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조필현기자] 대한의사협회와 한국제약협회가 쌍벌제 개선 마련에 본격 착수했다. 지난 2010년 11월 정부가 쌍벌제를 도입한 지 2년여 만으로 사실상의 '반기'다.
두 협회 수장은 지난 27일 ‘리베이트 파문’과 관련해 오찬 회동을 갖고 ‘의·산·정 협의체’를 구성하는데 합의했다. 협의체 구성 주요 안건은 쌍벌제 개선 방안인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가 촉각을 곤두세우며 예의주시할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의사협회 관계자는 28일 “협의체에서 가장 먼저 의논할 내용은 쌍벌제 보완, 즉 의사들을 부도덕한 단체로 몰아가는 제도를 개선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제약협회 관계자는 한발 더 나아가 “쌍벌제를 포함해 제약업계가 리베이트를 해야만 하는 영업 관행을 협의체에서 중점적으로 논의할 것”이라고 못 박았다.
두 단체가 협의체 구성에 한목소리를 내고 있는 만큼 쌍벌제에 포함된 ▲학술대회 ▲시판후 조사(PMS) ▲제약 리베이트 등의 현안에 대해 속도를 낼 전망이다.
◇노환규 대한의사협회장(오른쪽 아래서 두번째)과 이경호 한국제약협회장(왼쪽 아래서 두번째)이 지난 27일 서울 팔레스호텔에서 오찬 회동을 갖고, 리베이트 쌍벌제 현안에 대해 의견을 교환하고 있다.
먼저 의사협회는 학술대회와 PMS의 모호한 제도를 개선하겠다는 입장이다. 의협은 그동안 제약회사가 의료 관련 학회 및 세미나 등을 통해 학술활동이나 연구 활동을 지원함으로써 신 의료기술 등 의학이 발전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PMS를 통한 의약품 부작용 사례 수집 등으로 환자 치료 향상에 일조해 왔다는 입장이다.
그런데 쌍벌제가 도입되면서 이 같은 행위들이 제약사들의 리베이트로 규정되면서 사실상 불법으로 간주돼 정부로부터 집중적인 단속이 이뤄져 왔다는 게 의사협회 주장이다.
김동석 대한개원의협회 부회장은 “학술대회에 외국 석학을 초청하거나 해외 학회에 참석하는 과정도 까다로워졌다”며 “의학 수준은 갈수록 높아지는데, 국제적 네트워크를 쌓을 기회는 줄어들고 있다”고 쌍벌제 개선 이유를 밝혔다.
제약업계는 ‘어디까지 불법’인지 정확한 기준과 규정을 명시해 영업사원들이 현장에서 범죄자 취급을 받지 않게 하겠다는 입장이다.
갈원일 한국제약협회 전무는 “약사법과 의료법 하위 지침을 둬서 투명성, 비대가성, 비과다성의 3가지 기본원칙을 바탕으로 판촉행위(리베이트)에 대한 허용범위와 기준을 구체화해 시장의 감시자는 물론 제약회사와 의료인 모두 불법과 적법을 인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두 협회의 쌍벌제 개선 움직임에 대해 표면적으로는 “협의체에서 구성된 안건에 대해서 논의할 가치가 있다”고 일정 부분 화답하고 있다.
복지부 의약품정책과 관계자는 “리베이트를 근절하기 위한 두 협회의 모습은 바람직하다. 이번 협의체가 대외적인 입장에서만 끝나는 게 아니라, 공통된 목소리로 공식 요청이 있을 경우 정부 입장에서도 긍정적으로 검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반면 속내까지 화답적 의미가 담겨졌는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두 단체의 이해를 위해 규제 완화로만 논의를 모아갈 경우 좌시하기 어렵지 않겠느냐는 입장도 흘러나왔다.
한편 의사협회가 제약계의 각종 지원을 합법적으로 전환하려 들고, 제약협회 역시 리베이트를 불법 관행이 아닌 관례로만 치부하려 들 경우 성난 여론을 또 한 번 등 돌리게 만들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끝내 '성찰'은 온데간데 없고 '이해'만 남았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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