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승근기자] 최근 잇단 해외수주 소식에도 국내 조선사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수주물량은 늘었지만 세계적 경기침체 여파로 선박 단가가 낮아지면서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높은 경쟁력은 일단 수주의 길을 텄다.
현대중공업(009540)은 지난달 글로벌 석유회사인 토탈로부터 20억달러 규모의 해양설비를 수주했다. 앞서 1월에는 11억달러 규모의 가스생산 플랫폼을 수주했으며, 컨테이너선 5척, 다목적 해양건설지원선 1척 등도 수주 목록에 이름을 올렸다.
조선 빅3의 이 같은 선전에 힘입어 지난 1분기 국내 조선업계는 총 256만CGT를 수주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22.5% 증가한 수준으로, 전 세계 선박 발주량(660만CGT)의 39%에 해당하는 규모다. 전 세계에서 발주된 선박 10척 중 4척은 국내 조선소가 수주했다는 의미다.
이에 대해 업계 관계자는 "전 세계적으로 선박 수주량이 감소하는 상황에서 올린 성과라 더 의미가 있다"며 "국내 조선업의 기술력과 품질력이 인정받은 결과"라고 자평했다.
산업통상자원부 통계에 따르면 지난 1분기 세계 선박 건조량은 전년 동기(1351만CGT) 대비 29.2% 감소한 957만CGT를 기록했다. 3월말 기준 수주잔량은 전년 동월 말(1억1987만CGT)대비 24% 감소한 9111만CGT로 집계됐다.
하지만 증가한 수주물량에 비해 수주금액은 오히려 감소해 이 같은 해외수주 선전이 마냥 달갑지만은 않다는 게 조선업계의 고백이다. 고부가 선박에 대한 주문은 사실상 실종돼 저가 수주에만 매달려야 하는 상황으로, 이는 중국 등 후발주자와의 가격경쟁력 심화를 의미한다.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 국내 조선 빅3의 경우, 지난 1분기 총 88억3900만달러를 수주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94억6700만달러에 비해 6.63% 감소한 수치다.
그나마 현대중공업이 32억달러 규모의 대규모 해양플랜트를 수주(해양플랜트 2기, 가스생산플랫폼)하면서 감소폭을 줄였다. 삼성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은 각각 전년 동기 대비 74.4%, 22.2% 수주금액이 줄었다.
업계에서는 조선업 침체기 들어 수주한 선박이 선사에 인도되면서 전반적으로 수출선가와 물량이 감소했고, 드릴십 등 고부가가치 선박 인도가 전년 동기 대비 큰 폭으로 줄어들었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그 중에서도 선가 하락을 가장 큰 이유로 꼽는다.
조선시황분석기관인 클락슨(Clarkson)에 따르면 선박공급과잉 및 선박발주수요 감소로 '08년 말 이후 감소추세를 보이던 신규 건조 선가지수는 2010년 3월 일시 반등을 보인 이후 2011년 6월부터 지속적으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 2007~2008년 조선업 호황기에 비하면 대략 절반 수준까지 선가가 하락한 상황"이라며 "최근엔 현대중공업 같은 1위 기업들도 그동안 지켜오던 선박 가격에 대한 고집을 굽히고 가격경쟁력 확보에 나서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조선시황 침체가 지속되면서 조선 빅3의 1분기 실적도 다소 감소할 것이란 게 시장의 지배적 전망이다.
금융증권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 1분기 현대중공업 영업이익은 전년(9693억원) 동기 대비 53.8% 감소한 4476억원, 당기순이익은 46.9% 줄어든 2774억원으로 예상됐다.
현대중공업은 1분기 49억3900만달러의 수주실적을 기록하면서, 매출(13조9207억원)이 지난해 같은 기간(13조9383억원)과 비슷한 수준으로 올라섰지만 4조원이 넘는 회사채와 기업어음(CP)에 대한 이자비용 등으로 인해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 면에서는 순탄치 못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삼성중공업의 경우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7.7% 줄어든 2703억원, 대우조선해양은 13.9% 줄어든 1218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둘 것으로 추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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