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후보 정책검증)⑧그들에게 '자본시장'은 없다
(특별기획)금융 소비자 보호에만 관심.. 시장 발전 정책은 '전무'
2012-12-11 15:00:00 2012-12-11 15:00:00
[뉴스토마토 홍은성기자] 이번 18대 대통령 선거에서는 금융, 특히 ‘자본시장’ 관련된 공약은 여야 할 것 없이 금융 소비자 보호 이외에 거의 찾아 볼 수 없다. 양당 모두 전 세계 경제위기의 원인을 자본시장에서 찾고 있어 관련 공약 제시에 부담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
 
일단 업계 관계자와 전문가들은 대체적으로 금융소비자 보호의 필요성을 공감하고 있다. 하지만 양당 모두 앞다투어 경제를 살리겠다는 선심성 공약을 내세우면서도, 자본시장이 경제에 미치는 순기능에 대해서는 전혀 고민을 하고 있지 않아 모순이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금융 소비자’ 보호에만 관심.. 시장 발전 정책은 ‘전무’
 
두 후보는 모두 금융 소비자 보호를 강화하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방법론에 있어서 세밀한 차이는 있지만 큰 차이는 없는 것으로 평가된다.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는 “현재 금융시장은 금융상품의 불완전 판매가 만연하고 금융회사 위주의 영업관행이 시장을 지배하고 있다”며 “금융시장과 금융회사의 영업관행을 소비자 위주로 바꾸고 소비자 권익이 지켜지는 규제체제를 확립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각종 금융상품의 불완전 판매근절을 위한 법규를 도입하고 연금상품 운용에 대한 감독을 강화하는 것은 물론 투자자가 금융회사 간 성과비교를 쉽게 할 수 있도록 비교 공시체계를 구축할 것을 약속했다. 또 금융수수료, 영업관행 등을 금융위원회가 소비자 관점에서 전면 재검토해 정비하겠다는 공약을 제시했다.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는 “금융위기에서 비롯된 경제위기마다 부담은 국민이 지고 이익은 금융회사와 대기업에게만 돌아갔다”며 “결국 금융당국은 거시건전성 감독에 실패했을 뿐만 아니라 금융기관 중심적으로 사고했기 때문에 금융소비자의 이해가 무시됐다”고 강조했다.
 
이에 문 후보는 금융정책과 금융감독을 분리하고 금융 소비자 보호 전담 독립기구를 설립할 것을 제안했다. 세부적으로 국내금융정책과 국제금융정책을 통합하고 금융감독기구의 관료적 독점 방지를 위해 지배구조를 개선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렇듯 두 후보는 금융 소비자 보호에는 한 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자본시장 발전 관련해서는 침묵하고 있다. 오히려 자본시장 발전에 부정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다.
 
이 같은 기조는 최근 자본시장법 개정안 통과가 무산된 것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처리 무산됐을 당시 정치권에서는 금융선진국에서 투자은행(IB)에 대해 규제를 강화하는 추세인데 반해 우리나라의 규제 완화는 이해할 수 없다는 논리를 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또 자기자본 규모 3조원 이상인 일부 대형 증권사에만 신규 IB 업무를 허용하는 것은 경제민주화 추세에도 어긋난다는 근거를 들기도 했다.
 
◇자본시장의 순기능도 고민해야
 
업계와 학계에서는 자본시장의 순기능을 고려한 공약이 전무해 아쉽다는 반응이다.
 
이필상 고려대 교수는 “금융투자산업의 가장 큰 역할은 기업들의 주식이나 채권을 발행해서 기업들이 투자를 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 주는 것”이라며 “만약 IB를 육성하면 IB가 기업을 발굴하고 그들에게 자금을 조달해 경제를 살리는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실업이나 가계부채 등이 국민들에게 필요한 부분이기 때문에 관련 공약이 많이 나오고 있지만 일자리 창출 등 근본적인 경제를 살리려면 결국 자본시장에 대한 정책 공약이 나와야 한다”고 조언했다.
 
금융투자 유관기관 고위 관계자도 “자본시장의 기능 중 하나는 성장동력을 찾아서 관련 기업에 투자가 이뤄지게 하는 것”이라며 “현재 금융투자업자들이 이러한 사업기회를 발굴하고 기업자금조달의 기능을 하고 있어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은 예전과 달리 중요한 산업이 돼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정치권에서는 여전히 글로벌 금융위기의 원흉은 금융투자업자라는 인식이 있는 것 같다”며 “하지만 지금은 금융을 키워서 국가 동력으로 가져가야 하는 것이 맞다”고 강조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업계 관계자는 “양당이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해 중견기업 및 청년벤처 등을 육성하겠다면서도 이를 지원할 자본시장 발전 방안을 외면하는 것은 앞 뒤가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반면 자본시장 규제를 지금보다 더욱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김상조 한성대 교수(경제개혁연대 소장)는 “우리나라 금융산업은 기초체력을 갖추지 않은 상태에서 개방된 탓에 위기를 자초한 면이 없지 않아 있다”며 “규제를 지금보다 더 강화해 현재의 자본시장의 기본을 확립해야 하고 이것을 위해서는 투자자보호가 더 많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지난 뉴스레터 보기 구독하기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