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헌철·최승근기자] 정부가 7월부터 여름철 에너지 수요 절감을 위해 출입문을 개방한 채 냉방기를 가동하는 다중 시설에 대해 과징금을 부과하고 백화점과 호텔 등 478개소의 대형건물에 대해서는 냉방온도를 26°C로 제한한다.
유통가에서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더위와의 전쟁에 나설 준비에 한창이다.
4일 오후 서울 명동 거리의 상당수 매장 출입문은 열려 있었고 시원한 냉기가 소비자의 발길을 붙잡았다.
다음달 1일부터 1차 적발 50만원~4차 300만원까지 단계별로 과징금을 부과하지만 아직 6월 한달간 계도 기간을 의식한 듯 출입문을 열어놓은 가게가 다반사였다. 에어컨의 세기는 평소와 비슷해 보였다. 정부의 절적 대책을 무색하게 하는 상황이다.
모 화장품 매장 직원 이모(22)씨는 "지난번에 서울시에서 계도 차원에서 온 적이 있다"면서도 "치열한 화장품 판매 경쟁이 이뤄지고 있는 명동에서 문을 닫고 고객을 붙잡는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라고 말했다.
이와는 반대로 인근 백화점들은 26°C를 지키기 위해 애쓰는 모습이었다.
롯데백화점 소공점은 정문에 '정부 시책에 따라 매장 온도를 26°C로 유지하고 있습니다. 고객 여러분의 많은 이해 바랍니다'라는 문구의 현수막을 걸어 놓았다. 또 수차례 매장 내 방송으로 냉방온도 규제 사실을 고객들에게 알리고 있었다.
더위에 지친 소비자들의 지속적인 항의에 정부 정책으로 인한 불가피한 상황을 알리기 위함으로 보인다.
백화점을 찾은 소비자들의 표정은 더위에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정모(36)씨는 "지난해에도 백화점이 덥다고 느껴 쇼핑을 자제했던 것으로 기억나는데 올해는 벌써부터 이렇게 덥다면 아마 고객들의 발길을 붙잡기는 힘들 것"이라며 서둘러 백화점을 빠져 나갔다.
상황이 이렇자 백화점들도 적극적으로 대응에 나서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폐점후 2시간 이후에 방범 셔터를 내리고 전 출입문을 개방한다. 저녁때 시원한 공기가 내부로 유입시켜 최대한 온도를 낮추겠다는 심산이다.
또 고객이 물건을 찾을 필요가 없는 동선 간접조명을 전면 차단한다. 마네킹이나 상품을 돋보이게 하기 위해 사용하는 스팟용 할로겐 조명도 줄인다. 이들 조명에서 나오는 열기라도 줄이기 위함이다.
이밖에 피팅룸은 자연통풍이 가능한 배기구를 임시로 설치해 소비자들이 조금이라도 시원한 공간에서 쇼핑을 즐길 수 있도록 다양한 방안을 모색 중이다.
씰링팬을 이용해 시원한 공기를 매장 구석구석 순환시켜 26°C 냉방 상황에서도 고객들이 시원함을 느낄 수 있게 하자는 취지로 지난해 전층에 총 60개를 설치했다.
점포별로 직원 5~10명으로 구성된 '에너지 보안관' 제도를 운영해 창고나 휴게실, 매장 내 전등, 멀티탭, 플러그 등 절전관리를 강화하고 있다.
갤러리아백화점은 '에너지 지킴이 제도'를 운영해 냉방온도 체크, 창고 소등, 전열기구 관리, 출입문 개방상태와 정전대응 시설물 운영현황 등을 체크한다.
하지만 올해 상반기 이상기온과 소비심리 위축으로 매출이 떨어지는 상황에서 '신상품 땡처리' 로 간간히 버티고 있던 백화점 등 대형유통사들에게 반복되는 절전 정책이 달갑지만은 않은 분위기다.
모 백화점 관계자는 "가장 쾌적하게 쇼핑을 할 수 있게 해도 매출이 안 나오는 상황에서 매년 일방적으로 온도를 정해 지키라고 하는 것은 장사를 하지 말라는 소리"라고 강한 불만을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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