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곽노현 교육감 주장 모두 '배척'
"사후매수죄 위헌 아니다" 판단..헌재결정 주목
2012-09-27 14:57:24 2012-09-27 15:20:12
◇곽노현 서울시교육감
[뉴스토마토 최기철기자] 27일 징역형이 확정된 곽노현 서울시교육감이 상고심에서 적극 주장한 법적 쟁점은 ▲공소사실에 적용되는 공직선거법 232조 1항 2호(사후매수죄)의 위헌성 ▲공소시효 완성 ▲박명기 서울교대 교수에게 준 2억원의 대가성 여부 등 세 가지였다.
 
그러나 대법원 재판부는 곽 교육감의 이같은 주장을 모두 받아들이지 않았다.
 
◇대법원 곽 교육감 주장 모두 기각
 
특히 공선법상 '사후매수죄' 규정에 대한 위헌성 여부는 곽 교육감이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제기한 내용으로, 헌법재판소에서도 같은 규정을 심리 중이어서 향후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주목된다.
 
재판부는 먼저 '사후매수죄' 규정에 대해 "합리적 해석기준을 어렵지 않게 도출할 수 있고, 처벌대상을 '후보자를 사퇴한 데 대한 대가를 목적으로 후보자였던 사람에게 재산상 이익이나 공사의 직을 제공하는 행위'와 '후보자였던 사람이 이를 수수하는 행위'에 한정하고 있다"며 "건전한 상식과 통상적인 법감정을 가진 일반인이라면 금지행위의 내용을 충분히 알 수 있어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에 위배된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또 "공선법이 후보자직을 사퇴한 후 그 대가를 목적으로 이뤄지는 사후 이익제공·수수행위를 사퇴 전 행위와 동일하게 처벌하는 것은 선거의 정치·사회·경제적 여건 등과 과거 선거문화와 풍토, 선거의 공정성 확보와 선거부정 방지에 대한 국민의 기대와 신뢰 등 제반 사정을 고려할 때 엄중하게 처벌할 필요성이 있다는 입법자의 결단에 따른 조치로 목적의 정당성 또한 인정된다"고 설명했다.
 
◇"'사후매수죄' 헌법상 평등 원칙 위배 안돼"
 
이어 "해당 조항이 사전 이익제공·수수 등의 행위와 같은 법정형을 정한 것은 사후 이익제공·수수행위 또한 그에 못지않는 중대한 선거부정행위로서 엄중하게 처벌할 필요가 있다는 입법적 판단에 의한 것이고 법관이 벌금형의 선고유예를 할 여지도 있다"며 "이 조항에서 정한 법정형이 형벌체계상의 균형을 현저히 잃고 있어 헌법상 평등의 원칙 및 비례의 원칙 등에 위배된다고도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또 곽 교육감이 공직선거법이 정한 공소시효가 완성된 후 검찰이 공소를 제기했다고 주장한 것과 함께 "공직선거법상 일률적인 공소시효 기간인 '당해 선거일 후 6월'로 규정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후매수죄'에 대해서만 공소시효 기간을 '그 행위가 있는 날부터 6월'로 정한 것은 위헌"이라고 주장한 것에 대해서도 위헌이라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입법자가 선거의 공정성을 보장하고 선거부정을 방지하기 위해 선거일 후의 선거범죄에 대해서도 선거일 전의 선거범죄와 마찬가지로 실효성 있는 단속과 처벌을 유지하고자 내린 결단"이라고 해석하고 "선거후 발생한 다른 범죄행위 등도 얼마든 이에 해당할 수 있으므로 '사후매수죄'를 저지른 사람에 대해서만 공소시효에 관한 불합리한 차별이 있다고 할 수 없다"고 밝혔다.
 
◇"선의로 부조할 만큼 두사람 친하지 않아"
 
재판부는 곽 교육감이 박 교수에게 돈을 건넨 것 역시 대가성을 인정했다. 특히 '선의의 부조'라고 1심부터 일관되게 주장해 온 곽 교육감의 주장에 대해 "그럴만큼 특별한 친분관계에 있지 않았다"고 봤다.
 
재판부는 "원심이 인정한 사실관계에 의하면 곽 교육감이 이 사건 이전에 박 교수에게 경제적 부조를 할 만한 특별한 친분관계에 있지 않았고 박 교수가 곽 교수를 지지하며 후보자를 사퇴한 것이 곽 교육감의 당선에 유리하게 작용했다"고 판시했다.
 
또 "선거 후 금전 지급 합의 사실을 알게 된 뒤 당선 효력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알면서도 공식적인 절차를 밟지 않고 지인들을 통해 박 교수의 요구사항을 확인하는 한편 관계개선을 시도한 점, 3억원을 달라는 박 교수의 요구를 일부 수용하고 이를 위해 인척 등으로부터 상당한 액수를 차용한 점 등이 인정된다"며 "이런 사정을 종합하면 곽 교육감이 박 교수에게 지급한 2억원은 후보자를 사퇴한 데 대한 대가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앞서 곽 교육감은 1심 재판이 진행 중이던 지난해 11월16일 서울중앙지법에 '사후매수죄'규정에 대해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했으나 기각됐다. 이후 곽 교육감은 지난 1월27일 해당 규정에 대한 위헌성을 심판해달라며 헌재에 헌법소원을 청구했다.
 
◇헌재 결정 따라 곽 교육감 '무죄' 가능
 
헌재가 같은 규정에 대해 위헌 취지의 결정을 내리면 근거규정의 효력은 없어진다. 곽 교육감은 이를 근거로 원심인 서울고법에 재심을 청구할 수 있고, 이 때에는 무죄가 선고된다. 교육감직도 다시 되찾을 수 있다. 
 
이 경우 곽 교육감으로서는 기사회생하지만 대법원과 헌재로서는 한 규정에 대한 위헌성 여부를 놓고 정반대의 해석을 내리게 돼 적지 않은 파장일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헌재 역시 '사후매수죄' 규정에 대해 위헌결정을 내리면 대선 투표일인 12월19일 서울시교육감 재선거가 실시된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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