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희주기자] 패션 트렌드가 빠르게 변화하면서 전통적으로 백화점에서 인기를 얻었던 국내 남성복과 영캐주얼 브랜드가 점차 백화점 매장에서 설 자리를 잃고 있다.
주요 백화점들이 최근 유행하는 컨템포러리 브랜드 매장을 확대하면서 기존의 잡화 브랜드나 영캐주얼 의류 브랜드들이 폐점하거나 다른 층으로 밀려나고 있는 것이다.
백화점들은 뉴욕, 파리 등에서 유행하는 여러 수입 브랜드들을 한 곳에 모아놓은 편집 매장이 대세로 자리잡으면서 이들 매장의 개편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컨템포러리는 현재 가장 새로운 패션 콘셉트를 말하며 최근에는 명품보다는 가격대가 낮으면서 고급스러운 수입 브랜드를 지칭하는 단어로 쓰인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1~2년 전부터 컨템포러리 편집 매장의 확장으로 영캐주얼 및 남성 캐릭터 브랜드가 대폭 축소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일
현대백화점(069960) 천호점에 오픈한 컨템포러리 브랜드 매장인 LAP(Los Angeles Project)은 기존에 입점해 있던 영캐주얼 브랜드 '후아유(WHO.A.U)'와 '애드호크(AD HOC)'를 밀어내고 220평 규모로 들어섰다.
또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에 입점됐던 국내 남성 캐릭터 브랜드 '본(BON)'도 지난해 수입 컨템포러리 브랜드가 입점하면서 자리를 내줬다.
이 외에도 백화점 매장의 좋은 자리를 컨템포러리 브랜드에 내주는 경우가 많다. 롯데백화점 본점 3층에 있던 '요하넥스' 등 국내 여성 커리어 브랜드들은 지난해 2월 여성 컨템포러리 편집 매장 '바이 에 토르(BY ET TOL)'에 자리를 내주고 4층으로 이동했다.
또 신세계백화점 본점 5층에 있던 '퓨마 블랙스테이션'은 지난 8일 오픈한 컨템포러리 브랜드 '맥큐(McQ)'에 밀려나 8층으로 자리를 옮겼다.
◇롯데백화점 여성 컨템포러리 편집 매장 '바이 에 토르'
백화점 업계 관계자는 “컨템포러리 브랜드에 대한 고객들의 수요가 늘어나는 추세인데다 이들 제품은 저마다 개성이 뚜렷해 젊은 세대의 선호도가 높다”고 말했다.
이어 "한 브랜드의 전 품목을 수입하지 않고, 여러 브랜드의 일부 품목만 선정해 매장을 꾸리기 때문에 소비자들도 이전보다 더 다양한 상품을 접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추세에 패션업계는 난감하다는 입장이다. 최근 불황이 장기화되면서 백화점에서의 패션 부문 매출이 감소세를 보이고 있기는 하지만 백화점 입점으로 인한 브랜드 인지도 향상 등 긍정적인 효과도 있기 때문이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수입 컨템포러리 브랜드가 대거 자리잡으면서 실적이 나쁘지 않음에도 밀려나는 브랜드들이 있다"며 "신세계백화점은 폐점 브랜드에 다른 지역 매장으로의 이동을 제안하기도 했는데 10평 남짓한 공간에 위치도 좋지 않아 기존 브랜드들이 힘없이 물러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이랜드 관계자는 "변화하지 않으면 도태될 수 밖에 없다"며 "현대백화점 천호점에서 철수한 후아유 브랜드의 경우, 명동이나 강남점 등 주요 매장은 이미 SPA 브랜드로 바꿔 전략을 달리 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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