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스피싱, 치밀·지능화하는데..신고센터는 여전히 '안일'
금감원 신고센터 "피해 입지 않았으면 신고해도 의미없다"
2012-05-22 14:54:32 2012-05-22 15:46:30
[뉴스토마토 김혜실기자] # A씨는 얼마전 대검찰청으로부터 걸려온 전화를 받았다. 대검찰청 수사관이라고 밝힌 남자는 "적발된 금융사기조직이 A씨 명의의 현금카드와 통장을 사용했으니 조사가 필요하다"며 한시간 안으로 출두할 것을 요청했다. 하지만 A씨가 시간 내로 도착하기 어렵다고 하자 전화로 진술하라며 개인정보를 확인하기 시작했다.
 
# B씨는 최근 거래은행에서 보안승급을 해준다는 전화를 받았다. 보이스피싱에 대한 우려로 보안 강화 필요성을 느끼고 있던 터라 동의 후 은행원의 지시에 따랐다. 주민등록번호와 통장비밀번호 등을 누르는 순간, B씨는 '아차'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뒤늦은 후회였다.
 
보이스피싱 수법이 피해자들의 심리와 상황을 이용하는 등 수법이 갈수록 교묘해지고 지능화하고 있다.
 
'자녀가 납치됐으니 돈을 보내라'는 보이스피싱 수법은 이미 구석기 방식이 된 형국이다.
 
피해자 A씨는 22일 "처음부터 개인정보를 묻거나 금전을 요구하는 방식이 아니라 다른 쪽으로 유도를 한 후 정보를 빼내기 때문에 당시에는 의심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보이스피싱 범죄자들은 겁을 주기 위해 검찰청이나 경찰 등을 사칭하고 관련 법률에 대해서도 정확히 설명하는 치밀함도 보였다.
 
개인정보유출 피해자인지 금융거래계좌양도자인지, 범죄자들과 공모자인지 진술을 통해 밝힐 것이라며, 진술 전 녹음에 대한 동의를 받기도 했다.
 
의심을 품고 상대의 직책과 이름을 물어보지만 망설임없이 답하는 등 사전 준비도 철저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다른 피해자 B씨는 "보이스피싱 문제가 계속되면서 보안 우려가 크다는 점을 역이용했다"며 "알고 있어도 당하기 쉽상"이라고 토로했다.
 
범죄자들은 계좌 비밀번호도 뒷 두자리만 물어 피해자들은 큰 의심없이 답을 해 사기에 걸려 들었다.
 
그러나 피해자들이 다른 피해자 양산을 막기 위해 금융감독원에 설치된 신고센터에 전화했지만 안일한 대응에 더욱 분노했다고 설명했다. '특별한 피해가 없으면 앞으로 조심하라'는 성의업는 답변이 전부였다.
 
A씨는 "금융감독원 신고센터에 전화했는데 직원이 '어차피 중국에서 걸려온 전화라 적발 자체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신고는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면서 "상담 기록을 위한 피해자 정보만 확인한 후 전화를 끊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점점 치밀해지는 사기 방법도 문제지만 금융당국과 금융회사들의 안일한 대응이 더 문제"라며 "주의하란 말 만으로는 날마다 새로운 방법으로 접근하는 보이스피싱 피해를 막기는 커녕 더 늘어날 수밖에 없는 것 아니냐"고 불만을 털어놨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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