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원정기자] EBS 이사장이 선임되면서 3개월여 걸친 공영방송3사의 이사회 구성이 마무리됐지만 각 방송사 노조가 이사장의 자격을 문제 삼고 있어 여진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공영방송 거버넌스 개선을 촉구해온 언론시민단체는 “공영방송 정상화의 단초가 마련될 것이란 시민들의 기대가 물거품이 됐다”고 우려를 표하고 있다.
EBS 이사회는 21일 호선을 통해 이춘호 이사장을 재선임했다고 밝혔다.
이 이사장은 이명박정부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인사다.
지난 2008년 초대 여성가족부 장관으로 지명됐지만 부동산 투기 의혹으로 낙마했고, 적법시비를 불렀던 정연주 전 KBS 사장의 해임 당시에는 KBS 여권 이사로서 해임안 가결에 동조했다.
이후 2009년부터 EBS 이사장을 맡다가 이번에 교육과학기술부 장관 추천과 방송통신위원회의 임명 절차를 거쳐 EBS 이사로 선임된 뒤 이사장 연임에도 성공했다.
그는 선임 직후 “지난 3년간 이사장직을 수행한 경험을 토대로 방송통신융합시대에 걸맞은 EBS의 창의인성교육에 힘쓰겠다”고 소감을 밝혔지만, EBS 노조는 “MB정권의 언론장악에 일조했던 전력” 때문에 합당치 않은 인사라는 입장이다.
EBS 노조는 정 전 사장이 국가와 KBS를 상대로 해임 무효 최종 승소에 따른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진행하고 있는 만큼 당시 KBS 이사들이 법정에 불려 다니는 안 좋은 모양이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도 내놓았다.
이사회의 여야 비율이 9 대 0 일방적이었던 EBS는 이번에 노조 추천 후보 2명이 이사로 선임돼 이전보다 구성이 다양해졌다는 평가지만 공영방송 이사장으로 걸맞지 않은 인사가 연임하면서 의미가 꺾였다는 지적이 뒤따르고 있다.
KBS 이사회의 경우 야당 추천 이사가 퇴장한 속에서 사실상 날치기로 지난 5일 새벽 이길영 이사를 이사장으로 선임했다.
이 이사장은 KBS가 ‘땡전뉴스’로 조롱받던 1986년부터 보도국장과 보도본부장을 지냈고 지난 2007년 당시 한나라당 경북도지사 후보의 선거대책위원장을 맡는 등 정치권과 밀착된 행보를 보였기 때문에 공영방송 이사장으로 부적격하다는 평이다.
최근엔 국민대와 상관없는 ‘국민산업학교 졸업’ 이력을 ‘국민대 농업경제학과 졸업’으로 수십년간 기재해왔다는 사실이 밝혀져 학력변조 의혹까지 제기됐다.
이에 KBS 야당 추천 이사 4명을 포함해 KBS 새노조·구노조, 기자협회, 프로듀서협회, 기술인협회 등 9개 직능단체 모두 이 이사장의 사퇴를 촉구하고 나선 것은 물론 일각에서 형사처벌을 거론하는 상황이다.
보다 문제가 심각한 곳은 MBC 대주주 방송문화진흥회(지분율 70%, 이하 방문진) 이사회다.
방문진 이사회는 지난 달 말 김재우 이사장의 재선임을 표결에 붙여 결정했다.
김 이사장의 경우 MBC에 대한 관리·감독 의무를 내버리고 ‘최장기 파업사태’를 사실상 방조했다는 비판이 많은 데다 단국대 박사학위 논문의 표절의혹까지 불거져 MBC 노조가 강하게 반발하고 있는 상황이다.
김 이사장은 표결 당시 '9월말 표절에 대한 단국대의 조사 결과에 따라 이사직 사퇴여부를 정하겠다'는 조건을 내건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에 대해 방문진의 여당 추천 김광동 이사는 뉴라이트계열 인터넷신문과 인터뷰에서 ‘사실이 아니’라고 부인했다.
김 이사는 김 이사장의 조건부 사퇴론에 대해 “다 그쪽(좌파진영)에서 하는 말”이라고 일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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