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미애기자] 포퓰리즘(Populism) 논란을 야기하면서까지 '저축은행 특별법' 입법을 강행하는 국회가 250여개의 중소기업에 무려 2조2398억여원에 달하는 큰 손실을 입힌 키코(KIKO) 사태는 방치하고 있어 형평성 논란이 일고 있다.
금융당국·정관계 인사의 횡령·배임 혐의가 포착, 형사고발된 저축은행 비리 사건과 달리 키코 사태는 애당초 검찰 수사단계부터 법의 구제를 받지 못했다. 은행 측을 상대로 낸 민사소송 역시 대부분이 원고패소, 일부가 원고 일부승소 판결을 받았을 뿐이다.
게다가 저축은행 사태와 키코 사태는 정치권에서 피해 복구를 위해 제정하려했던 관련법 입법 과정에서도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17일 키코 피해기업 공동대책위원회(공대위)에 따르면 2010년 10월5일 정태근 의원(무소속, 당시 한나라당)을 포함한 21명의 지식경제위원회 소속 국회의원들은 '통화옵션 및 환변동보험으로 인한 환손실기업 수출신용보증기금법안'을 발의한 바 있다.
기획재정부는 당시 예산확보가 어렵다며 법안에 반대표를 던졌고, 현재 이 법안은 같은 해 11월부터 국회 법안심사소위에 계류 중이다.
반면 '속전속결'로 진행된 '저축은행 피해구제 특별법'은 법제사법위원회와 본회의 심의 및 처리과정만 남겨 놓은 상태다.
저축은행 특별법 내용과 관련해 '포퓰리즘', '독소조항' 등 부정적인 시각이 많은데도 국회가 강하게 밀어붙이는데는 '총선 민심'이 작용한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렇듯 250여개의 중소기업에게 피눈물을 흘리게 한 키코사태는 '강 건너 불구경' 하듯 국회에 의해 1년4개월간 방치된 것이다.
◇키코 특별법은 무슨 내용?
'통화옵션 및 환변동보험으로 인한 환손실기업 수출신용보증기금법안'은 환손실을 입은 기업에 대한 수출 지원을 위해 현행 '무역보험법'상의 무역보험기금과는 별도로 '환손실기업 수출신용보증기금'을 설치토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기금의 재원은 정부 출연금·운용수익금 등으로 조성하고, 2011∼2015년까지 환손실을 입은 기업에 대한 수출신용보증사업에 사용하도록 했다.
기금 운용 주체는 한국무역보험공사가 맡고, 기금 결산을 통해 이익금이 생기면 전액 적립하고 손실금이 생기면 적립금으로 보전하되 적립금이 부족하면 정부가 보전토록 했다. 법안은 또 기금 운용 방식은 금융기관 예입을 비롯해 국채나 지방채 또는 한국거래소에 상장된 유가증권의 매입, 금융기관 또는 특별법에 따라 설립된 법인이 발행하거나 지급을 보증한 유가증권의 매입 등으로 한정했다.
위 법안을 발의한 정 의원은 "우량 수출 중소기업이 키코로 인해 흑자도산하는 것만큼은 막아야 한다. 법안이 통과되면 우량 수출 기업에 보다 유연한 자금 유동성을 부여할 수 있는 길이 트일 것으로 기대한다"고 법안 발의 배경을 설명했다.
◇'키코사태' 4년, 아직 끝나지 않았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환율이 폭등, 키코 계약을 맺은 상당수 중소기업이 큰 손해를 보면서 '키코 판매' 불공정 논란을 불러왔다. 중소기업중앙회는 2008년 7월말 키코 공동대책위에 가입한 242개사의 손실이 2조 2398억여원에 달한다고 발표했다.
공대위 관계자는 "가입 피해기업의 종업원수가 약 3만1316명이며 피해기업 가입사 242개사 중 50여개사가 이미 부도가 났거나 워크아웃 절차에 들어갔다"며 "200여개의 피해기업이 현재 민사소송을 제기한 상태며 이중 1심에서 170개사 패소하고 36개사 기업만이 일부인용(10~50%) 판결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패소한 기업 중 70여개사는 항소를 포기했고, 130여개사가 항소심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키코사태가 발생한 지 4년이 흐른 지금도 피해기업들을 복구를 위해 힘쓰고 있다.
김화랑 키코 피해기업 공동대책위원회 사무처장은 "키코 사기 은행을 처벌하고 피해를 보상하라는 것이 우리의 모토"라면서 "우리를 위한 지원책이 전혀 나오지 않았다. 지금은 '여의도를 점령하라' 팀 등과 함께 공동으로 대응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검찰의 무혐의 처분, 또 법원의 일방적 원고패소 판결로 공대위의 열기가 많이 사그라든 것도 현실이다.
김 사무처장은 "요즘 집회의 힘이 많이 빠졌다. 키코 사태가 터진 직후처럼 2000명, 3000명이 모여 집회하는 것은 힘들다"면서 "살아남은 기업들은 피해를 복구하기 위해 은행에서 빌린 대출금을 갚기 위해 동분서주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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