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임효정기자] 금융당국이 야심차게 추진 중인 집적회로(IC)칩 카드 활성화 정책에 대해 '절름발이' 정책이란 비판 여론이 고조되고 있다.
금융당국이 은행 자동화기기(CD·ATM)의 IC카드 전환은 추진하면서도, 200만개가 넘는 가맹점에 대해서는 아무런 대책도 내놓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현재도 가맹점 단말기를 통한 해킹사고가 여전히 발생하고 있지만, 금융당국의 소극적 태도로 단말기 교체 비용을 두고 카드사와 가맹점 등이 서로 눈치만 보고 있는 실정이다.
19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카드 복제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지난 2004년부터 기존 마그네틱(MS)카드를 IC카드로 전환하는 정책을 꾸준히 추진 중이다.
현재는 은행 자동화기기(CD·ATM)에서는 IC카드를 통한 거래가 가능하며, 시범운영 후 오는 9월부터는 본격적으로 IC칩을 통한 거래만 가능하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가맹점에 대해서는 IC칩 카드 활성화를 위한 별도의 대책을 마련하지 않았다.
때문에 현재 가맹점 결제 시 여전히 마그네틱을 통한 결제가 이뤄지고 있어, 카드 위변조에 따른 소비자 피해 가능성이 상당히 높은 상황이다.
이는 IC칩 카드 결제를 위해서는 단말기를 교체해야 하는데 그 비용이 걸림돌이 되고 있다.
현재 200만개가 넘는 가맹점 가운데 IC카드 결제가 가능한 곳은 10% 미만이다.
따라서 90%가 넘는 가맹점 단말기를 교체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비용이 소요될 수밖에 없다.
비용책임에 대해 이해관계가 얽혀있는 금융당국과 카드사, 가맹점은 서로 눈치만 보고 형국이다.
카드사 입장에서는 단말기 교체비용보다 위변조 사고 발생 시 지출되는 소비자 보상 금액이 더 적게 든다는 입장이고, 가맹점은 금융당국이 카드결제를 의무화 했기 때문에 금융당국이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금융당국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가맹점 단말기 역시 IC칩을 통해 결제할 때 보안에서 더욱 안전한 것은 사실"이라며 "단말기를 교체하려면 비용이 들어가기 때문에 카드사나 가맹점을 대상으로 강제로 추진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200만개가 넘는 단말기 교체 비용부담은 상당하기 때문에 카드사 입장에서는 기회비용을 따지지 않을 수 없다"며 "대부분 카드고객 피해로 인한 부분은 카드사가 보상하고 있는 상황에서 단말기 교체비용보다 보상액이 현재로선 더 낫다"고 말했다. 가맹점 단말기의 경우 저렴한 기기는 10만원 정도면 교체할 수 있다.
가맹점 역시 결제하는 데 큰 불편이 없어 교체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는 입장이다.
자영업자 배 모씨는 "IC칩으로 결제해달라는 고객이 없어 기존 단말기로도 가게를 운영하는데 불편이 없다"며 "카드사나 정부에서 단말기를 교체해주면 모를까 개인 비용으로 바꿀 생각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이재연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본인이 직접 카드를 가지고 거래하는 현금인출기보다 타인에게 카드를 맡겨 결제하는 가맹점 단말기에 보안이 더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원칙상 신용카드 고객을 받는 가맹점이 단말기 교체비용을 부담하는 게 맞지만 국내에서는 카드결제를 정부가 사실상 의무화 했기 때문에 가맹점에만 그 부담을 전가시킬 수 없는 상황이어서 가맹점 단말기 교체가 순조롭게 이뤄지기는 힘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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