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서진원(왼쪽 첫번째) 신한은행장이 미얀마 양곤 사무소 개소식에 앞서 김국태(왼쪽 세번째) 한국상공회의소 회장, 미얀마 중앙은행 관계자 등과 함께 테이프커팅을 하고 있다.
[뉴스토마토 이종용기자] 동남아 지역의 마지막 남은 기획의 땅이라 불리고 있는 미얀마에서 국내 은행들이 줄줄이 진출하고 있는 가운데 은행간의 미얀마 공략 셈법도 저마다 차이를 보이고 있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하나은행과 우리은행이 지난해 10월 미얀마 양곤에 사무소를 낸 데 이어 지난 9일에는 신한은행이 사무소를 열었다.
지난해 12월 사무소 설립 승인을 받은 산업은행도 오는 6월 사무소를 열 예정이고 국민은행은 지난 1월 사무소 설립 신청을 한 후 답을 기다리고 있다.
은행들이 앞다퉈 미얀마에 사무소를 열고 있지만 영업은 할 수 없는 상태다. 미얀마 정부는 사무소 설립만 허용하고 있는데 사무소에는 영업 기능이 없다. 현지에서는 미얀마 금융당국 동향 파악과 시장조사 업무 정도만 맡고 있다.
그러나 최근 미얀마 정부가 확정한 자국의 금융시장 발전방안에 따르면 미얀마 정부는 중소기업금융 부문과 저소득층 위한 소액대출 등 투트랙으로 금융시장을 개방키로 했다.
이를 통해 미얀마 정부는 연내 외국계 은행들이 미얀마 은행과 합작법인(조인트벤처)를 출범시킨다는 계획인데, 법인이 되면 예금 수신과 대출 업무 등의 영업을 할 수 있다.
한 시중은행의 글로벌전략 담당 부행장은 "국제 사회가 미얀마에 대해 경제제재 조치를 완화하고 글로벌 기업들도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며 "미얀마 정부에서도 금융시장 개방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다"고 전했다.
신한은행까지 구체적인 행보에 돌입함에 따라 미얀마 시장 선점을 위한 시중은행 간 경쟁은 보다 치열해질 전망이다. 은행마다 미얀마에서의 정착을 위한 셈법은 차이를 보이고 있다.
저소득 대상 소액대출의 경우 하나은행과 신한은행이 경쟁하는 구도다. 김종준 행장은 최근 "미얀마에서 마이크로 파이낸스 관련 법인을 설립하고 있다"고 밝혔다.
중소기업금융 부문에서는 우리은행-기업은행-산업은행 간 3파전 양상을 띨 전망이다. 이들 모두 정부 소유의 은행이자 기업금융의 강자여서 타 은행보다 우위에 있다는 평가다.
아울러 미얀마 정부는 2015년 이후부터는 외국인 자본 100%의 금융사 설립을 허용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은행들은 각 국가·권역 별로 주어지는 할당량을 배정 받은 뒤 현지법인을 설립할 계획이다.
다만 국내 은행들이 제도 정비가 다 되지도 않은 미얀마로 너도나도 몰려가는 것에 대해 우려섞인 시각도 있다. 현지에는 국내 은행 외에도 수십여개의 외국계 은행 사무소가 있으며, 이들 모두 정식으로 영업할 날만 기다리는 상황이다.
종교·종족 분쟁의 가능성도 여전하다. 이창용 아시아개발은행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발표한 보고서를 통해 "세계 각국의 기업이 미얀마에서 사업 기회를 포착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면서도 "정책 개혁이 흔들리거나 갈등이 더 악화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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