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의 담함 자진신고 감면 악용에 제도 '흔들'
공정위 "은밀한 담합 적발에 반드시 필요"
2012-02-02 16:30:18 2012-02-02 16:30:18
[뉴스토마토 임애신기자] 최근 리니언시제도(자진신고자 감면제도)에 대한 논란이 뜨겁다. 이 제도가 대기업의 잇속 챙기기에 악용되며 중소업체만 피해를 보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그러나 공정거래위원회는 시장경제를 위협하는 담합의 경우 교묘하게 이뤄지기 때문에 적발과 증거 입증이 어려워 리니언시 제도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리니언시 제도는 담합에 참여한 기업이 자발적으로 담합 사실을 신고하면 과징금 등의 제재를 줄이거나 면제해주는 제도다. 우리나라에는 2005년 이후 1순위는 100%, 2순위는 50%까지 감면해주고 있다.
 
담합 혐의가 있는 기업 중 먼저 자백하는 기업에 죄를 줄여주겠다는 조건으로 내부 고발을 이끌어 내는 방식이다. 다른 기업이 언제 자진 신고할지 모르기 때문에 앞다퉈 자진 신고를 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그러나 최근 리니언시에 대한 비판 여론이 거세다. 대기업들이 담합을 주도하고서 리니언시 제도를 악용해 담합했다고 자진 신고한 후 과징금을 안내고 빠져나가기 때문이다. 
 
유원일 창조한국당 의원은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현 정부 들어 74건의 담합이 리니언시를 통해 드러났다"며 "이 중 58%가 담합을 주도한 대기업이 자진신고를 통해 과징금을 면제받았다"라고 지적했다.
   
◇담합 주도한 기업들 리니언시 '악용'..중소업체들만 피해
 
보통 답합은 시장 점유율 1~2위를 차지하는 대기업들이 주도한다. 이들은 리니언시 혜택으로 처벌을 피하고 마지못해 가격 담합에 동참한 하위 업체들만 과징금을 물고 있어 비판이 일고 있다.
 
공정위는 지난해 10월 생명보험사가 예정이율과 공시이율을 담합했다면서 총 3653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대형 생보사인 삼성생명(032830)과 교보생명·대한생명(088350)이 전체 과징금의 93%를 차지했다.
 
하지만 대형 3사는 담합사실을 먼저 신고해 과징금을 면제 또는 감면 받았다. 이들이 이율을 담합해 다른 생보사와 생명보험협회 등에 전달해놓고 쏙 빠져나갔다.
 
시장점유율과 보험료 측면에서 대형사의 담합에 가담할 수밖에 없는 중소형사만 과징금을 내게된 것이다.
 
아울러 두 대기업간의 담합이 적발됐을 경우에도 양사에 과징금을 각각 전액·절반으로 줄여주는 것도 리니언시제도의 맹점이라는 지적이다.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전자동세탁기(10㎏)와 드럼세탁기(10㎏·12㎏·15㎏) 22개 모델의 소비자판매가격을 담합하다 공정위에 적발됐다. 그러나 법에 따라 담합한 두 업체 모두 감면 혜택을 받았다.  
 
공정거래법에 따르면 담합에 참여한 업체의 수와 상관없이 자진 신고를 먼저 하는 순서대로 2순위까지는 무조건 과징금을 감면해 주기 때문.
 
공정위는 리니언시제도가 당사자들의 침묵을 깨뜨리고 신뢰를 무너뜨려 담합을 차단하는 것이므로 담합에 참여한 두 업체가 모두 자진 신고하면 혜택을 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공정위 "리니언시제도 폐지 없다"
 
공정위는 뒤에서 이뤄지는 담합을 적발하기 위해서는 리니언시 제도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김동수 공정위원장은 지난 1일 한국상장회사협의회초청 강연에서 "담합 사건에 대해 (리니언시제도를 통해)여러 차례 적발하고 있다"며 "제도의 존폐 여부에 대해서는 이야기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이 제도에 대해 일부 문제가 있다는 지적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인정했다.
 
이에 공정위는 리니언시 제도의 악용을 막기 위해 상습적으로 담합하는 업체는 이 제도의 혜택을 못 받게 감면을 제한하기로 했다.
 
담합으로 시정조치와 과징금 납부 명령을 받고 5년 안에 또 담합했다면 자진 신고를 해도 과징금을 깎아 주지 않는다. 또 담합을 자진 신고해 과징금을 감면 받고 다시 담합한 업체도 감면 폭에 제한을 두기로 했다.
 
담합을 자진 신고한 사업자가 자신이 가담한 또 다른 담합을 자진 신고해 과징금을 추가로 감면받을 경우, 과징금 추가 감경률을 기존 20%에서 '20% 범위 내'로 개정했다.
 
공정위는 담합에 대한 제재가 강화되면서 회사 간 담합이 더 은밀해지고 고도화되고 있어 리니언시 제도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리니언시제도 시행하는 다른나라들은?
 
리니언시제도는 지난 1978년 미국이 가장 먼저 도입한 후 현재 40여개국에서 이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겉으로 잘 드러나지 않는 담합의 특성을 이용해 리니언시제도를 도입한 미국은 90%이 이를 통해 담합을 적발하고 있다.
 
미국에서 한 해 부과된 벌금만 10억달러를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최초 1개 업체에만 과징금을 감면하고 자진 신고자 이외 기업에 대해서는 유죄를 인정한 기업에만 과징금을 줄여주고 있다.
 
유럽연합(EU)는 1996년 이 제도를 첫 도입했다. 도입 당시에는 1순위 자진 신고자에 대해 법 위반에 따라 75~100%로 차등 감면했다.
 
그러나 제도 도입 초기에는 한국에서와 마찬가지로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비판이 있었다. 따라서 2002년부터는 1순위 자진 신고자에게 100% 면제 혜택을 부여했으며, 이와 함께 담합 적발 건수도 약 20%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2006년 EU는 매출액 규모가 큰 대기업에 대해 과징금을 산정할 때 추가로 100~150%의 가산금을 부여하기 시작했다.
 
우리나라보다 1년 늦게 리니언시제도를 도입한 일본은 초기에 범법기업에게 죄를 면제해준다며 발발이 컸다. 하지만 도입 후 담합이 감소하면서 이 같은 논란은 줄고 있다. 
 
공정위 한 관계자는 "외국과 마찬가지로 우리나라도 리니언시제도를 시행하며 미비하고 필요한 부분에 대해서는 법 개정과 보완을 하고 있다"며 "이 과정을 통해 공정한 시장 경제를 형성하는 데 정착할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말했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지난 뉴스레터 보기 구독하기
관련기사