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홍은성기자] 한국거래소는 불과 지난해까지만 해도 2년 연속 파생상품 거
래량 1위에 이름을 올렸다. 코스피200지수 옵션은 거래가 가장 많은 개별품목으로 선정되기도 했었다. 또 주식워런트증권(ELW)은 한국에 도입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하루 평균 거래대금이 1조원을 육박하는 시장으로 급성장한 바 있었다.
여기서 눈 여겨 보아야 할 것은 ‘있었다’라는 과거형 일 것이다. 금융당국의 규제라는 칼날이 파생상품시장을 겨누기 시작한 뒤로 이는 그저 ‘과거의 영광’으로 남았기 때문이다.
지난해 금융당국은 파생상품시장의 건전성을 제고한다는 명목 하에 코스피200옵션 거래승수 상향조정, ELW 유동성 공급자(LP)의 호가제출 제한, FX마진 증거금 인상 등을 주요 골자로 하는 ‘장내옵션, ELS, FX마진 건전화 방안’을 발표했다.
당시 업계관계자들은 한결같이 “파생상품 시장이 크게 위축될 수 있다”면서도 “금융당국은 곧 정부의 의견이기 때문에 이대로 따를 수 밖에 없다”고 자조석인 답변을 했었다.
이에 따른 결과는 그야 말로 참담(?)한 수준이다. FX마진 거래대금은 지난해 8월에 642억6547만달러를 기록했지만 올해 4월엔 189억3810만달러에 불과해 5분의1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ELW시장은 더욱 심각하다. 하루 1조원을 넘나들던 ELW 거래대금이 LP호가 제한 이후 1000억원이 채 되지 않는 날이 속출하고 있어 시장이 10분의1로 축소됐다.
이제 다음 타자는 코스피200옵션이다. 지난 3월에 이미 승수를 인상하긴 했지만 실제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7월물이 이제 막 거래를 개시했기 때문에 이에 따른 여파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하겠지만 업계의 시각은 비관적이다.
문제는 여기가 끝이 아니라는 점이다. 현재 장내파생상품에 대한 거래세 부과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지난 총선 때 새누리당은 0.001% 부과, 민주통합당은 0.01% 부과를 공약으로 내건 바가 있다.
아울러 지금까지 파생상품거래예수금은 예금자 보호대상에 편입되지 않았지만 장내파생상품거래 예수금에 대해 예금보험료를 부과하려는 움직임도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가장 큰 문제는 장내파생상품 거래세 부과 여부”라며 “만약 거래세를 부과하기 시작하면 파생상품 시장은 그야말로 답이 안 나오는 상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파생상품이라는 것은 현물시장과 연계될 수 밖에 없는 시장인데 파생상품 시장을 각종 규제로 위축시켜 놓으면 결국 현물시장도 위축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금융당국은 새로운 파생상품을 도입할 때마다 증권산업의 국제 경쟁력을 한 단계 높일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아울러 거래 활성화를 위해 증권가를 독려했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당국은 문제가 일어나면 땜질식의 규제안을 들고 나오면서 파생상품시장의 성장을 스스로 제한하고 있다. 당국이 늘상 이야기해 온 금융 선진화는 점점 요원해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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