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대선에 임하는 우리의 자세
2012-11-23 18:14:13 2012-11-23 19:19:33
남대문이 불탔다. 지난 2008년 2월 10일 저녁 9시가 조금 안된 시간, 신임 대통령 취임을 보름가량 앞둔 시점이었다. 국보 1호가 불타버린 이 전대미문의 사건에 대해 일부 사람들은 당시 대통령을 비난했다. 이것도 '노무현 탓'이라고.
 
그후 5년의 시간이 지났다. 지금 대통령은 3개월이 지나면 전임대통령이 된다. 그리고 후임 대통령을 만들기 위해 여야간에는 각축전이 한창이다.
 
거칠게 요약해 결국 돈좀 더 벌게 해주겠다는 공약으로 대통령이 된 분은 자신의 5년을 어떻게 평가하고 있을까. 그분의 생각과 국민의 생각이 같지는 않을듯 하지만 양심이 있다면 스스로도 마냥 좋게만 평가하진 못할듯 하다.
 
경제를 살리겠다는 공약이 지켜지지도 않았고 소득을 늘려주겠다는 공약도 지켜지지 않았다. 주가도 충분히 주저앉힐만큼 주저앉혔고 반면에 강바닥 파는데는 수십조원을 아낌없이 쏟아부었다. 집을 내놔도 팔리지를 않는데 서민들은 전세값이 너무 올라 죽을 지경이다.
 
북한과는 아직도 쌍심지를 켜고 있는 상태고 그 와중에 전방 군부대는 북한군이 침입해 노크할때까지도 전선이 뚫린 사실을 몰랐다. 해군 군함도 누구한테 공격 받는지조차 모른채 침몰했으며 서해에서 중국어선이 꽃게를 싹쓸이하는 동안 여당은 전임 대통령이 NLL 발언을 했네 안했네라는 고상한 이슈로 날을 지새웠다.
 
대통령의 즉흥적 독도방문으로 전 세계에 독도가 분쟁지역임을 알렸고 호기를 맞은 일본은 막강한 외교력을 앞세워 구글 지도에서 '독도' 명칭을 지워버리게 했다.
 
여당 유력 대선 후보의 아버지 시절에나 있을법한 언론인 대량해직에 방송사 파업사태가 벌어졌고 성폭행, 엽기살인 등 흉포한 강력범죄가 두세달에 한번씩 터져나왔다.
 
대학등록금을 반값으로 낮춰주겠다고 선거전에 본인 입으로 말했던 대통령은 등록금 인하를 요구하는 대학생들에게 물대포를 쐈고 직장을 구하지 못한 젊은 청춘들은 여전히 거리를 헤매고 있다.
 
검사는 여성 피의자를 불러 성관계를 갖고 이해관계자에게서 수억대의 돈을 꺼리낌없이 받아 썼으며 경찰은 뇌물에, 사채업에 본업보다는 부업이 더 바쁜 실정이다. 그러면서도 둘은 또 수사권을 놓고 치고받고 싸우는 관계다.
 
그리고 이 무엇보다도 대통령 자신이 사저가 들어선 이후 지가 상승분을 미리 나라로부터 떼어받는 권력형 재테크의 진수를 보여줬다. 권력을 어떻게 사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지 이후 우리나라의 역사에서 다시는 없을 업적을 남겼다.
 
5년이 지난 지금 돌이켜 생각해보니 남대문 화재는 지난 대통령이 잘못한게 아니라 앞으로 5년이 어떻게 펼쳐질지의 전조였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지만 그 당시에 미래를 보여주는 징조였다는 걸 알았다고 해도 어쩔건가. 이미 투표가 다 끝난 뒤 일인데 말이다.
 
다시 대선정국이다. 여야간 온갖 이슈가 언론을 통해 연일 쏟아지고 있다. 그리고 지금 시점은 다행스럽게도 투표 전이다.
 
선거가 끝나고 또다른 암울한 미래를 예고하는 징조가 없길 바란다. 사람들을 움직이게 하는 것은 분노가 아니라 희망이다. 분노한 사람들이 행동하는게 아니라 희망을 본 사람들이 행동한다.
 
이호석 IT부장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지난 뉴스레터 보기 구독하기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