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3저 시대 살아남기
2013-01-09 10:25:23 2013-01-21 14:28:06
새로운 정부의 출범을 앞두고 있다. 하지만 그 앞에는 세 개의 장애물이 기다리고 있다. 이른바 '3저(低) 현상'이다. 
 
3저는 저성장, 저금리, 저환율을 가리킨다.
 
9일 기획재정부는 지난해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 증가율 전망치를 2.1%로 추정했다. 이는 IMF가 전망한 세계 경제성장율 3.%보다 낮은 수치다. 2년 연속이다.
 
대부분의 경제연구소에서는 올해 GDP 성장률을 3% 전후로 전망하고 있다.
 
김영삼 정부 당시 IMF 구제금융 위기를 맞은 이후 김대중 정부에서는 5%대, 노무현 정부에서는 4%대를 기록했던 경제성장률이 이명박 정부 들어 2%대로 내려앉았다는 점을 고려하면 3%대도 사실 그리 나쁜 것만은 아니다.
 
개발도상국을 벗어나 선진국 대열에 합류한 국가가 고성장을 기록한 사례가 드물다는 점에 비춰보면 과거 20~30년전 고성장의 기억은 이제 지울 때도 된 것 같다.
 
그리고 저금리다.
 
지난해 10월 한국은행은 기준금리를 2.75%로 인하한 바 있다. 그리고 11월과 12월 두 달 연속 동결했다.
 
새해 들어서는 기준금리가 인하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2.0%까지 내려갈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어쨌든 금리가 올라갈 일은 없어 보인다.
 
이렇게 되면 은행에 돈을 맡겨놓을 경우 자라는 것도 별로 기대할 게 없다는 이야기다. 이자소득세를 떼고 나면 실질금리가 마이너스라는 이야기도 과장이 아닌 상황이다.
 
또 하나 저환율이다.
 
지금 세계 각국은 저환율 전쟁이다. 서로 살아남기 위해 자국 통화 가치를 떨어뜨리려 안간힘을 쓰고 있다. 그 선두에 일본이 서있다. 우리나라와 중국에 치여 수출경쟁력이 떨어진 자국산업을 일으키기 위해 엔화를 풀겠다는 것이다. 엔화 가치를 떨어뜨려서라도 수출을 부흥하겠다는 것이다.
 
미국은 양적완화 정책을 이미 여러 차례 시행해 달러를 뿌렸다. 중국도 이에 맞서 위안화 절상을 마냥 손놓고 있지는 않을 모양이다. 어느 정도의 위안화 절상은 불가피한 것으로 받아들이겠지만 핫머니 유출입 규제를 통해 속도조절은 하겠다는 입장이다.
 
전세계에 뿌려지는 달러화와 엔화는 당장 우리나라 수출기업들에게 짙은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자동차 관련 업종은 이미 직격탄을 맞고 새해 벽두부터 주가가 꼬꾸라지고 있다.
 
온통 부정적으로만 보인다.
 
하지만 발상을 바꿀 필요가 있다. 대한민국은 이미 외형적으로 선진국 대열로 진입중이다. 이미 키가 자랄대로 자란 나무에 비유할 수 있다. 과거의 폭발적인 성장은 더 이상 기대하지 않는게 좋다.
 
오히려 수출중심의 고성장을 구가하던 경제체질을 바꾸는 계기로 활용해야 한다. 저성장을 고정변수로 두고 경제정책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 더 이상 고성장에 매달리는 경제정책은 포기할 때도 됐다.
 
저금리도 마찬가지다. 우리나라가 부도위기에 몰리지 않는 이상 저금리 기조는 바뀌기 힘들 것이다. 역시 고정변수로 놓고 다양한 투자유인책을 만들 필요가 있다.
 
지금 시중에는 수십조원의 부동자금이 투자처를 찾지 못하고 있다. 이 부동자금이 움직일 수 있는 투자처가 필요하다. 제 2의 벤처붐을 통해 수많은 중소기업과 벤처기업을 육성하고, 이를 통해 신규 일자리를 창출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자본시장법을 하루 빨리 통과시켜야 할 필요성이 여기에 있다.
 
저환율도 고정변수로 생각해야 한다. 언제까지 고환율을 통한 수출기업 육성에만 매달릴 것인가? 지난 40년간 한국 수출기업들은 고환율 정책 덕분에 충분히 성장했다.
 
수출기업들이 성장하는 동안 고환율로 인한 고물가를 고스란히 국민들이 감내했다. 더 이상 국민들에게 고물가를 참으라고 할 일은 아니다. 저환율로 인한 수입물가 하락이 미치는 긍정적인 영향을 외면해서도 안된다.
 
무엇보다도 3저 현상을 맞아 고성장 시대를 살아오며 형성된 '마음의 거품'을 차분히 가라앉힐 때다.
 
국가도, 회사도, 개인도 모두 마음의 거품과 허황된 꿈에서 깨어나 내실을 다질 때다. 3저 현상은 결코 위기가 아니다. 과장할 필요없다. 담담하게 맞이하고 대비하자. 소박하고 검소한 삶을 다시 생각할 때다.
 
권순욱 증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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