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준영기자] "한 달에 120만원 받고 책 납품하는 중소기업에 다녔어요. 8달 정도 다니다 돈도 안되고 언제 망할지 몰라서 그만뒀어요. 지금은 대기업 보험사에 인턴으로 다니고 있어요. 비록 인턴이지만 정규직이 되면 월급도 많이 받고 안정적이기에 다니고 있죠."
보험사 자격증 책을 한 손에 들고 김모(성남시 분당구·28)씨는 "원래 급여가 낮은 곳에서 일해서인지 초봉이 2500만원만 돼도 좋겠다"고 말을 이었다.
올 가을 서울에 있는 한 대학의 경영학과를 졸업하는 윤창민(성남시 분당구 야탑동·28)씨는 대기업을 준비하고 있다. "무엇보다 중소기업은 돈을 적게 줘서 가고 싶지 않아요. 복지도 좋지 않고 부모님의 기대치도 있고요." 윤씨가 대기업을 준비하는 이유다. 그는 "초봉으로 3000만원을 받고 싶다"고 말했다.
동서울대 도서관에서 공부하는 이모(가명·서울시 강남구·35)씨는 조경 경력 5년 차로 이직을 준비하고 있다. 그는 "연봉이 4000만원 정도 되는 곳으로 가고 싶은데 중소기업은 경력 4년차여도 연봉 3000만 원 정도 밖에 안 준다"며 "중소기업이라도 4000만 원 이상 주면 갈 것"이라고 말했다.
구직자가 중소기업 취업을 기피하는 이유는 낮은 임금으로 나타났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지난 13일 발표한 조사(중기중앙회 조사)에서 중소기업은 청년층이 중소기업에 취업하기 싫은 이유 1위(58.2%)로 낮은 임금 수준을 꼽았다. 2위는 중소기업을 부정적으로 보는 사회적 편견(15.4%)을 택했다. 이 조사는 더피플리서치가 지난 1월 10인 이상 중소기업 500 곳을 대상으로 실시했다.
이번 조사에서 중소기업의 초봉(연봉)은 신입의 경우 1600만원~2400만원이었고, 경력직은 1700만원~3000만원 수준이었다.
◇중소기업 신입 초봉(연봉) 수준 (2월 중소기업중앙회 자료)
중소기업 초봉 평균은 대기업보다 1000만원 이상 낮았다. 취업포털 잡코리아의 조사에 따르면 올해 중소기업의 4년제 대졸 초봉 평균은 2331만원으로 대기업의 4년제 대졸 남성 초봉 평균 3695만원 보다 1364만원 낮았다. 지난해 1205만원보다 격차가 더 커진 것이다. 이 조사는 잡코리아가 지난 12월 상위 500대 대기업 중 354곳을 대상으로 실시했다.
낮은 임금 수준으로 인한 중소기업의 인력난은 경영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기중앙회 조사에 따르면 중소기업 10곳 중 8곳은 인력난이 경영에 영향을 미친다고 응답했다.
그러나 인력여건이 개선될 것으로 예상하는 중소기업은 6.4%에 불과했다. '현재와 비슷'할 것이라는 응답이 61.2%였고, '어려워질 것'이라는 응답은 32.4%였다.
중소기업 인력난의 원인인 낮은 임금 수준을 해결하기 위해 정부와 대기업의 역할이 중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소기업 경영자들은 중소기업과 근로자가 생각하는 보상수준이 달라 생기는 인력난에 대한 해결방법으로 '대·중소기업 간 임금 및 복지 격차 완화를 위한 정부 지원 확대'(61.8%)를 가장 많이 꼽았다.
김세종 중소기업 연구원은 "중소기업 인력난의 원인인 중소기업 임금 지급여력을 높이기 위해 대기업에 납품하는 단가 현실화가 필요하다"며 "이를 위해서는 대기업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김 연구원은 "소득세 감면을 중소기업 기존 직원들까지 확대하고 직원들에게 교육훈련을 실시해야 한다"며 "정부의 의지가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중소기업의 인력난 해결을 위해 중소기업 스스로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었다.
배필규 중소기업 연구원은 "중소기업은 낮은 급여 수준을 '생애보상'으로 보완해야 한다"며 "직원들의 능력개발, 스톡옵션, 직무발명제도 등을 실행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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