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홍연 기자] 경기 침체 장기화와 온라인 쇼핑 확산으로 임차 수요가 감소하면서 경매시장에서 상가가 외면받고 있습니다. 경매로 나온 10건 가운데 새 주인을 찾는 물건이 2건도 되지 않는 등 저조한 낙찰률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
25일 부동산 공·경매 데이터 전문기업 지지옥션에 따르면 지난달 전국에서 경매로 나온 상가(점포) 2585건 가운데 낙찰된 상가는 465건(낙찰률 18%)에 그쳤습니다. 낙찰률은 지난해 8월 이후 8개월 연속 10% 선에 머물고 있습니다. 평균 응찰자 수는 2.1명으로 전년 동월(2.5명) 대비 줄었습니다.
서울에선 경매로 나온 상가(점포) 213건 가운데 39건만 새 주인을 찾았습니다. 낙찰률은 18.3%로 지난해 9월 이후 7개월 연속 10% 선에 머물렀습니다. 평균 응찰자 수도 1.9명으로 전월(2.2명)보다 줄었습니다.
수도권인 인천의 낙찰률은 16.0%, 경기도는 17.3%로, 각각 5개월과 6개월 연속 10%대에 머물고 있습니다. 수도권 상가 경매시장의 낮은 낙찰률은 전반적인 상가 수요 감소에 기인한 것인데요.
(그래프=뉴스토마토)
특히 한 건물 안에 특정 업종의 점포가 줄지어 있는 집합상가의 경우 '애물단지' 수준으로 전락했습니다.
서울 동대문구 용두동의 한 한방 테마 상가에 위치한 전용면적 7㎡ 점포는 지난해 5월 감정가 5400만원에 경매가 시작했지만, 10차례 유찰을 거듭하며 주인을 찾고 있는데요. 다음 달 감정가 10분의 1 수준인 580만원에 경매가 진행될 예정입니다.
서울 종로구 인의동 귀금속 상가의 전용 30㎡ 점포도 지난 2월 감정가 2억9300만원에 경매를 시작했지만, 세 차례 유찰되면서 절반 수준인 1억5000만원까지 내려왔습니다.
애물단지 된 상가…공실률 늘고 수익률 감소
'통 상가'라고 부르는 근린시설의 경매 수요도 부진합니다. 지난달 서울에서 경매가 진행된 근린시설은 모두 7건으로, 이 가운데 3건이 낙찰됐습니다.
낙찰률은 42.9%로 일반 점포에 비해 높지만, 2022년 3월 119.4%까지 올랐던 낙찰가율은 매년 낮아져 올해 3월에는 76%로 매년 낮아지고 있습니다.
규모가 큰 중대형 상가도 마찬가지인데요. 전용 330㎡(100평) 초과 서울 중대형 근린시설의 지난달 낙찰가율은 76.0%로 전년 동기(81.2%) 대비 하락했습니다. 2년 전인 2023년 3월만 하더라도 낙찰가율이 130.4%에 달해 감정가보다 30%를 더 줘야 낙찰받을 수 있었습니다.
전국적으로 상가 공실률은 전체 유형에서 증가했는데요.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올해 1분기 상업용부동산 임대시장 동향에 따르면 상가 평균 공실률은 중대형 13.2%, 소규모 7.3%, 집합 10.3%로 나타났습니다. 부동산원은 "상가는 내수 경기침체에 따라 소비가 위축돼 상권 내 임차 수요가 크게 줄어들면서 임대시장은 하락세를 이어갔다"고 설명했습니다.
(자료=한국부동산원)
상가 임대가격지수는 서울을 제외한 16개 시도에서 하락했으며 광주, 강원, 전남 순으로 하락 폭이 컸습니다. 장기공실을 해소하기 위해 임대료 하향 조정으로 전국 임대가격지수는 하락했습니다. 소득수익률 역시 공실이 증가하고 임대수익이 감소하면서 전분기 대비 하락했습니다.
서울도 경기침체로 소비심리가 위축되고 상권 내 유동인구가 감소하며 매출이 축소하고 있습니다. 관광객과 MZ 세대가 집중되는 강남 압구정, 성수 연무장길, 용산 용리단길도 상승폭이 줄어들었습니다.
세종은 공실해소 목적의 임대료 하향조정으로 상가 투자가치가 떨어지면서 투자수익률이 전분기 대비 0.53%포인트 떨어져 하락 전환했습니다. 광주도 오프라인 상권 침체가 이어지며 원도심 상권인 금남로·충장로 상권 및 월산동지구 등을 중심으로 임대료 하락세가 지속되고, 장기 공실 해소를 위해 상권 전반의 임대료 하향 조정이 이뤄지며 임대가격지수가 0.57% 하락했습니다.
부동산원은 "서울은 중심상권으로 유동인구가 집중되며 임대시장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으나 그 외 지방은 경기침체와 폐업 증가에 따른 상권침체가 지속되며 임대시장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주현 지지옥션 선임연구원은 "상가 낙찰률과 낙찰가율을 비교하면 코로나 때보다 상황이 안 좋다"면서 "지금은 금리가 높아 임대인들까지 타격을 받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창업을 하는 수요자가 적고 소비 여건이 어려워 적어도 올해까지는 이같은 추세는 유지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홍연 기자 hongyeon1224@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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