토마토 이혜진기자] 최근 주가 급락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삼성전자(005930)의 신용융자잔고가 연중 최고치를 경신했다. 신용융자잔고는 개인투자자들이 증권사에 빚을 지고 해당 종목을 매수한 금액을 의미한다.
 
증권가 일각에서는 국내 증시 전반이 아직 불투명한 상황인만큼 빚을 내서까지 삼성전자를 매수하는 일은 위험하다는 경고가 잇따르고 있다.
 
1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14일 삼성전자의 신용융자잔고는 1377억원으로 올해 중 가장 많은 수치를 기록했다. 그간 600억~700억 수준으로 집계됐던 신용잔고는 지난 11일부터 4거래일 연속으로 평균 156억원 가량씩 늘다가 13일 1000억원대를 돌파했다. 신용잔고가 1000억원대를 넘은 것은 지난해 9월10일 이후 처음이다.
 
전체 거래 대금 중 빚을 내 주식을 거래한 비중을 뜻하는 공여율도 6%를 기록해 연초 1%에 비해 6배나 증가했다.
 
삼성전자의 신용잔고가 최근 급격히 증가한 데는 '저가 매수' 타이밍을 노려 향후 삼성전자가 반등했을 때 차익을 크게 내려는 심리가 반영됐다. 외국인의 대량 매도로 7일간 10% 넘게 급락한 삼성전자를 값이 쌀 때 빚을 내서라도 사두려는 움직임이 많아진 것이다.
 
신중호 이트레이드증권 투자전략팀장은 "국내 증시가 크게 하락했을 때 삼성전자의 급락 폭이 더 컸기 때문에 향후 시장이 살아날 경우 삼성전자는 더 많이 오를 것이란 기대감이 나타난 것 같다"며 "이에 빚을 내서라도 미리 매수하려는 움직임이 나오고 있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이렇게 삼성전자의 신용잔고가 급증한 시점에서 증권가 일각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국내 증시의 방향성이 아직 불확실한 상황에서 삼성전자의 반등을 속단하기는 이르다는 이유에서다.
 
최근 외국인은 양적완화 축소에 대한 불안감에 신흥국 증시에서 대거 발을 빼고 있는 추세다. 국내 증시도 예외가 아니며 외국인 지분율이 50%에 달하는 삼성전자도 이같은 흐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지적이다.
 
외국인의 귀환은 한국 시간으로 오는 20일 새벽 발표될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결과에 따라 달라질 것으로 보이지만, 그렇다고 해도 당장 큰 전환이 이루어질지는 여전히 불투명한 상황이다.
 
따라서 증권가에서는 버냉키 의장이 양적완화 유지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신흥국 증시에 외국인 자금이 다시 유입될 지 여부를 확인한 후에야 국내 증시의 방향성을 가늠할 수 있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시총 규모가 전체 증시의 20%에 달하는 삼성전자의 주가 향방도 마찬가지다.
 
김영대 토러스투자증권 연구원은 "아직 외국인 매도세가 진정되지 않았기 때문에 이 시점에서 신용융자까지 이용해 매수하는 것은 위험하다"며 "분할 매수하는 전략을 취할 수는 있어도 빚까지 내서 사들이는 것은 경계할 만하다"고 말했다.
 
신 팀장도 "신용잔고 급증에 투기적 성향이 반영됐음을 배제할 수 없다"며 "결국 주가는 펀더멘털의 함수다, 실적 시즌까지 가서 정말 삼성전자가 저평가됐는지 여부를 확인해도 늦지 않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한편 이날 삼성전자는 전일 대비 3000원(0.22%) 내린 136만6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사진제공=한국거래소)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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