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병호기자] 담뱃세 인상을 둘러싸고 관련 전문가들은 인상에는 대체적으로 찬성했지만 정부의 인상 목표가 구체적이지 않고 흡연가를 위한 배려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현행 담뱃세의 문제점 2가지
담뱃세에 대한 합리적 개선방향을 찾기 위한 '담배소비세제의 합리적 개편방향' 토론회가 이만우 새누리당 의원과 최병호 부산대 경제학과 교수 등이 참석한 가운데 19일 국회 귀빈식당에서 열렸다.
토론의 발제자로 나선 최병호 부산대 경제학과 교수는 현행 담뱃세의 문제로 2가지를 지적했다.
우선 담뱃세가 그동안 불규칙하고 비정규적으로 인상돼 물가상승률을 반영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흡연가들에게는 담뱃값이 갑자기 올랐다는 반감을 주지만 정작 실질가격은 내려가 조세부담이 줄어드는 역효과를 가져 온다고 설명했다.
또 담뱃세가 개별 물품 단위로 부과되는 종량세기 때문에 낮은 가격대의 담배에 대한 선호도가 높은 저소득층에게 조세부담이 가중되는 역진성을 보인다고 지적했다.
최 교수는 "지난 1998년부터 2011년까지 행정안전부 지방재정 연감을 분석한 결과, 1998년 이후부터 지방세수에서 담배로 인한 조세수입이 감소하는 경향을 보인다"며 "담뱃세를 물가와 연동시켜 관리하는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2005년부터 담뱃세를 물가에 연동시켰을 경우, 담배 판매량은 약 3.4% 감소하는 반면 담뱃세 수입은 20%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한해 국내 담배 판매량을 약 40억 갑으로 추산할 때 연간 1조2000억원의 세수를 확충할 수 있게 된다"고 강조했다.
◇조세수입 확보 뿐 아니라 국민건강증진 목표도 신경써야
토론회에 나선 관계자들은 정부가 담뱃세 인상의 목표를 지나치게 조세수입 측면에 맞추고 있다고 지적했다. 금연정책 목표가 국민건강증진인 만큼 여기에 대한 대책마련도 필요하다는 한다는 것이다.
이재영 새누리당 의원은 "담뱃세 인상에 원칙적으로 찬성한다"며 "그러나 금연정책은 담뱃세 인상을 통한 조세수입 확보와 국민건강증진이라는 두 가지 목표를 모두 달성시켜야 하는데 지금의 금연정책에는 후자가 빠졌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담뱃세 인상 같은 가격정책으로는 흡연률 감소에 한계가 있다"며 "가격정책과 더불어 흡연자 벌금 강화, 금연구역 확대와 금연 교육 등의 비가격정책을 병행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임병인 충북대 경제학과 교수도 "담배는 중독성이 있는 기호식품이기 때문에 담뱃세 인상만으로는 효과적인 금연정책이 실행이 부족하다"며 "중독성을 끊을 수 있는 의료보건 정책에 조금 더 신경을 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 교수는 또 "특히 청소년 흡연은 장래 흡연인구를 양산한다는 측면에서 심각하다"며 "청소년이 담배를 배우는 기회를 없도록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담뱃세 인상..구체적 방법론이 없다
김성호 전국시도지사협의회 정책실장은 "정부의 담뱃세 인상을 두고 일시적인 세수확보를 위한 꼼수라는 비판이 많다"며 "담뱃세를 인상하겠다면 언제까지 얼마나 인상할 것인지, 점진적으로 올릴 것인지, 갑자기 올릴 것인지, 이를 통해 흡연률을 얼마나 낮추겠다는 것인지 등의 목표가 구체적으로 제시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 실장은 "현행 담뱃세에 부과되는 세율은 종량세인데 여기에는 역진성 문제가 있기 때문에 이 부분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박원석 진보정의당 의원도 정부의 담뱃세 인상에 구체성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국민들 중에는 정부가 복지재원을 마련하고 건강보험 적자를 매우기 위해 담뱃세를 올린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며 "현행 담뱃세의 구조 개선도 중요하지만 필요성과 방법을 구체적으로 제시해 세금 인상에 대한 국민 공감대를 이끌어 내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밝혔다.
김현기 행정안전부 지방세제관은 "얼마 전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담뱃값을 7000원대로 올리면 흡연율이 20%대까지 내려간다고 발표했는데 현실성 있는 분석인지 의문"이라며 "2005년에 담뱃값을 500원 올랐을 때 일시적으로는 담배 소비가 감소했지만 다시 원래 소비량을 회복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세금은 기본적으로 조세원리에 충실해야 한다"며 "현실성 있는 담뱃세 개선 연구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담뱃세 인상만큼 흡연인구 배려도 필요
한편, 담뱃세 인상만큼 흡연가에 대한 배려도 필요하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최원 한국납세자연맹 정책위원장은 "정부이 담뱃세 인상 방침에 반대하는 것은 아니지만 흡연자 입장을 배려한 정책이 부족하다"며 "담뱃세 인상이 흡연자에 대한 벌금의 성격이라면 흡연에 따른 사회적 비용을 정확히 파악해 세금을 올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토론회에는 회원수 10만명의 국내 최대 흡연가 단체인 '아이러브스모킹' 이연익 대표도 참석해 의견발표 시간을 가졌다.
이 대표는 "세금은 모든 사람들에게 공평하고 충분히 납득할 수 있게 하는 게 기본인데 담뱃세 인상에는 정작 돈을 지불하는 흡연가에 대한 배려가 없다"며 "담뱃세를 거둔다면 그 돈으로 흡연가가 문화, 의료적 혜택을 받게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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