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서지명기자] 18대 대통령 선거를 한달여 앞두고 복지 논쟁이 뜨거운 가운데 돈만 주는 복지는 유럽 재정위기의 진원지인 그리스와 스페인의 전철을 밟게 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퍼주기식 포퓰리즘으로 치우칠 경우 제도 개혁을 위한 사회적 합의가 거의 불가능해서다.
사회적 합의 아래 복지시스템이 지속 가능하게 만들기 위해서는 취약계층이 재기할 수 있는 발판 마련과 함께 교육 기회를 확대해 빈곤의 대물림을 차단하는 제도적 장치가 병행되어야 할 것으로 지적됐다.
7일 신기철 숭실대학교 통계보험수리학과 교수는 '남·북유럽 국가의 복지제도의 특징과 시사점'분석을 통해 이같이 주장했다.
이 연구에 따르면 그리스, 이탈리아, 스페인 등 남유럽 국가는 연금, 보건의료 등 현금으로 지급되는 사회복지비가 절대적으로 많은데 비해 스웨덴, 노르웨이, 덴마크 등 북유럽 국가는 실업급여, 가정지원, 적극적 노동시장정책 등 현물성 급여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현물성 급여는 무료로 제공되는 교육·훈련이나 보건의료 및 주거지원 등으로 취약계층이 재기할 수 있는 기반이 된다. 반면 상병수당, 실업급여, 출산수당, 연금 등 현금급여는 수급자가 재량껏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경제적 어려움을 일시적으로 해소할 수 있지만 재취업을 지원하는데 한계가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신 교수는 "북유럽 국가들은 취약계층의 고용창출에 초점을 두는데 반해 남유럽과 우리나라는 경제적 어려움을 일시적으로 해소하는 현금성 급여 위주의 복지정책을 운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비교적 안정적인 국가로 꼽히는 북유럽국가들은 사회적 신뢰로 복지가 선순환되고 있는 반면, 남유럽 국가들은 사회적 신뢰기반이 취약하다는 점에 주목했다.
◇분야별 사회복지비 지출 구조
북유럽 국가들은 장애인, 실업자 등 극빈층으로 전락할 수 있는 계층에 대해 직업훈련과 취업지원 등을 통해 재기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무상교육으로 극빈층 자녀의 빈곤의 대물림을 방지하고 있다. 때문에 정부에 대한 신뢰도가 높고 조세인상에 대해 협조적이다.
반면 남유럽은 이른바 '퍼주기식 복지'에만 매달려왔기 때문에 개혁에 대한 저항이 심하다. 결국 개혁에 실패했고 재정위기라는 결과에 이르게 됐다.
우리나라의 경우는 후자인 남유럽의 복지제도에 가까운 것으로 비교됐다.
이에따라 다양한 복지제도를 도입했지만 노인빈곤율, 건강보험의 보장률, 근로계층 빈곤율 등의 지표로 평가했을 때 보험료 인상 혹은 급여 축소 등 개혁에 대한 국민의 지지를 얻기 어려운 것으로 지적됐다.
신 교수는 "그리스는 전후 군사정부 시절 초고속 성장으로 `경제기적`이라는 찬사를 받아왔으나 지난 80년대 사회통합 실패로 제도개혁을 미루다 재정위기를 맞았다"며 "(이대로라면)우리나라도 그리스로 가는 초특급열차 티켓을 예매한 상태"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와관련해 복지 부담증가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려면 꼭 필요한 계층에 혜택이 돌아갈 수 있도록 복지제도를 개편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베이비붐세대(1955~1963년생)의 퇴직이 본격화되면서 노인부양비율이 빠르게 진전되고 있어 제도개편의 필요성이 더욱 절실한 것으로 분석됐다.
신 교수는 "우리나라의 국민부담률이나 개인소득세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의 절반수준"이라며 "상병수당 도입이나 취약계층에 대한 직업훈련 강화를 통해 국민들이 정부의 복지정책을 신뢰한다면 국민부담 인상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기 용이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OECD 34개국 가운데 상병수당 제도가 도입돼 있지 않은 나라는 우리나라가 유일하다고 지적했다.
상병수당은 상해나 질병으로 장기요양을 하게 됨에 따라 지급받지 못하는 소득의 50~57%를 건강보험 혹은 다른 사회보장제도에 의해 보장하는 제도.
우리나라의 경우 기업체의 자발적 근로복지제도로 전 기업체가 약 0.9개월의 유급병가를 인정하고, 그 이후에는 휴직 또는 퇴직으로 처리돼 소득이 단절되고 있다.
신 교수는 상병수당을 도입하지 않으면 국민건강보험에 대한 불신을 해소할 수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앞으로 우리나라 복지재정과 사회통합에 가장 심각한 영향을 미칠 분야는 건강보험"이라며 "보장률이 OECD 다른 나라에 비해 현저하게 낮고 OECD 국가 중 유일하게 상병수당을 보장하지 않기 때문에 국민들의 보건의료에 대한 신뢰도가 낮고 재정안정화를 위한 보험료 인상에 대한 거부감이 심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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