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상원기자] 정부가 위기극복을 위해 재정조기집행을 추진하는 등 각종 경기부양책을 쏟아냈지만 한계에 직면했다는 지적이다.
정부 주도의 경기부양책이 민간의 움직임을 이끌어내지 못한 게 결정타로 지목됐다.
대외적으로 양호한 성장률과 재정건전성을 유지하며 나름대로 위기극복을 잘 한 국가로 평가받고 있지만, 내수부진과 투자위축은 쉽게 해결되지 않으면서 하반기 경기회복도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수출입규모의 축소에 따른 불황형 흑자는 위기 극복에 적신호를 보내고 있다.
2일 지식경제부에 따르면 4월 수출은 462억6400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4.7% 감소했고, 수입은 0.2% 감소한 441억1100만달러였다.
무역수지가 21억5300만달러 흑자를 기록하기는 했지만, 일반기계(28.0%→8.5%), 자동차 부품(22.9%→4.8%), 철강(20.9%→4.0%) 등 주력 품목의 수출증가율 하락은 저성장에 대한 우려까지 낳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원은 이날 펴낸 보고서에서 "미국이나 일부 자원생산국들의 성장이 회복되고는 있지만, 유럽 재정위기 및 중국의 성장둔화에 따른 부정적 영향으로 앞으로도 수출증가율 하락은 불가피하다"고 평가했다.
국내 경기도 주춤한 모습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3월 광공업 생산은 3.1% 감소했고, 소비를 보여주는 소매판매도 2.7% 줄었다. 설비투자는 2월 -3.9%보다 감소폭이 더 커진 -7.0%로 집계됐다.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1일 기자간담회에서 "1월과 2월, 3월 초순정도까지는 나름대로 회복세가 뚜렸하지 않느냐는 느낌이었으나, 3월 중순 이후 힘에 좀 부치는 듯한 느낌"이라고 평가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문제는 정부주도의 추가적인 경기부양 카드가 마땅치 않다는 점이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정부는 올 1분기 정부 재정조기집행 목표치를 2.3%포인트나 초과달성했다. 정부는 미국발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에 상반기 64.8%의 재정조기집행을 단행했고, 2010년에도 61.0%의 재정을 상반기에 쏟아부었다.
올해 상반기에도 60%의 재정조기집행을 목표로 1분기에만 32.3%의 재정을 조기집행했다. 당초 1분기 목표인 30%를 2.3%포인트나 초과달성 한 것이다. 1분기 집행률로는 역대 최고수준이지만, 그 성과가 가시적으로 나오지 않고 있는 셈이다.
재정 조기집행카드가 현 수준에서 더 큰 경기 기여를 기대할 수 없고, 10개월 째 묶여 있는 기준금리를 끌어내리는 것은 더욱 어려운 상황이다. 오히려 금리인상이 요구되고 있는 실정이다.
정부가 재정을 투입해 억제해 온 물가도 불안요인이다.
3월과 4월 소비자 물가상승률이 2개월 연속 2%대를 유지했지만, 보육비 지원 등 정부복지정책의 영향이 컸고, 지난해 너무 높았던 물가의 기저효과도 컸다.
3월 물가상승률에서 보육시설이용료 지원은 -33.9%, 유치원 납입금은 -11.1%, 학교급식비 지원은 -19.6%로 전체 물가하락을 주도했다. 대부분 하반기나 내년부터는 물가하락효과가 소멸되는 상시지원책이다.
물가 때문에 인상을 억제해 온 전기요금 등 공공요금도 부메랑이 되어 돌아오고 있다.
요금이 묶인 한국전력은 지난해 10조4000억원, 가스공사는 5조7000억원의 부채가 증가했다. 한전의 경우 당기순이익도 3조3000억원의 적자를 기록해 전체 공공기관 부채증가율 상승에 한몫을 했다.
안순권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정부가 위기 극복을 위해 2009년부터 재정조기집행을 실시해왔지만, 그 효과를 체감하기는 어려웠던 것이 사실"이라며 "상반기에 재정을 풀만큼 풀었기 때문에 하반기에는 꺼내 들 카드가 없다. 재정건전성 때문에 추경도 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안 연구위원은 또 "재정정책을 펼 것이 없기 때문에 금리라도 내려야 하는데, 지금은 금리인하도 어려운 상황"이라며 "작년에 금리를 인상할 기회가 여러차례 있었는데, 그 때 인상했다면 지금 금리를 인하할 여력이 있었을 것"이라고 금리정책에서의 실기도 지적했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