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기성기자] 여야 수장들이 27일 나란히 텃밭을 향했다. 안방을 찾는 행보는 같았으나, 내용은 달랐다.
박근혜 새누리당 선대위원장의 경우 낙동강 사수에, 한명숙 민주통합당 대표는 흔들리는 호남민심 달래기에 방점이 찍혔다. 전자는 최전선에서 상대를 제압하기 위한 것이고, 후자는 그야말로 '집토끼 지키기'인 셈이다.
◇박근혜·김무성 손 맞잡아
박 위원장의 이번 부산 방문은 지난달 24일과 13일에 이어 벌써 세 번째다. 문재인 민주당 상임고문을 중심으로 동서로 이어진 낙동강 벨트의 상륙을 막기 위함이다. 적의 예봉을 안방에서 꺾겠다는 의지가 읽힌다.
이혜훈 중앙선대위 종합상황실장은 “PK(부산·경남)는 전통적 강세지역이지만 야권의 강한 도전을 받고 있어 상황이 간단치 않다”고 말했다.
장기 침체된 지역경기에 동남권신공항 무산과 저축은행 피해까지 겹쳐 이미 정부여당에 대한 반감은 극심해졌다. 여기에다 친노무현 정서를 등에 업은 야권의 주력선수들이 진용을 꾸리며 변화를 재촉하고 있다.
문 고문이 여전히 20%포인트 안팎에서 자신들의 손수조 후보를 따돌리고 있고, 조경태 민주당 의원의 3선도 사실상 막기 어렵다는 게 새누리당 판단이다.
여기에다 문성근(북강서을), 김정길(진을) 등 이른바 문·성·길 트리오의 약진도 만만치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박 위원장의 카드는 ‘김무성’이었다. 4선의 중진으로 상도동계(YS) 출신인 그가 갖는 무게감은 지역에서 남다른 것으로 평가된다. 김 의원이 지난 12일 예상을 깨고 공천결과에 승복하면서 두 사람의 관계는 회복 조짐을 보여 왔다. 조짐 끝에 이날 두 사람이 손을 맞잡자 새누리당 지역 관계자들은 “좌장의 귀환”이라며 “이젠 안심해도 된다”고까지 했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박 위원장이 이번 일정에서는 사상의 손수조 후보 지원은 배제했다는 점이다. 공식적으로는 13일 이미 한 차례 지원을 했다는 게 이유지만, 속내는 말바꾸기 논란을 불러일으킨 손 후보를 비켜가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한명숙 “앙금 풀어달라”..반응은 '글쎄…'
한명숙 민주당 대표는 같은 날 당의 심장부 광주를 찾았다. 첫 일정은 국립 5·18 묘지 참배였다. 광주 정신의 숭고함을 기리고 총선 승리로 부흥하겠다는 각오를 다짐으로써 새 지도부 출범 이후 소원해진 호남 민심을 달래겠다는 뜻이다. “민주당의 심장이 바로 광주”라는 직설법을 쓴 이유다.
한 대표는 또 공천과정이 '호남 물갈이'로 비친 것을 사과했다. 한 대표는 “공천과정에서 광주와 전남의 당원 동지들이 많은 아픔을 겪어야 했다”면서 “대표로서 아픔을 함께 느낀다. 부족한 것은 모두 저의 책임”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광주 시민들이 가혹하리만큼 민주당의 혁신을 요구한 것은 그래야만 대한민국을 바꿀 수 있고, 총선에서 승리할 수 있다는 간절한 변화의 열망을 담고 있다”고 평가했다.
한 대표는 ‘약무호남시무국가’(若無湖南是無國家. 호남이 없으면 나라도 없다)까지 언급하며 호남 홀대론을 무마하는데 주력했다. 시당 관계자는 “낙천한 현역들의 무소속 출마가 최대 변수”라며 “텃밭이라고 깃발만 꽂으면 된다는 안일한 생각은 버려야 한다”고 말했다.
박주선, 조영택, 김재균, 최인기, 김충조 의원 등은 탈당과 무소속의 전철을 밟았다. 옛 동교동계 일원들은 정통민주당을 꾸렸다. 또 광주 서구을에 출마한 새누리당 이정현 의원은 여론조사에서 엎치락뒤치락 혼전을 거듭하며 달라진 호남 민심을 절감케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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