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나볏기자] 서울시향이 14일 열린 특별음악회에서 베토벤 3중 협주곡과 교향곡 7번을 선보였다. 이날 3중 협주곡에서는 지휘자 정명훈이 모처럼 피아노를 연주해 눈길을 끌었다.
3중 협주곡 C장조 작품번호 56은 베토벤의 다른 곡과는 차별성을 띈다. 혁신성보다는 소박함이 두드러지는 곡이다. 다만 바이올린, 첼로, 피아노로 구성된 독주부가 베토벤의 실험적 면모를 인증한다.
이날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무대에 대규모 오케스트라가 자리했음에도 불구하고 아담하고 소박한 분위기가 연출됐다. 정명훈이 피아노 앞에 앉아 독주와 지휘를 동시에 선보인 까닭이다. 협연자로는 라디오 프랑스 필하모닉과 서울시향의 악장을 맡고 있는 바이올리니스트 스베틀린 루세브, 그리고 첼리스트 송영훈이 나섰다.
정명훈은 산뜻한 타건에 페달링을 더해 깊이감 있는 소리를 뽑아내며 녹슬지 않은 피아노 실력을 보여줬다. 악장으로서 바이올린 파트의 소리 표지판 역할을 하는 스베틀린 루세브는 자신의 역량을 유감없이 펼쳤다. 명확한 해석을 바탕으로 한 매끄러운 활놀림이 인상적이었다.
그러나 막상 이 곡에서 독주부를 주도해야 할 첼로소리가 잘 들리지 않았다. 루세브와 송영훈은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서로 호흡을 맞추려 했지만 바이올린에 비해 첼로의 리듬과 박자가 떨어졌다. 시향의 합주가 빠진 까닭인지 송영훈의 첼로연주는 앵콜곡인 베토벤 3중주 Bb장조에 이르러서야 살아났다.
휴식 후 이어진 교향곡 7번 A장조 작품번호 92에서는 서울시향의 자신감이 묻어났다.
1악장은 다소 어수선했지만 오보이스트 이미성과 플루티스트 박지은의 연주가 곡 특유의 리듬감을 살려냈다. 2악장은 느리게 진행되면서 서정적이고 사색적인 분위기를 물씬 풍겼다. 3악장은 현악기와 목관악기가 빚어내는 경쾌하고 절묘한 리듬감 속에 트럼펫의 음색이 선명하게 빛나면서 역동적으로 그려졌다. 4악장의 경우 단원 모두의 집중력이 절정에 달한 듯했다. 주제부가 빠른 속도로 끊임 없이 반복되기 때문에 다소 수선스러울 법도 한데 비올라와 제2바이올린 파트에서 중간중간 선명한 매듭을 지어주면서 관객석을 들썩이게 했다.
소박하면서도 즐거운 마음으로 즐길 수 있는 이날 프로그램은 '서울시향의 심포니 시리즈 I'라는 이름으로 15일 저녁, 같은 공간에서 다시 한 번 만나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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